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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보호'라는 이름으로…'애니멀 호더' 고통받는 동물들

입력 2021-09-10 20:58 수정 2021-09-10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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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한 집에 70마리 넘게 같이 살던 고양이들이 구조됐습니다. 동물을 보살핀다기보다 수십 마리씩 몰아놓고 방치하는 건 시작은 사랑이었을지 몰라도 동물들 입장에선 보호라는 말로 포장할 수 없는 학대에 가깝습니다.

밀착카메라 이희령 기자입니다.

[기자]

제 뒤로 보이는 곳은 원래 강아지들의 쉼터로 운영됐던 곳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열악한 모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떤 상황일까요. 또 왜 이런 모습이 되었을까요. 직접 살펴보겠습니다.

멀리서 살펴본 마당, 사료자루와 무언가가 담긴 봉투들이 쌓여있습니다 다리도 얼굴도 삐쩍 마른 강아지들이 뒤엉켜 살고 있습니다.

파리는 물론 쥐들도 돌아다닙니다.

지금은 아무나 드나들 수 없게끔 문이 막혀 있는데요.

밖엔 남은 사료가 있고, 파리가 꼬여 있습니다.

벽 너머를 보면 개들이 있는데 그 사이엔 쓰레기와 개집이 뒤섞여 있습니다.

동네 주민들을 만나봤습니다.

[동네 주민 : 말도 못 해. (키우는 개들이) 아주 여기 길에다 똥 싸고. 밤에 자질 못하지.]

[김승현/동네 주민 : 개들이 물어뜯어서 상처가 많이 났었어요. 많이 아물었는데 꼬리뼈가 휘었어요.]

[동네 주민 : (신발) 이거 새것 하나 물어가서 가서 얘기하니까 '우리 애들이 그랬지 내가 그랬냐'고 욕 막 하고…]

어떻게 이런 상황이 됐을까, 개들 주인을 찾아가봤습니다.

[선생님! JTBC에서 나왔는데.]

벽 너머로 나타난 주인, 주민들이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고 합니다.

[개 주인 : 나를 이 동네에서 밀어내려나 본데 인간의 마음대로 안 되는 거야. 이 산 짐승들을 자기네들이 어떻게 죽일 거며…]

자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개들을 돌보고 있다고 합니다.

[개 주인 : 얘네 간식 떨어진 적이 없어요. 나는 못 먹어도.]

개들에게 강한 집착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개 주인 : 내 목숨은 없어. 바꿨어 난 이미. (목숨을 강아지들이랑 바꾸신?) 난 바꿨어요.]

본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개들을 많이 기르는 상황, 정작 동물들은 열악한 환경에 처하게 된 겁니다.

개들 수십 마리가 있다는 또 다른 사육동도 있었지만,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개 주인 : (저희가 안 들어갔으면 하는 이유가 뭐예요?) 들어오면 똥 밟아.]

지자체도 난감합니다.

[포천시청 관계자 : 폐쇄 명령도 나가고 동물보호법 위반 과태료도 내고 그렇게 했었습니다. 소유자가 있는 개들은 저희가 강제로 할 수 있는 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이번엔 또 다른 현장에 와봤습니다.

뒤로 보이는 건물에 많은 강아지들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모습인지 직접 살펴보겠습니다.

문이 닫혀 있어서 안을 볼 수가 없는 상황이고요.

조금 더 옆으로 와보면, 환풍기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창문 너머 강아지들이 짖고 있습니다.

원래 토끼농장이었는데 개 사육장이 됐습니다.

열린 창문 사이로 안쪽을 살펴봤습니다.

지저분한 개들이 작은 우리 안에 모여있습니다.

털이 빠져 피부가 드러나 있습니다.

곳곳에 때와 얼룩, 먼지가 가득합니다.

얼핏 보이는 것만 수십 마리, 강아지들도 있습니다.

주인은 관리가 미흡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개 주인 : 아직은 누추해요. 솔직히 욕먹을 만해요. 애들이 그렇게 삽시간에 늘어날지는 몰랐고…]

애니멀 호더와 같은 학대는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개 주인 : '호더'라는 게 뭐 이렇게 수집하는 사람이잖아요? 미친 것처럼. 그런데 저는 그 정도는 아니고.]

[박소미/봉사자 : 본인이 데리고 있어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그 관점이 제일 큰 문제인 것 같아서… (사육동) 안을 보는 걸 거부하다 보니까 저희도 선뜻 무언가를 도와드리기가 어려운…]

이런 사례는 꾸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현지/동물권행동 카라 정책실장 : 애니멀 호더는 동물을 구조해도 방치 사육 등의 동물학대가 다시 되풀이되기에 처벌과는 별개로 사람에 대한 제도적 차원의 모니터와 (중성화 지원정책 등) 재발 방지 대책이 병행돼야 합니다.]

지금도 많은 동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안전하고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동물을 키우는 것, 보호라는 이름으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구조와 함께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원도 시급해보입니다.

(영상취재 : 최대환 / VJ : 박선권 / 인턴기자 : 이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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