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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악취 진동 '썩은 물' 뿜는 마을 뒷산…왜?

입력 2021-04-29 21:22 수정 2021-04-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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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불법 폐기물을 몰래 묻어둔 매립장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문제가 드러났지만, 아직도 오염된 썩은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되는대로 치우고는 있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그사이 피해는 주민들 몫입니다.

밀착카메라 연지환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멀리 보이는 검은색 천, 산을 뒤덮고 있습니다.

전북 완주군에 있는 한 마을 옆에 있는 산에는 저렇게 한 면이 비닐로 완전히 덮여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까지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데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지금부터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가까이 갈수록 냄새는 더 독해집니다.

거대한 통이 여러 개 놓여있습니다.

지난 2017년까지 사용됐던 폐기물 매립장입니다.

현장으로 가까이 와봤습니다.

악취는 조금 더 심해졌는데요.

제 옆에 있는 이 통이 침출수 그러니까 쓰레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썩은 물을 모아 놓는 30톤짜리 통입니다.

땅으로 스며든 침출수의 경우에는 바로 여기, 이곳으로 이렇게 모이고 있습니다.

[침출수 작업자 : (몇 번씩 왔다 갔다 하세요?) 다섯 번. 매일 다섯 번씩. 저기 있는 물을 여기 올려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내는 거예요.]

지난 2014년부터 원래 묻히기로 한 폐석재가 아닌 하수 찌꺼기 등 60만 톤이 매립됐습니다.

차수벽이 설치되기 전에 침출수는 이곳 저수지로 흘러들어왔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콘크리트 벽을 설치해서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막아 놓고 있는데요, 이 물을 떠보면요.

이렇게 시커멓게 오염된 물을 볼 수가 있습니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황화수소가 배출 기준의 최대 6천800배 검출됐다고 합니다.

지난해 감사원은 지자체에서 필요 없는 매립지를 계획했고, 허가받지 않은 폐기물을 매립하는 걸 묵인했다고 조사했습니다.

폐기물을 다른 매립지로 옮기는 방안도 마련하라고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릅니다.

[이재국/완주군청 폐기물관리팀장 : 매립장 위치를 잡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이전에 대해서 타당성 용역을 하고 있어요.]

피해는 주민들 몫입니다.

[임홍권/전북 완주군 백도리 : 전에 물고기도 살았는데 물고기도 다 죽어버리고 물고기도 없어요.]

농사를 안 짓느니만 못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병훈/전북 완주군 백도리 : 오염물이 전부 다 키운 거라 안 가져가겠다. 뭐 농민들이 참 피눈물 나는 서러움을 당하고.]

지자체 담당자가 바뀌다 보니, 해결은 지지부진했습니다.

[이병훈/전북 완주군 백도리 : 환경과장이 와서 이런저런 약속을 했단 말이야. 근데 그 사람 어디로 이전해서 다 가버리니까 아무 소용이 없이 그냥 원점으로 돼 버렸어.]

지자체가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폐기물 배출 업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유종희/A업체 대표 : 침출수의 원인이 고화토라고 하는데, 완주군에서 직접 용역한 용역 보고서에도 페놀이 저희 제품에서는 전혀 검출되지 않았고, (고화토를 매립하려고 땅을 팠는데) 시커먼 폐기물이 (이미) 묻혀 있는 걸 보실 수가 있고…]

자신이 매립하기 전부터 이미 침출수가 나오고 있었다는 것이 업체의 주장입니다.

심각한 곳은 또 있습니다.

시꺼먼 웅덩이가 곳곳에 보입니다.

폭탄을 맞은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저기 검은 물이 스며들었고, 죽은 동물도 보입니다.

물은 계속 나옵니다.

물 색깔이 마치 화학 약품을 탄 것처럼 시커멓습니다.

하지만 이 물은 화학 약품을 탄 게 아니라 땅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침출수입니다.

문제는 5년 전 처음 드러났습니다.

일반폐기물과 허가받지 않은 폐기물이 함께 묻혔다는 겁니다.

파묻힌 143만 톤 중 옮겨진 건 0.2%에 불과합니다.

이곳에서는 폐배터리와 화학 제품이 불법으로 파묻혔습니다.

시커멓게 오염된 물이 솟아나고 있는데요.

중금속도 다량으로 검출됐다고 하는데, 여기뿐만 아니라 여기서도, 이 옆에서도 사방에서 오염된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걱정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습니다.

[A씨/지역주민 : 복구도 한다고 하고 하지도 않고. 농사는 둘째 치고 환경오염 때문에 그러지. 지하수 물 같은 거 완전히 다 버렸어.]

[B씨/지역주민 : 똑같아 장점마을하고. 쉽게 안 돼요. 떠들면 조금 하는 척하다가 안 떠들면 조용하고.]

매립지를 운영하는 대표는 자신은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채 부지를 사들였고, 전 업주가 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지원 없이 본인은 치우기만 한다는 주장입니다.

[전북 익산시청 관계자 :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업체가 다수여서 소송이 끝나지 않음을 근거해서 (복구)참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에요.]

지자체들은 뒤늦게 소송 중입니다.

하지만 이 폐기물들이 옮겨질 때까지 수 년 간 침출수를 견디는 건 온전히 주민 몫입니다.

이렇게 되기 전에 철저하게 추적, 관리하는 게 정말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요.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조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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