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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지난해 산불 낸 사람 못 잡은 이유.txt

입력 2021-03-01 17:30 수정 2021-03-02 00:37

[기동취재] 지난해 산불 낸 사람 못 잡은 이유.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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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지난해 산불 낸 사람 못 잡은 이유.txt

경찰은 어떻게 사건의 가해자를 찾을까요?

살인, 방화, 폭행 같은 강력 사건의 경우 일단 사건현장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접근을 막아 증거 훼손을 최소화하죠. 피해자를 조사하는게 제일 우선이지만, 피해자가 사망했을 경우 부검을 통해 어떤 방법으로 가해가 이뤄졌는지를 따져봅니다. 목격자라든지 주변 지인들을 조사하는 것도 매우 쓸모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주변 CCTV를 확인해 보는 겁니다. 요즘은 웬만한 동네엔 방범용 CCTV가 갖춰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산불의 경우는 어떨까요?

산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폴리스라인을 치더라도 어느 정도 현장 훼손을 감안해야 합니다. 관련 인물의 범위를 좁히기도 쉽지 않습니다. 불을 낸 사람은 주민일 수도, 성묘객일 수도 있지만 아예 처음 오는 등산객일 수도 있습니다. 도시에 있는 산은 등산로에 최소한 CCTV라도 있지만, 시골로 갈수록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증언을 통해 대상을 좁히더라도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겁니다. 여러 악조건이 겹쳐 있는 현장입니다.

 
지난해 안동 산불 낸 사람 못 찾은 이유지난해 안동 산불 낸 사람 못 찾은 이유

약 1년 전, 경북 안동에서 역대급 대형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무려 축구장 2700개 면적인 1944ha 산림이 타서 지난 10년 간 난 산불 중 피해가 가장 컸다고 하죠. 취재진은 당시 산불의 원인을 찾는 산림과학원 연구원들인 '산불 CSI'를 따라가 그 과정을 밀착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돌을 하나하나 뒤집어보고, 나뭇잎이 휜 방향, 연기가 번진 방향 등을 보며 최초 발화지점을 추정하고 집집마다 탐문을 다녔습니다. 실제로 다녀보니 같은 사람인데도 이해관계에 따라 증언이 바뀌었고, 증거물인 돌들도 많이 움직인 상황이었습니다. 산불CSI가 보고서를 완성하는대로 경찰에 넘기면 경찰에서 수사로 넘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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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산불 원인 제공자를 찾지 못했다?

이번에 또다시 산불로 안동을 찾았을 때 들은 말입니다. 김영식 안동시 산림보호팀장은 "작년 산불 원인도 명확하게 찾지 못했는데 또 불이 났다"며 한탄했습니다. 1년이나 됐는데 도대체 왜 못 찾은 걸까 궁금했습니다. 작년에 제가 취재했던 산불CSI에 연락을 드려봤습니다. 당시 조사를 해보니, 등산객이나 방문객이 낸 불로 보인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최초 발화지가 산 속이고 논밭과는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있는 등 그렇게 추론할 만한 특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발화지 근처가 인적이 드문 마을이라 CCTV는 물론이고 자동차 블랙박스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을 확보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결국 미스터리로 남게 됐고, 정부와 지자체만이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400억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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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보다 산불이 훨씬 많이 나는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에서는 자신의 사유지에 산불이 나면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는 보험 제도가 활성화돼있다고 합니다. 보험회사 조사관들이 개입을 해서 산불 낸 사람을 찾아나서기 때문에 조사감식 분야가 매우 발달해 있습니다. 그렇게까진 아니더라도 우리도 산림청에서 구분하는 산불 취약지에 CCTV를 다는 등 더 나아간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산불 낸 사람을 붙잡아 책임을 물게 하고, 산에서 불 피우는 행위에 경각심을 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지난해 안동 산불 낸 사람 못 찾은 이유지난해 안동 산불 낸 사람 못 찾은 이유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이번에 난 산불의 경우 비교적 원인을 밝혀내기 쉬운 조건에 있다는 것입니다. 경찰에서 최종 수사 결론이 나오기까지 기다려봐야겠지만, 이번 산불은 꼭 원인이 밝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방송으로 인사를 못 드려 기사로 갈음합니다. 매주 뉴스룸 〈밀착카메라〉로 인사를 드렸는데요, 이번 안동 산불 기사를 마지막으로 밀착카메라 코너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이제 더 다양한 곳곳의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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