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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크] "당해봐"…통장에 꽂힌 의문의 '22만2222원'

입력 2022-06-04 18:19 수정 2022-06-04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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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피해자가 저희 취재진에게 보내온 통장 명세입니다. 당해봐'라는 이름으로 22만 2222원을 입금받은 뒤 계좌가 정지됐다고 합니다. 피해자에게 악의를 가진 누군가가 범죄 자금이 흘러가면 계좌가 묶이는 제도를 악용한 겁니다. 그런데 요즘엔 이뿐만 아니라 명품 시계 같은 고가 물건을 중고로 팔려다가 보이스피싱 조직에 당해 계좌가 정지되는 피해자도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지, 크로스체크 서준석, 조보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지난해 고가의 시계를 중고품으로 내놓았습니다.

5000만원이 넘는 가격이었는데, 선뜻 구매를 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김모 씨 : 일반 사람이었어요. 대화할 때에도 이상한 것 전혀 못 느꼈고. 정품 감정을 같이 좀 가달라 그래 가지고…'이 사람 (시계를) 사는 사람이 맞구나…']

실제로 시계방에 들러 정품 감정까지 받은 김 씨는 계좌이체를 통해 물건값을 받았습니다.

그 돈으로 지인에게 진 빚을 갚았는데 그로부터 약 두 시간 만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김모 씨 : 변제한 사람한테 연락이 오더라고요. '나 이상하다, 계좌가 안 된다. 확인해 봐. 나 너한테밖에 돈이 안 들어왔는데 너가 이상한 것 같다.']

확인해보니, 김씨 본인의 계좌도 정지된 상태였습니다.

알고 보니 김 씨의 계좌로 들어온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 자금이었던 겁니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피해가 접수되면, 피해 자금이 흘러간 계좌를 차례로 묶습니다.

때문에 보이스 피싱 조직책은 피싱 범죄와는 별개로, 중고 거래 구매자로 위장합니다.

피싱 피해자가 중고품 판매자 계좌에 돈을 넣도록 유도하고, 자기는 현물을 챙겨 빠져 나가는 겁니다.

피해 자금인 줄 모르고 돈을 받은 중고 거래 판매인은 계좌가 정지되고, 범죄자로 오인받기까지 합니다.

[김모 씨 : 솔직히 저는 진짜 정상거래 했고, 제가 뭐 잘못한 점이 하나 없다고 생각하는데…]

지급정지 제도의 허점이 알려지면서, 이를 이용한 범죄도 생겼습니다.

돈을 내면 원한 관계 등에 있는 상대 계좌를 묶어주겠다고 홍보하는 글도 있습니다.

실제 지급정지된 피해자의 계좌입니다.

22만2222원을 보내며 "당해봐"라고 적었습니다.

거짓으로 지급정지를 신청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이를 예방할 뾰족할 대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엉뚱한 피해자까지 만들어 내는 보이스피싱, 제도 변화에 따라 그 수법이 더 교묘해 지고 있습니다.

요즘 이들이 주로 노리는 목표는 코로나 피해 지원을 기다리는 소상공인입니다.

자영업을 하는 이원철 씨는 지난달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정부지원금으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는 겁니다.

[이원철 : 저는 이제 실제 대출을 지금 하려고 하는, 준비하는 상태였고. (피해자들이) 충분히 생길 것 같아서. 너무 그럴듯하게 왔거든요.]

상담원은 정부와 시중은행에서 주관하는 상품이라며, 카카오톡 친구추가를 요구했습니다.

[제보자 제공 보이스피싱 음성 : 정부랑 협약 맺고 나온 상품이신데요. 저희 ○○은행에서 지금 현재 진행 중이세요. 통화 중에 카톡 접속해 주시고요 제가 아이디를 불러드리면 고객님께서 친구 추가 먼저 해주시면 되세요.]

대출광고문자는 가장 많은 보이스피싱 수법인데, 사회 변화에 맞춰 그럴듯하게 문구를 바꾼 겁니다.

코로나 상황에선 정부지원금을, 최근엔 정부의 추경을 미끼로 했습니다.

기자 휴대폰으로도 비슷한 내용의 문자가 5월 한 달 사이 5통이나 왔는데, 전화해보니 모두 사라진 번호였습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가입자의 사정으로 통화를 할 수 없사오니…]

[유지훈/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제범죄수사과 경정 : 미끼 문자가 대량으로 나갑니다. 내용은 전문가들도 구별을 못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자로 오는 거는 전부 다 의심해라.]

전문가들은 현금을 요구하는 행위와 대출문자는 무조건 의심하고, 지인들끼리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공유하라고 조언합니다.

[유지훈/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제범죄수사과 경정 : (피해자들이) 전통적인 수법에 훨씬 더 많이 당하고 있다. 방심을 하는 겁니다. 내가 알고 있다라고. 굉장히 고학력자들도 다 당하거든요.]

(영상디자인 : 오은솔·곽세미, 취재지원 : 김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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