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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구애' 나선 여야 지도부…광주 5·18묘역 참배

입력 2021-05-07 19:07 수정 2021-05-07 23:29

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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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여당 발제

[앵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오늘(7일) 나란히 호남을 찾았습니다. 1시간 간격으로 광주 5·18 민주묘역을 찾아 참배했는데요. 여야 정치권이 모두 호남 구애에 나선 배경을 류정화 반장이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JTBC '정치부회의' (2월 15일) : '약무호남, 시무대권' 호남이 없으면 대권도 없다. 민주당에서 대선에 도전하려면, 호남 민심의 지지 없이는 어렵다는 이야깁니다.]

[JTBC '정치부회의' (지난달 19일) : '약무호남, 시무대선'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대선의 꿈도 멀어지게 됩니다.]

[JTBC '정치부회의' (지난달 29일) : '약무호남, 시무대선' 호남을 잡지 못하면, 대선도 없다.]

'약무호남, 시무대선'이라는 말, 사실 저는 조 반장이 만든 말인 줄 알았거든요. 근데 원조가 있었습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는 뜻으로 이순신 장군이 한 말이었더라고요. 이순신 장군은 곡창지대이자 전략적 요충지, '호남'을 지키기 위해 한산도에 진을 쳤다고 하는데요. 600년이 흐른 뒤, 대선을 10개월 앞둔 지금도 정치권에선 여야 모두 호남을 잡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 보입니다. 오늘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호와 국민의힘 김기현 호 모두 호남으로 향했습니다. 1시간 간격으로 광주 5·18 민주묘역을 참배했습니다.

[송영길/더불어민주당 대표 : 그때 5·18 데모를 주동했던 사람은 저였는데, 저는 죽지 못하고 우리 영진이가 5월 21일날 당시 도청 근방에, 그때 세무서 앞이던가, 거기서 계엄군 총탄에 쓰러졌는데, 제가 살아남은 사람의, 빚진 자의 심정으로 지금까지 학생운동을 하고 이 민주당에 여기까지 와 있는데, 우리 문재인 대통령께서 5·18 정신을 대한민국 헌법 전문으로 넣겠다…]

5·18 당시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민주당 송영길 대표에게도 광주의 비극은 예외가 아니었나 봅니다. 당 지도부와 함께 친구의 묘역 앞에 서서 묵념을 했습니다. 송 대표, 1시간 뒤 같은 묘역을 참배한 국민의힘 지도부에도 감사와 환영의 뜻을 표했습니다.

[송영길/더불어민주당 대표 : 여야가 모두가 하나가 돼서 5·18 정신을 기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호남은 자타공인 민주당의 뿌리죠. 뿌리가 튼튼해야 잎도, 꽃도 피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호남 지지율이 출렁이고 있습니다. 광주 전남 지역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50%대인데, 4월 재보선 직후에는 5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4월 마지막 주엔 부정평가도 40%에 육박했는데요. 집권 초반(2018년), 그리고 지난해(2020.5)만 해도 지지율이 90%를 넘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선 호남 유일의 최고위원 후보, 서삼석 의원이 지도부 입성에 실패하기도 했죠. 그래서일까요. 송영길 대표는 당직 인사의 키워드를 '호남'으로 잡은 듯합니다. 광주를 지역구를 둔 이용빈 의원을 대변인으로 임명한 데 이어, 송갑석 광주시당위원장을 당 전략기획위원장에 앉혔습니다. 호남 출신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말고 노무현·문재인 대통령도 광주의 편에 섰기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며 정권 재창출을 다짐했습니다.

[송영길/더불어민주당 대표 : (광주의) 이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 뛰었던 젊은 변호사가 있었으니 그분이 바로 문재인 변호사였습니다. '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쳤던 청년 정치인이 있었으니 그분이 바로 노무현이었습니다. 단호하게 광주의 편에 서고 정의의 편에 섰기 때문에 문재인·노무현 두 대통령을 배출하는 힘이 이 광주에서 같이 나왔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번엔 국민의힘 김기현 호입니다.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5·18 묘역을 찾았는데요. 김 원내대표보다 먼저 도착해 기다린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광주 전남 대학생들이었는데요.

