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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광우병 괴담에 병원서도 거부…'야코프병' 환자 고통

입력 2018-07-11 07:29 수정 2018-07-1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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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에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 환자들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인간광우병과 유사한 질환으로 아직 병의 원인, 또 치료법이 알려지지 않은 희귀병입니다. 환자들은 어떤 것도 알 수 없는 이 병과도 싸우지만, 싸늘한 주변의 시선과도 마주해야 합니다. 40곳의 병원에서 입원을 거절 당했다가 결국 사망한 환자도 있습니다.

김지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의 한 종합병원입니다.

올 초 이 병원에 '인간광우병' 환자가 입원해 있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제보자 : 저희가 바로 옆 병실이라서 회진 돌 때 하는 얘기 듣기도 했고, 광우병 걸렸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소문의 당사자는 58세 송모 씨.

[기자 : (가족분과) 잠깐 얘기하고 싶습니다.]

어렵게 인터뷰에 나선 송 씨 아들, 이모 씨는 건강하던 어머니가 두통을 호소한 지 1달 만에 가족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모 씨 : (어머니가) 밤에 막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었고요. 치매 증상이 있는 노인 같은 모습이었는데, 그 속도가 빠르게 진행이 돼서 정말 하루가 다르게 (악화했다.)]

지난 1월 송 씨는 이 병원에서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 이른바 CJD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결핵, 한센병 등과 함께 3군 감염병으로 지정된 CJD는 변종CJD와 산발성CJD 등으로 나눠집니다.

'인간광우병'이라 불린 변종형 CJD는 아직 국내에 보고된 사례는 없습니다.

송 씨는 이 중 '산발성 CJD'입니다.

'산발성 CJD' 는 매년 의심 환자가 늘어나 지난해에는 150명을 돌파했지만 아직 치료법은 커녕 원인도 연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상윤/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 나이나 성별이나, 이 사람들의 영상 자료라든지, 이런 것들을 모아 놓은 것이 없기 때문에 연구가 안 되죠.]

실제로 송 씨가 산발성 CJD임이 확인되자, 해당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다른 병원으로 옮기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후 입원을 거절한 병원만 40군데에 달했습니다.

[OO병원 의사 : 저는 의사지만 병원 입장도 있거든요. 일회용(진료도구) 사용하고 폐기하고 특수소독해야 하는데, 그걸 당해낼 재간이 없는 거죠.]

감염 원인조차 규명되지 않은 희귀병 환자를 받을 여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모 씨 : 차라리 치매환자라고 속이고 (병원에) 들어가라. 이런 말도 들었어요.]

이 과정에서 가족들은 알수 없는 질환에 대한 공포뿐 아니라 주변의 시선과도 싸워야 했습니다.

[이모 씨 : 간병인 선생님도 어머니의 병 증상을 말씀드리면 많이 좀 꺼려 하시다가, 오셨다가도 한 며칠 하시고 가는 분도 계시고.]

송 씨는 결국 국립의료원으로 옮겼지만 지난 4월 합병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이모 씨 : 응급실 가시기 직전에 제 여동생이랑 이렇게 부둥켜안고 우셨대요. 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간인 것 같다는 느낌이 왔던 것 같은데…]

'인간광우병' 논란의 사각지대에서 야코프병 환자와 가족의 고통은 커지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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