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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의혹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설치…"정부 조사단 한계"

입력 2021-03-08 18:56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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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LH직원 투기 의혹이 상당히 커지고 있죠. 정부가 경찰 국수본과 국세청, 금융위까지 참여하는 정부합동특수본을 설치하기로 했는데요. 조사대상자도 박근혜 정부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조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8일) 권력기관 개혁 업무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검찰을 비판했는데요. "견제와 균형을 위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관련 소식, 신혜원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영화 '강남 1970' : 서울을 강남으로 옮기면 어때 은밀히 해야 돼 (대한민국 비좁잖아 두고 봐 앞으로 땅만한 노다지가 없을 테니까 어차피 땅값은 힘 있는 놈들 펜대에서 나오는 거니까, 우린 그걸 이용하면 돼)]

'한탕'에 대한 열망이 강남땅을 향해 달리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두 남자, 건달 세계에 발을 들인 뒤 본격적으로 강남 개발을 둘러싼 아귀다툼의 중심에 섭니다. 그 정점엔 정치권과 관료들이 있었죠.

영화에는 당시 '투기꾼' 사이에서 쓰이던 은어도 등장하는데요.

[민성희 : 제가 영동 쪽에 땅을 보고 있는데 같이 반지 좀 돌리죠?]

'반지를 돌린다'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를 경우, 소개비 대신 금반지를 주던 것에서 나왔습니다.

[이제 막차 태워 시집보내죠]

대충 감이 옵니다. 특정 땅을 같은 일당끼리 사고팔아 가격을 올린 뒤, 물정 모르는 투자자에게 팔아넘긴다는 뜻입니다. 외에도, 중개인이 시세보다 매물 가격을 부풀려 판 뒤 차액을 챙기는 '데두리 친다', 중개인이 미리 사들인 뒤 비싼 값에 다시 내놓는 '찍기'라는 말도 있습니다.

매일 터지는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의혹을 보면, 차라리 이때가 양반이었지 싶습니다. '어둠의 세력'을 빌릴 생각조차 없이 그냥 자기 명의로 땅을 대놓고 샀습니다. 대국민 기만은 덤이죠. 농업경영계획서에 재배 작목, 영농 경력을 속인 건 물론이고, 직업 기재란은 아예 '공란'으로 제출했습니다. 여기에 친환경 공법까지 등장했죠. 배추밭 갈아엎고 희귀수종인 왕버들나무를 잔뜩 심었습니다. 왤까요? 품종보호에 일조하려고? 아닙니다. 희귀수종일수록 보상금이 높기 때문입니다.

LH 수장을 지낸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LH 직원들이 신도시 지정을 알고 투자한 것은 아닐 것"이라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타짜다, 선수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라 입을 모읍니다.

[정세균 (음성대역) :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등 공직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은 기관 설립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위법 이전에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 사생결단의 각오로 파헤쳐 비리행위자를 패가망신시켜야 할 것]

현재 관련 수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산하의 '부동산 투기 특별수사단'이 키를 잡고 있는데요. 정 총리는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로 확대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5 현행법상 LH 직원을 처벌할 근거가 될 수 있는 법은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법, 공공주택특별법 3갭니다. 업무상 비밀로 사적인 이익을 취했으면 징역이나 벌금(최대 7천만원)이 가능하지만, 수억 원, 수십억 원대의 시세차익은 환수하기 어렵습니다. 또 LH 직원 대부분은 소문을 들었을 뿐, 업무상 비밀을 활용한 건 아니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LH가 직원들 입단속에 나선 정황도 확인됐죠.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온 캡처 사진입니다. LH 인천본부 경영혁신부가 '땅 투기 의혹 관련 유의사항'이라고 보낸 단체 메일 인데요. "일부 언론사에서 광명 시흥 관련 관련자를 특정하기 위한 연락이 계속되고 있다"며 "회사 기본 입장은 '개인정보라 확인해줄 수 없다' 임을 명심하라"고 당부합니다. "대외로 절대! 유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바란다"고도 덧붙였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직원들의 혐의를 입증하려면 보다 전문적이고 강력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강훈/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이번 주에 나온다는 정부합동조사단의 발표도 마찬가지 수준일 거라고 봅니다. 일반적인 대면조사 수준에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내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이번 의혹을 처음 공론화한 참여연대와 민변은 정부 조사단 조사와 별개의 수사기관 강제수사나 감사원의 감사 병행이 필요하단 입장입니다. 일각에선 1,2 신도시 투기 사범을 대거 적발한 검찰이 관련 수사를 맡아야 한단 주장도 나오는데요.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이런 파렴치한 범죄행위를 정부가 조사해서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셀프 발본색원을 한다고 하니 아무도 겁내는 사람이 없고 긴장감이 없습니다. 즉각 감사원 감사 착수하고 검찰 수사 맡고 국정조사해야만 납득할 수 있지, 그러지 않고는 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경찰도 그동안 부동산 특별 단속 수사를 해오면서 역량을 높여왔다"면서 "조사권만 있는 총리실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차명 거래 부분은 경찰에서 들여다볼 것이다. 경찰의 수사 역량을 보여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다음 주젭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로부터 권력기관 개혁 관련 업무보고를 받았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퇴 후 처음이죠. 박범계 장관으로부터 검찰개혁 진행 상황을, 전해철 장관으로부터는 경찰해혁 및 코로나19 극복 방안을 보고 받았는데요. 상황이 상황인 만큼, 유독 검찰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주를 이뤘습니다.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 : 검찰은 우리 사회 정의 실현의 중추입니다. 검찰은 가장 신뢰받아야 할 권력기관입니다. 검찰권의 행사가 자의적이거나, 선택적이지 않고 공정하다는 신뢰를 국민들께 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검찰개혁은 검찰이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

바꿔 말하면, 현재의 검찰은 자의적이고 선택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또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규정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는 제도의 개선 있어야 한다"고도 했는데요. 이 정도면 상당이 직접적인 비판을 가한 셈입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가장 예민한 문제라 할 수 있는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요.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 :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닙니다. 견제와 균형, 인권 보호를 위한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입법의 영역이지만 입법의 과정에서 검찰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 수렴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사퇴 입장을 밝히기 전날, 정부여당의 '검찰 수사권 박탈' 추진에 항의하며 이런 신조어를 만들었죠.

[윤석열/전 검찰총장 (지난 3일) : 지금 진행 중인 소위 말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써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에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당 내 강경파 의원들은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해야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윤 전 총장은 "검수완판은 부패완판"이라는 말과 함께 사퇴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는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민주당의 손을 들어줬죠. 검찰 의견도 수렴하되, 지체없이 검찰개혁을 추진하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오늘 대검에선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조남관 차장검사의 주재 아래 전국 고검장 회의가 열렸습니다. 총장 사퇴 이후 조직을 어떻게 안정시킬지, 특히 윤 전 총장의 사퇴 요인이 된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런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총장 후임 인선을 위한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 구성을 "곧 마무리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는 두 가질 정리합니다. < LH 의혹,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설치…문 대통령 "기소· 수사권 분리는 꾸준히 나아가야 할 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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