[말만 하고 행동 안 하는 국민의힘 규탄한다!]
[광주에서 나가라!]
[5·18역사왜곡·폄훼법 개정 반대하는 국민의힘 해체하라!]

꿋꿋하게 묘역을 참배한 김 원내대표,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죄했습니다. 5·18 당시 본인은 대학생으로서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었다고도 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원내대표 : 참혹했고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될 우리의 역사를 잘 치유하고 민주영령들의 그 뜻을 승계·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우리 국민이 해야 될 역사적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희생당하고 아픔 당하고 계신 유족들과 또 돌아가신, 부상하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사실 광주와 국민의힘, 그리 가깝진 않았습니다. 2년 전,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시절엔 이런 의원들이 있었죠. 

[이종명/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9년 2월 8일) : 5·18이 정말 북한군이 개입된 것이었다, 합리적인 사실을 이제 하나하나 확인을 해나가야 됩니다. 5·18 폭동이라고 했는데 10년, 20년 후에 그것이 민주화 운동으로 변질이 됐습니다.]

[김순례/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9년 2월 8일) : 종북 좌파들이 지금 판을 치면서 5·18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면서,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김진태/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2019년 2월 8일) : 저는 정말 이 5·18 문제에서만큼은 우리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황교안 대표는 관련 의원들에 대한 징계를 미룬 채 5월 광주를 찾았습니다. 사죄는커녕 이런 말을 하다가 시민들에게 물세례를 맞았는데요.

[황교안/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2019년 5월 3일) : (공수처 설치는)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 치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이 정권 독재정권으로 가고 있다! 말하는 것입니다.]

[황교안은 물러가라! 황교안은 물러가라!]

반면 다음 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5·18 묘역에서 무릎을 꿇었죠. 유족들에게 사죄하고 당에서 나왔던 망언들에 대해서도 사과했습니다.

[김종인/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지난해 8월 19일) : 참회와 반성이 오늘의, 호남의 오랜 슬픔과 좌절을 쉬이 만질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지방 첫 일정으로 광주를 찾은 김기현 원내대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길을 따른 셈입니다. 국민의힘이 호남에 구애하는 이유, 최근 불거진 '영남당'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점이 크겠죠. 특히 지난 총선 이후 영남 편중 현상이 심해졌습니다. 집권을 위해선 전국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겁니다.

이번엔 여당 반장으로서, '송영길 호' 소식 좀 더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변화'를 내세운 송 대표, 당내 주류인 '친문'과는 다른 방향으로 뱃머리를 트는 거 같은데요. 대표적인 부분이 5선의 김진표 의원을 부동산 특위위원장에 내정한 겁니다. 위원장을 진선미 의원에서 김진표 의원으로 교체한 건 '부동산 규제 완화'의 시그널로 보이는데요. 김 의원, 김대중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노무현 정부에서 사회부총리를 지낸 관료 출신이죠. 김 의원은 평소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 입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1월 당 지도부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나 한시적 감면' 등의 방안이 담긴 정책 건의서를 제출한 바 있습니다. 송 대표는 정책위의장엔 지난 원내대표 선거에서 윤호중 대표와 겨뤘던 박완주 의원을 임명했는데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인재들을 당직에 연이어 임명하고 있습니다.

[박완주/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14일) : 마지막으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진정 어린 비판의 목소리가 터부시되고 있습니다. 모든 당원의 목소리는 소중합니다. 그러나 강성 당원의 과도한 압박으로 건강한 토론을 저해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당에서 논의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광주는 민주당의 뿌리" VS '영남당' 탈피…같은 날 광주 찾은 여야 지도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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