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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의원직 사퇴 강수…'윤희숙다운' 되치기, 신의 한수 되나

입력 2021-08-25 18:48 수정 2021-08-2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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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치와 상식의 정치를 주장해온 제가 신의를 지키고, 자식된 도리를 다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오늘(25일) 오전 10시 10분 국회 소통관.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대통령 후보 경선을 향한 여정을 멈추겠다. 또한 국회의원 직도 다시 서초갑 지역 구민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윤 의원의 부친이 농지법 위반 의혹이 있다고 했습니다. 어제(24일) 당 지도부는 “문제 없다”는 결론. 그런데도 '의원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꺼낸 겁니다.

밤사이 당 지도부와 주변에서 사직을 만류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기자회견 직전까지 의원회관 윤 의원의 방으로 의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회견장에도 이준석 대표가 “의원직 사퇴는 막겠다”며 뛰어온 상황.

윤 의원의 발표가 끝나자, 이 대표는 눈물을 훔쳤습니다. 윤 의원은 이 대표의 손을 잡고 “제가 보고 싶어 하는 정치인이 되려고 결심했다”며 울먹였습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사직의 변.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다. 그 최전선에서 싸워온 제가, 비록 우스꽝스러운 조사이기는 하지만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할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른바 '이재명 저격수'인 윤 의원은 '높은 도덕성 잣대'도 거론했습니다.

-지도부에서 혐의가 없다고 했는데 왜 의원직까지 내려놓나.
“정치인에게 도덕성의 기준이 높아야 한다 생각한다. 제가 대선에 출마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그것이었다. 우리나라는 보통의 국민보다 못한 도덕성과 자질을 가진 정치인들을 국민들이 그냥 포기하고 용인하고 있다. 지금 여당 대선 후보 보시면 보통의 대한민국 국민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도덕성 수준이다. 쌍욕에, 음주운전에, 싸이코 먹방까지. 우리 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4년 전 대선 때 우리 당을 없어져야 하는 정당이라고 조롱하신 분이 대선후보로 뛰고 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부모의 의혹까지 정치인들은 책임져야 하나.

“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가장 날카로운 비판을 해온 사람이다. 어제 언론 보도들은 천편일률적으로 제 발언을 희화하하는 내용을 굉장히 많이 내보냈다. 제가 그걸 보면서 이렇게 희화화되게끔 내버려둬서는 안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이번에 정치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닌가.

지금 제가 책임지는 방식이 의원직 사퇴다. 저라는 개인 정치인이 저와 가족이 연루된 문제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25일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기자회견장을 찾은 이준석 대표. 윤 의원을 만류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기자회견장을 찾은 이준석 대표. 윤 의원을 만류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의원은 기자와 만나 “국민의힘의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어떤 방식이든)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현재는 의원직 사퇴만이 정치인이 책임지는 방식이라는 결심은 단호했지만, 미래는 열어두었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윤 의원 본인이 책임지는 방식이라 하셨지만 저는 책임질 일 없다고 생각한다”며 “의원직 사퇴는 재고할 수 있도록 계속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의원은 회견에 앞서 사직서를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국회법상 회기 중에는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의원직에서 물러날 수 있습니다. 무기명 투표로, 재적 의원의 과반 출석과 재석 의원의 과반 찬성이 필요합니다. 12월까지는 정기국회가 이어지기 때문에, 윤 의원은 '마음대로'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재명 지사 캠프 김남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퇴 의사는 전혀 없으면서 사퇴 운운하며 쇼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속 보이는 사퇴 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일각에선 "여든이 가까이 된 서울 노인이 세종시까지 와서 농사를 짓겠다고 한 것은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농사짓겠다고 샀는데 공단용지 주변 땅 아니냐"며 부친 의혹부터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신의 한수? 국면 전환?

당 안팎에서는 '충격적'인 윤 의원의 결심에 “윤 의원답다”, “신의 한 수”라는 말들이 나왔습니다.

①부친 부동산 거래 의혹에 일단 '높은 수위'로 책임을 졌고, ②권익위 조사의 부당성(부실함)에 여론이 쏠리게 됐다는 것.
또 '정치인 윤희숙'을 놓고도 ③정치인에 높은 도덕성 잣대를 요구하고 책임지는 일관성, ④'높은 도덕성' 잣대를 강조하며 이재명 지사 저격 효과까지.

한편에선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논란을 두고, 파장이 더 커지게 됐다고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지도부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윤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한 마당에, 탈당을 요구받은 의원들에게도 나가라는 압박이 커질 것”이라며 “탈당 권유만 하고 내버려 둔 여당이나 야당 지도부 모두 이 문제를 그냥 덮고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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