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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372만 마리는 미등록?…과태료 부과는 94건 불과

입력 2021-04-22 15:54

"동물 등록비 부담", "지자체 지원 홍보 부족"…유기동물 살처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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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등록비 부담", "지자체 지원 홍보 부족"…유기동물 살처분 위기

#사례 1.
지난 2월 서울의 한 주택가.
지붕 위를 돌아다니는 시츄 한 마리가 목격됐습니다.
주택가 지붕 위를 돌아다니던 시츄. [동물권 행동 카라 제공]주택가 지붕 위를 돌아다니던 시츄. [동물권 행동 카라 제공]

제보를 받은 '동물권 행동 카라' 활동가들은 지붕에 직접 올라 강아지를 구조했습니다.
당시 이 시츄는 마이크로칩이 삽입되어 있지 않은, 등록돼 있지 않은 강아지였습니다.
동물단체 활동가가 지붕 위에서 시츄를 구조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동물단체 활동가가 지붕 위에서 시츄를 구조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2014년부터 시행된 동물 등록제에 따르면 주택·준주택이나 그 외 장소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2개월령 이상의 개는 지자체에 등록해야 합니다. 등록하지 않을 경우 최대 6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수소문 끝에 활동가들은 이 시츄의 주인을 찾았습니다. 그 주인에게는 강아지가 열 마리나 있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해명했다고 합니다.

"내가 코로나 때문에 벌이가 변변치 않다. 동물 등록하는 데도 몇만 원 비용이 드니 부담이 된다. 상황이 풀리면 꼭 등록하겠다."

하지만 현재 그 주인은 이 단체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 단체의 신주운 활동가는 안타까워했습니다.

"몇몇 지자체에서는 사회적 취약계층 반려 가구의 경우엔 동물 등록을 1만 원으로 지원해주는 제도를 작년에도 시행했고 올해도 하고 있어요. 사회적으로 지원하려는 제도가 있음에도 홍보가 충분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사례 2.
얼마 전 파주시의 한 개울가에는 강아지의 비명이 울려 퍼졌습니다.
목격자에 따르면 '턱' 하는 소리와 함께 강아지 비명이 나서 밖에 나갔는데, 서울 번호판을 탄 차량이 떠나고 있었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서울에서 파주까지 와서 강아지를 개울가로 던져 유기한 겁니다.

개울에서 땅 위로 기어 올라오려 발버둥 치던 강아지는 구조됐습니다.
3~4개월령의 어린 강아지로, 모낭충으로 온몸의 털이 다 빠지고 피부가 갈라지고 있었습니다.

파주에서 유기된 후 구조된 강아지. [출처: 동물권행동 카라]파주에서 유기된 후 구조된 강아지. [출처: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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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사례를 살펴본 건 마침 반려동물과 관련해 눈에 띄는 수치가 발표됐기 때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늘(22일)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온라인 패널 국민 5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건데요.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27.7%였습니다.
농식품부는 매해 실시하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추정치를 내놓는데, 올해는 638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2019년 대비 47만 가구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반려견은 521만 가구에서 602만 마리(81.6%)를, 반려묘는 182만 가구에서 258만 마리(28.6%)를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려견, 반려묘 여러 마리를 키우는 집이 많은 겁니다.

하지만 반전도 있습니다. 정작 동물 등록제에 따라 등록된 반려견 수는 2020년 기준 230여만 마리에 불과합니다.
자그마치 372만 마리가 등록되지 않았다는 추정치가 나오는 겁니다. 등록률이 38.2%에 그치는 실정입니다.

이는 농식품부의 국민의식조사 결과와도 어긋납니다.
이 조사에선 반려견 소유자의 79.5%가 반려견 동물 등록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고, 반려견 소유자의 72.1%가 "동물등록을 했다"고 응답했습니다.
등록률 추정치 38.2%와는 차이가 큰 수치입니다.

동물 등록은 무분별한 동물 유기를 막기 위한 제도이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정부는 동물 미등록엔 과태료 최대 60만 원, 동물을 유기할 경우엔 최대 벌금 300만 원까지 물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적발 건수는 너무나 미미합니다.
JTBC가 농식품부를 통해 확인한 동물 미등록, 유기 위반 처분 실적은 2019년에 각각 94건(동물 미등록), 21건(동물 유기)에 불과합니다.

연도별 동물 미등록, 유기 위반 처분 실적 [출처: 농림축산식품부]연도별 동물 미등록, 유기 위반 처분 실적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보통 한 해에 약 13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적발 실적인 겁니다.

유기견들은 운이 좋으면 누군가가 반려견으로 삼지만, 지자체에서 공고 후 살처분 하기도 합니다.

602만 반려견 시대, 동물의 유기를 막고 등록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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