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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한국이 로비했을 것" 유네스코 군함도 경고에 日 힘빠진 억지 주장

입력 2021-07-15 18:50 수정 2021-07-1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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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내일(16일)부터 온라인으로 열리는 제4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일본의 군함도 역사 왜곡'을 논의합니다. 유네스코는 지난 12일, 일본이 당초 약속과 달리 과거 군함도에서 벌어진 강제노역 실태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한 결정문안을 공개했는데요.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표현이 들어간 이 결정문안은 21~23일쯤 공식 채택될 전망입니다.

 
일본 군함도 전경. 〈사진=연합뉴스〉일본 군함도 전경. 〈사진=연합뉴스〉

■일본 '언플' 차단 나선 정부…뒤늦게 억지 주장 펼친 우익

결정문안이 공개된 날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결정문안이 나온 배경과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결정문안을 볼 수 있지만 굳이 당국 차원에서 설명을 한 이유는 일본이 그간 국제기구의 결정 사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여론몰이를 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일부 일본 언론은 억지 주장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산케이는 오늘 우익 인사들의 입을 빌려 “한국 측의 주장과 달리 군함도 주민들은 조선인을 포함해 누구도 강제노역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한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검증은 제쳐두고 '가해자'인 일본이 한국의 피해 호소를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는 건 일그러진 역사 인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산케이 신문은 지난 13일에도 섬 주민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유네스코가 한국 편만 들었다. 한국의 강한 로비 활동이 있었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군함도의 진실'이라는 일본의 트위터 계정은 어제 “군함도를 마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와 동급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유네스코의 결정문안을 비판했습니다. 유네스코 조사단은 지난 6월 군함도 관련 내용이 전시된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를 방문한 뒤 “어두운 역사는 조명하지 않았고, 희생자 추모 기능도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군함도의 진실' 측은 이를 두고 “조사단이 공평하지 않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군함도의 진실'은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단체인 '산업유산국민회의'가 관리합니다. 이 단체는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 운영에도 관여하고 있습니다.

 
일본 관변단체가 운영하는 '군함도의 진실' 트위터 계정. ″유네스코의 결정문안을 보면 한국 측 주장 일변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쳐〉일본 관변단체가 운영하는 '군함도의 진실' 트위터 계정. ″유네스코의 결정문안을 보면 한국 측 주장 일변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캡쳐〉

일본 우익 의원들은 유네스코 분담금을 축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마루야마 호다카 중의원은 지난 13일 트위터에 “자료나 논리를 무시한 한국의 로비에 나약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며 “분담금을 보류하거나 감액해야 한다. 역사를 조작할 수 없다”고 썼습니다. 올해 일본이 유네스코에 낸 분담금은 우리 돈으로 약 175억 원 정도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전체 분담금의 11% 수준입니다. 한국은 약 46억 3000만 원을 분담해 10위(분담률 2.926%) 수준입니다.

 
마루야마 호다카 중의원이 지난 13일 올린 트위터. ″한국의 로비에 약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고 썼다. 〈사진=트위터 캡처〉마루야마 호다카 중의원이 지난 13일 올린 트위터. ″한국의 로비에 약하게 대응해선 안 된다″고 썼다. 〈사진=트위터 캡처〉

■공감 못 얻는 일본 여론전…"강제노역, 한·일만의 문제 아냐"

하지만 일본의 '한국 로비론'은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오히려 일본이 유네스코에 많은 돈을 내며 여러 방면으로 로비를 하고 있는 건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런 식의 적반하장격 주장은 일본의 안 좋은 이미지만 굳어지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일본의 '여론전'이 하루 이틀이 아닌 점도 피로감을 더합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던 2015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승은 민족문제연구소 학예실장은 “당시 우리 정부와 시민단체가 역사의 밝은 면만 강조하려는 일본의 태도를 지적했고, 세계유산위원회도 공감하면서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라며 “그러자 가토 고코(현 산업유산정보센터장)가 '한국 시민단체와 정부가 합작하고 있다'는 주장을 우익 잡지에 기고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실장은 “여전히 일본은 자신들의 잘못을 직시하기보다 그동안 해온 방식대로 유리한 여론 만드는 데에만 힘쓰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유네스코 산하 조사단이 지난 6월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를 방문한 뒤 작성한 보고서 표지. 〈사진=JTBC 보도 캡쳐〉유네스코 산하 조사단이 지난 6월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를 방문한 뒤 작성한 보고서 표지. 〈사진=JTBC 보도 캡쳐〉

1940년대 일제에 의해 자행된 가혹한 강제노역의 피해는 한국인만 당한 게 아니라는 점도 일본의 논리를 군색하게 만듭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사이의 문제로만 봐선 곤란하다”라고 충고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중국,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당시 굉장히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가 군함도를 포함한 7개 산업 시설에서 강제로 일했다”며 “미군 연합군 포로 단체나 네덜란드에서도 세계유산위원회에 일본의 역사 왜곡을 문제 삼는 서한을 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일 문제로 몰아 감정 싸움을 하려는 일본 우익의 논리에 빠져선 안 된다는 겁니다. 김승은 실장도 “세계 시민들의 다각적 노력과 유네스코의 현장 조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된 사안을 '로비'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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