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이장면]뺨에 붙인 검정 테이프는 뭘까? 우리가 몰랐던 세리나의 결핍

입력 2022-06-29 18:5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이건 뭘까요. 얼굴에 덕지덕지 검정 테이프가 붙어 있습니다. 그 안에 세리나 윌리엄스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늘 강해 보였던 여자 테니스 최고 선수에게도 약점이 있었습니다. 코 주위 뼛속에 있는 빈 공간, 부비강을 확장해주는 패치였습니다. 호흡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은 거죠. 이를 통해 고질적인 축농증에 시달려 왔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세리나 윌리엄스에게 찾아온 1년만의 윔블던 복귀전은 패배로 끝이 났습니다. 세리나는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는 말을 남기고 코트를 떠났습니다. (사진=윔블던 트위터)세리나 윌리엄스에게 찾아온 1년만의 윔블던 복귀전은 패배로 끝이 났습니다. 세리나는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는 말을 남기고 코트를 떠났습니다. (사진=윔블던 트위터)

마흔한 살, 세리나는 그래도 최고의 여자 테니스 선수죠. 메이저대회를 23번 제패했습니다. 코트가 백인들만의 무대가 아니라는 걸 증명했죠. 더불어 여자 테니스에 파워를 얹으며 패러다임을 바꿔놓았습니다. 화려한 패션까지, 스타덤이 무엇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1990년대 막바지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코트에 서고 마흔을 넘겨서도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줬죠.
세리나의 뺨에 붙은 검정색 테이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질적인 축농증에 시달렸다는 사실도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사진=윔블던 영상 캡처)세리나의 뺨에 붙은 검정색 테이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고질적인 축농증에 시달렸다는 사실도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사진=윔블던 영상 캡처)

그러나 그 화려함 때문에 세리니가 돌파했던 한계의 지점은 쉽게 가려지곤 했습니다. 부족함은 극복이라는 스타의 서사와 함께 묻히곤 했습니다. 2017년 호주 오픈 정상에 오른 게 메이저대회에선 마지막 우승인데, 그 당시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는 게 알려져 세상을 놀라게 했죠. 그리고 출산을 한 뒤 2018년 프랑스오픈으로 곧바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몸에 달라붙은 전신 유니폼을 입어서 눈길을 끌었는데, 출산 후 혈전이 생기는 문제 때문에 혈액 순환을 도우려는 목적이 컸죠. 물론 슈퍼 히어로 이미지를 통해 출산과 육아로 고통받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역시 숱한 결핍을 에너지로 전환한 선수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더 대단해 보일지 모릅니다.
세리나의 이 유니폼 기억하나요. 2008년 프랑스오픈은 아이를 출산한 뒤 나선 첫 무대였습니다. 다리쪽 혈류 개선을 위해 몸에 붙는 전신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사진=세리나 인스타그램) 세리나의 이 유니폼 기억하나요. 2008년 프랑스오픈은 아이를 출산한 뒤 나선 첫 무대였습니다. 다리쪽 혈류 개선을 위해 몸에 붙는 전신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사진=세리나 인스타그램)

세리나는 올해 윔블던 첫 경기에서 무너졌습니다. 상대는 윔블던에 처음 나선 프랑스 선수였죠. 지난해 윔블던에서 허벅지를 다쳐 1년을 쉬었는데 복귀전도 1회전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제 테니스 인생 끝자락에 온 걸까요. 3시간 넘는 경기 끝에 작별을 한 세리나는 다시 윔블던에 설 수 있겠냐는 물음에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대답을 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나는 모릅니다. 내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누가 알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세리나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요. 다행인 건 일단 올가을 US오픈에선 한 번 더 볼 수 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