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크로스체크] 어떤 시민의 고양이 학대 추적기…범인 동선엔 사체 50구

입력 2022-04-30 18:40 수정 2022-04-30 21:3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최근 경기도 동탄과 포항에서 고양이 수십 마리를 잔인하게 학대하고 영상을 찍어 공유한 사람들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을 잡을 수 있었던 건 한 평범한 시민의 추적 덕분이었는데요.

'동물판 N번방' 추적기, 크로스체크 조보경, 서준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마른 체구의 고양이 리리는 하루 종일 창문밖을 보며 가만히 누워있기만 합니다.

[A씨/제보자 : 많이 맞았어요. 정신적으로 충격을 많이 받아서 아예 기력이 없는 상태예요.]

다리 하나가 완전히 부러진 채 구조된 여호는 먹는 걸 계속 거부하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B씨/고양이 쉼터 소장 : 비틀어서 탈구시킨 다음에 (다리를) 자른 거예요. 살아있는 애를. 말이 안 되죠. 얘가 겪었던 공포는.]

두마리 모두 동탄 고양이 학대 현장에서 최근 구조됐습니다.

범인은 출산이 임박한 고양이의 눈을 터뜨리거나, 물고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가해자의 집과 아르바이트 장소 등에서 고양이 사체들이 발견됐습니다.

[A씨/제보자 : 삽만 갖다 대면 그냥 바로바로 사체가 나와요. 50마리 이상 나왔어요.]

지난달 포항에서도 높이 3미터가 넘는 폐양식장에 고양이들을 가둬 학대하고 해부까지 한 범인이 잡혔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평범한 시민 A씨가 두 사건의 범인을 모두 직접 추적했습니다.

[A씨/제보자 : 5월이면 이제 석 달째가 되는 날인데 하루에 2시간밖에 자지 못했고. 심적인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 나 혼자 (학대 영상을) 봐야 되고.]

학대 영상은 SNS에 넘치는데, 수사가 안되는 답답함 때문이었습니다.

[A씨/제보자 : 경찰에 신고를 했었죠. 근데 느려요. 증거가 없으면 이걸 어떻게 수사하느냐.]

직접 학대 사진과 영상을 모았고, 자료를 바탕으로 장소를 추적했습니다.

[A씨/제보자 : 앞으로도 해야 될 것 같아요. 잡히지 않는 범인들도 너무 많고, 잡으려 하는 사람도 없고. 무서우니까요. 나중에 어린아이나 노인을 해하지 않을까 이런 걱정도 들고.]

끔찍한 두 고양이 학대 사건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SNS를 통해 학대 행위를 자랑하고 홍보했다는 겁니다.

[기자]

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하체가 잘린 고양이가 화살에 맞은 채 죽었습니다.

고양이를 죽인 이모 씨는 활을 쏘면 "바로 죽지 않아 쫓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다른 참가자는 "사람의 손 등을 드릴로 관통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작년 1월 처음 알려진 '고어전문방'입니다.

[최민경/동물권행동카라 활동가 : 개인이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해서 하는 행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그런 행위의 방식들을 공유하고, 자극을 받아 더 센 것을 요구하는 악순환 일어나…]

고어전문방이 처음 세상에 알려졌을 땐 사회적으로 큰 비난을 받았지만 그 후로도 제2, 제3의 채팅방은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각종 사이트 인터넷 게시판들을 검색해 이와 비슷한 채팅방 네 곳에 입장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지켜봤습니다.

한 참가자가 고양이의 꼬리를 잡아 땅에 던졌다고 자랑하듯 말합니다.

그 와중에 손가락을 다쳤습니다.

또다른 채팅방입니다.

일부러 고양이들을 살아남기 어려운 곳에 옮겨 놓아도 되는 지 묻습니다.

만약 누군가 따지거나,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도 서로 공유합니다.

이처럼 학대를 대놓고 홍보하는 배경에는 '주목을 끌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김상균/한국범죄심리학회 고문 : '이 사회를 마음대로 통제하고 있다, 조종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지배조종·통제감을 확장하는 효과를, 사체를 홍보함으로써 얻는 것…]

전문가들은 나아가 '학대 홍보'의 무대가 되는 게시판 운영자들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화면출처 : 유튜브 '어흥탐정TV' / 화면제공 : 동물권행동카라)
(취재지원 : 김연지)

관련기사

"고양이 사체만 50구 나왔다…최고형 내려달라" 엄벌 청원 동물원 스타였던 '관순이'…잊혀지자 '학대 논란' 사파리로 '개 식용 논란' 불씨…"금지공약 실천" vs "종사자 생존권 보장하라"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