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단독] 용평 사망사건 집코스터 '약한 배관용 철재' 썼다…막을 '법'도 없다

입력 2021-11-20 18:33 수정 2021-11-20 22:20

[크로스체크] 관리 사각 '공포의 집코스터'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크로스체크] 관리 사각 '공포의 집코스터'

[앵커]

지난주 강원도에서 30대 여성이 집코스터를 타다가 레일이 끊겨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레일을 뭐로 만들었길래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저희가 자재 시험 성적서를 입수해 봤는데요. 배관을 만들 때 쓰는, 강도가 약한 철재를 쓴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관련 규정이 없어서 왜 이런 철재를 썼냐고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황당한 상황입니다.

'크로스체크' 서준석, 윤재영 기자입니다.

[서준석 기자]

강원도 용평의 집코스터입니다.

레일의 중간이 뚝 끊겨 있습니다.

사고가 난 건 이달 7일.

레일에 몸을 맡겼던 30대 여성 A씨가 5m 아래로 추락했고, 결국 숨졌습니다.

경찰이 국과수와 함께 이 레일을 뜯어봤습니다.

중간중간 균열이 난 곳만 15곳이었습니다.

놀이기구가 설치된 지 만 1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입니다.

[이선효/한국하강레저협회장 : 한번에 파단 난(부러진) 것이 아니라 여러 기간에 걸쳐서 파단이 진행되고 있다가… 유지·관리를 잘했으면 이 또한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JTBC가 확보한 이 업체의 자재 시험 성적서입니다.

제품규격란에 건물 구조용이 아닌, 배관재 용도의 철강이 사용됐습니다.

배관재는 구조용 철강에 비해 강도와 내구성이 낮아 반복된 충격을 주는 레저용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선효/한국하강레저협회장 : 내용 물성에 대한 파악(을 못 했고),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보니깐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업체 측은 집코스터를 건설할 당시 참고할 만한 규정이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시공업체 관계자 : 배관용을 썼느냐, 구조용을 썼느냐 말씀하시는데 솔직히 이런 데이터는 어디 나온 게 없어요. 구조 검토를 해달라고 정부 몇 군데에 연락했는데 한 곳도 해준 데가 없었어…]

해당 시설이 신고는 됐는지, 안전 점검은 받았는 지 지자체에 물었습니다.

[평창군청 관계자 : 우선 법규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깐 지자체에 담당하는 곳도 없고, 인허거나 신고 대상도 아니고요.]

이 놀이시설을 관리·감독할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정부는 레포츠 시설을 '유원시설물'로 분류해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집라인·집코스터 같은 하강 레저시설들은 이 '유원시설물'에서 빠져있습니다.

대다수 시설은 정부나 지자자체가 설치 여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 : 저희가 해야 되는 의무는 아닌 거라 그나마 계도 목적으로 진행을 하고 있는… 저희도 정말 지자체에 신고하는 걸 다 찾아낼 상황도 아니고…]

[윤재영 기자]

용평과 비슷한 방식의 구조물에서는 2014년 거제에서 있었던 추락 사고와 지난 10월 여수에서 두 차례의 멈춤 사고까지 앞서도 여러 번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지난 6월 함양에서는 두 남자가 60M 높이에서 2시간이나 버텨야 했습니다.

[오우 무섭다야. (기다려 봐요.)]

[매우 아픕니다. 벌써 50분째.]

모두가 손 놓은 사이 결국 업계 스스로 안전을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강원도 남이섬, 구불구불하게 만들어진 집코스터를 아이들이 탑니다.

겉보기엔 비슷하게 생겼지만 사고가 난 용평 집코스터와는 다르게 설계돼 있습니다.

[이선효/한국하강레저협회장 : 일반적인 집코스터 같은 경우에는 흔들림이 거의 없고 단단하게 묶여져 있는데 용평에서 난 집코스터 사고 같은 경우에는 파이프가 연결, 연결이 되어 있잖아요. 흔들리다 보니까 연결 고리가 계속 피로도가 쌓여서 결국에는…]

남이섬에 있는 직선형의 또 다른 집라인 시설.

점검용 기계가 와이어 위를 움직이며 마모된 부분을 확인합니다.

그러나 이런 점검은 현재로서 의무가 아닙니다.

오히려 업계가 규정을 요구하고 기준도 만들었지만 변화가 없습니다.

[이선효/한국하강레저협회장 : 매뉴얼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지키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고 법적으로 강제를 해야지 그거 무서워서라도 지키기 때문에 그런 건데, 매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사라지고…]

지금은 각 업체의 자발적인 노력에만 기대는 상황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업체를 믿고 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경인/서울 은평구 : (타시기 전에 확인하시거나 이런 게 있었는지) 딱히 확인하진 않았고요. 어쨌든 높이가 높지 않아서 위험해 보이지 않고 안전에 대한 건 당연할 거라고 생각…]

저희 취재진도 탑승을 앞두고 있는데요. 운영 전에 직원들은 매일 와이어가 잘 매어져 있는지, 마모는 얼마나 되었는지 검사해야 하고 소비자는 안전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합니다.

소비자는 이용 전 충분한 안전교육을 하는지와 보험이 적용되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업체가 안전점검 여부를 공개한 경우에는 이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인턴기자 : 신단미)

관련기사

[크로스체크] 테이저건, 가죽점퍼엔 무용지물…국산 장비 현실은? [크로스체크] '정치인 현수막'은 단속 예외?…뗐다고 절도죄 신고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