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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안철수, 심야 맥주 상견례…단일화 물밑 신경전 치열

입력 2021-03-08 19:32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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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이제 말 그대로 단일화의 시간입니다. 야권 단일화 협상을 위해 어제(7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늦은 밤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데요. 분위기는 좋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 실무협상이 시작이 될 텐데, 단일화 방식을 놓고 양측의 신경전은 치열한 상황입니다. 박준우 반장이 야권 단일화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직장인들이 퇴근 후 가장 많이 찾는다는 음료, 바로 맥주입니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쌓인 피로를 씻겨주는 '퇴근 후 동반자'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한때 국민요정으로 불렸던 이효리 씨도 한 모금 마시면 바로 아재 포스를 뿜는다는 마성의 음료지요.

[JTBC '한끼줍쇼' : 이제 살 거 같네.]

맥주는 정치권에서도 종종 긴장감을 녹여주는 수단으로 사용됩니다. '캐주얼', '편한', '비격식'의 동의어처럼 쓰이는 것 같은데요. 맥주 회동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자리를 어떻게든 편하게 만들어보겠다는 정치적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인영 : 오늘 제가 맥줏값을 내는 날인데 정말 아깝지 않은 그런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나경원 : 호프(Hof)가 아니라 호프(hope)가 돼야 된다고 하셨는데 그런 미팅을 좀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이 우리 복 국장 스타일의 개그를 추구했었군요. 그 옆에 오신환 전 의원도 보이는데요. 저 두 분을 대신해서 어젯밤 맥주잔을 든 사람이 있습니다. 한동안 저 두 사람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던 오세훈 후보입니다. 오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어제 심야에 만나 맥주 한 잔을 기울였다고 하는데요. 동석자 없이 단둘이 말이죠.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왜 정치를 하느냐부터 시작해서 기본적인 말씀을 많이 나눴습니다. 맥주 한 잔 먹고… 그래서 정말 이분과 한번 해볼 만하다 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해볼 만하다는 말이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안 후보와는 '어떻게든 단일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의미가 있고요. 둘째는 말 그대로 '제대로 붙어보면 내가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란 의미가 있습니다. 오 후보가 이렇게 은연중에 자신감을 내비친 건 이유가 있습니다. 오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에서 깜짝 역전승의 주인공이 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인데요.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단일화 후보가 되면은 누가 되든 간에 이번에 야권이 이긴다는 확신을 갖고 있어요. 오늘 여론조사상에 나타나는 걸 볼 거 같으면 오세훈 후보의 약진이 아주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는 거기 때문에 결국은 국민의힘 후보인 오세훈 후보가 단일화될 거라고 내가 확신을 갖고 있어요.]

류 반장 발제에서 양자 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봤지요. 이번엔 박영선, 오세훈, 안철수 삼자대결 결과를 살펴보면요.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한 여론조사입니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35.8%로 선두고, 안 후보가 26.4%, 오 후보가 24.2%로 뒤를 이었는데요. 안 후보와 오 후보의 차이는 오차범위 내인 2.2%포인트였습니다. SBS가 넥스트인터랙티브리서치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서는 여야 전체 후보를 대상으로 적합도를 물었는데요. 박영선 30.7%, 오세훈 23%, 안철수 23%로 나타났습니다. 오세훈, 안철수 두 후보 간 차이가 없는 겁니다. 오 후보로선 기세를 몰아 안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시간을 벌면서 최대한 몸집을 키우는 게 유리할 텐데요.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기 싸움이나 수 싸움인데 우리 두 사람은 그런 데 휩쓸리지 말자 그런 건 실무팀한테 맡겨놓으면 족하다. 우리는 큰 줄기만 잡아주면 그러면 이 단일화가 아마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갈 거다 우리는 그런 역할에 충실하자…]

오 후보는 단일화 룰 협상에 직접적인 관여를 자제하고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공략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동시에 국민의힘 실무진은 물밑에서 안 후보와 단일화 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후보는 박영선에 집중하고 당은 안철수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면, 안 후보는 맥주를 마시기 전이나 마신 후나 마음이 급한 건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요. 오늘도 신속하게 단일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국민의힘을 압박했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여론조사를 하기 위해서도 먼저 준비를 하는 기간이, 안심번호를 준비하는 데 일주일 정도가 필요합니다. 그러면 다음 주 초에 여론조사를 한다고 하면은 당장 오늘내일 정도부터 실무팀을 가동을 해서 결정하지 않으면 그러면 후보 등록일에 맞추기가 어려운 그런 상황입니다.]

국민의힘이 시간을 지연시키지 않고 빨리 협상에 임하는 게 야권 지지자들의 열망이라고도 했는데요. 오 후보가 안 후보를 따라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태도였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작년 말 정도에 또 올해 초에 나온 여론조사 경향과 거의 비슷하게 차이는 그렇게 없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거의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고 여러 가지 조사 방법들이 다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는 그런 조사나 수치 하나하나에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사소한 것을 가지고 실랑이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자',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된 아름다운 단일화'. 두 사람이 어제 맥주를 마시며 합의한 내용이라고 하는데요. 저 발언은 어디까지나 수면 위로 드러난 것들이지요. 물밑에선 이미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두 후보 측은 단일화 협상팀을 각각 3명씩으로 꾸려 곧 공식 협상에 돌입하는데요. 우선 단일화 방식의 상당 비중은 일반시민 여론조사가 차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대해선 양측 간 이견이 없을 텐데요. 다만 여론조사 문구와 기호 등을 두고 다툴 것으로 보입니다.

[김근식 (어제/페이스북/음성대역) : 단일화되어도 기호4번으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여론조사 문항에는 정당기호를 빼고 묻자는 건 도대체 말입니까? 막걸리입니까? 4번 승리가 자신 있으면 문항에도 당당히 기호4번 넣으면 되고, 문항에 기호 안 넣을 거면 단일화 이후 4번고집도 말아야지요.]

국민의힘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여론조사 말고도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결합해서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는 구상을 누차 강조하고 있지요. 시민참여경선이나 TV토론 평가 등도 단일화 방안의 일부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 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의 동행 여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당내 경선에서 가장 큰 경쟁자였던 나 전 의원이 오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오 후보는 단일화 담판에서 협상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나 전 의원을 지지하는 당의 강성 지지층 표심도 흡수할 수 있을 텐데요. 문제는 오 후보와 나 전 의원 사이에 경선 과정에서 표출된 앙금이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오세훈/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난달 22일) : 나경원 후보께서 지난 총선 패배 책임론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하신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얻어낸 게 없었던 점에 대해서 지적을 했는데, 사실은 본인은 굉장히 뼈아프셨을 겁니다. 그러나 정치는 결과·책임이죠.]

[나경원/전 의원 (지난달 22일) : 오 후보께서 지난번에 본인의 총선 패배도 중국 동포 탓, 특정 지역 탓하시는 거 보고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남 탓하는 정치로는 저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선 나 전 의원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오 후보가 먼저 손을 내밀 가능성도 있는 만큼 잘 챙겨보다가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야당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오세훈-안철수, 심야 맥주 상견례…단일화 물밑 신경전 치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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