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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일본 대사는 '초치', 미국 대사는 '면담'?

입력 2019-08-29 21:53 수정 2019-08-29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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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제(28일) 우리 외교부가 오전에는 일본대사를, 오후에는 미국대사를 불렀습니다.

[기자]

똑같이 우리 외교부가 불렀다고 표현을 했는데 외교부 보도자료를 보면요. 주한일본대사는 '초치', 주한미국대사는 '면담' 이렇게 차이가 있습니다.

[앵커]

의미상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까?

[기자]

네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일단, 초치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런 뜻입니다.

'불러서 오게 하다' 입니다.

우리 정부가 당신 나라에 할 말이 있으니 오라 이렇게 말하는 것인데요.

흔히 초치를 '항의하기 위해 부르는 것'이라고만 쓰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틀린 것입니다.

즉 원래 뜻으로 보면 어제 우리 정부가 미국 대사를 '초치했다'라고 표현해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맥락을 살필 필요는 있습니다.

외교부 입장에서는 언론보도나 또 국민들이 '초치'를 보통 '항의'라고 인식하고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그런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겠죠.

한국과 미국 관계가 갈등이 있다고 보지 않는 것이 외교부의 입장입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초치'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외교부는 밝혔습니다.

보도자료를 보면, 표현상에도 차이도 있습니다.

일본대사에게는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서 "항의, 촉구, 유감을 표했다"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반면 미국대사와는 지소미아 등 양국 현안에 대해서 "협의하고 설명 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앵커]

그러면 항의가 아닐 때도 '초치'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까?

[기자]

항의가 아닐 때도 씁니다.

어제 두 대사를 부른 조세영 차관이 과거 자신의 저서에서 "반드시 좋지 않은 일로만 외국대사를 초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시죠.

모두 외교부가 공식 보도자료에서 '초치'라는 표현을 쓴 경우입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국민이 납치됐을 때, 구조에 협조해준 것에 감사하기 위해 초치를 했다거나 우리나라에서 베트남 여성이 살해됐을 때 애도를 표하기 위해 초치를 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됐을 때 '가결 상황과 향후 국정 관련 설명'을 위해 미국 등 주요국 대사를 초치했다 이렇게 외교부가 표현을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항의가 아닐 때도 쓰이기도 하고 아까 이가혁 기자가 설명하기로는 초치가 곧 항의하려고 부른다라고 쓰이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틀리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런 인식이 생겼을까요?

[기자]

항의성 초치가 많이 보도가 되고 또 그만큼 많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 외교부 공개한 보도자료로 확인가능한 것을 기준으로 초치를 따져봤는데요.

반대입장 표명 또 유감의 뜻 표명 같이 항의 성격의 초치가 많았습니다.

저희가 따로 분석해보니까 29건 중에 18건이 항의의 경우였습니다.

초치의 의미 전문가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서정건/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미디어가 이것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의 문제가 있는데. 상대국 국가의 대사를 특별히 부른다고 할 때는 다른 루트들도 굉장히 많은데 초치를 한다는 건 공개적 의미가 있잖아요. 우리도 이런 나름 대응을 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굉장히 확실한 방법 중의 하나인 거죠.]

특히 항의할 때 효과가 좋기 때문에 공개적인 항의성 초치가 많은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 사례는 지소미아 종료를 두고 의견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외교부가 미국대사를 불렀죠.

부른 사실 자체는 공개하면서도 항의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밝혔기 때문에 좀 더 복잡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또 한가지 어제 일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 대사를 항의 성격으로 부른 것이고 이런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런 보도를 하기도 하던데 이것이 정말 진짜 처음 있는 일입니까?

[기자]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까 전례가 있습니다.

1994년 3월에 미국 정부 고위 인사들이 "한국이 국가보안법을 폐기할 것을 희망한다" 이렇게 밝히자, 당시 한승주 외무장관이 제임스 레이니 주한미국대사를 불러서 유감의 뜻을 전했습니다.

당시 방송 뉴스를 보면요,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에 전례없이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이후 같은해 8월에도 같은 사안으로 다시 한번 초치해서 항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즉 어제 미국대사 케이스가 좀 이례적이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전례가 없는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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