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박상욱의 기후 1.5] 업데이트 된 전망, 또렷해지는 위험 (하)

입력 2021-01-25 14:36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6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62)

새로운 기준을 반영한 기후변화 전망이 나왔습니다. 시뮬레이션의 근간이 되는 '시나리오'는 RCP(대표농도경로)에서 SSP(공통사회경제경로)로 한층 정교해졌습니다. 보다 더 현실적인, 각종 사회, 경제적 요인들이 추가된 예측 결과는 어땠을까요. 지난주, 달라진 기준에 대해 알아봤다면 오늘은 그 결과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업데이트 된 전망, 또렷해지는 위험 (하)

#현실적_최선과_현실적_최악
기상청이 발표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SSP1-2.6/SSP5-8.5에 따른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는 부제에서 살펴볼 수 있듯 SSP 시나리오 중 최선과 최악의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업데이트 된 전망, 또렷해지는 위험 (하) (자료: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SSP 시나리오의 경우 크게 4가지 시나리오로 구분되는데, SSP1-2.6은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가정"한 시나리오입니다. 기존 RCP2.6 시나리오(지금부터 즉시 온실가스 감축 수행)에 상응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SSP5-8.5는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에 중심을 두어 화석연료 사용이 높고, 도시 위주의 무분별한 개발 확대를 가정"한 시나리오죠. 기존 RCP8.5(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 배출)와 같이 시나리오 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입니다.

보고서는 시점을 현재(1995~2014년), 미래(2015~2100년)로 구분하고 있고, 미래의 경우 20년 단위로 미래 전반기(2021~2040년), 미래 중반기(2041~2060), 미래 후반기(2081~2100년)로 구분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EU, 미국, 일본, 중국 등과 마찬가지로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목표 시점은 2050년으로 설정했죠. 보고서 속 '미래 중반기'의 모습을 두고, 우리가 탄소중립을 실현했을 때(SSP1-2.6)와 실현하지 못 한 것을 넘어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때(SSP5-8.5)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조금은 더 쉬워질 듯 합니다.

#나무에_앞서_숲부터_보자면
새롭게 업데이트된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먼저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연평균 기온 및 강수량의 상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업데이트 된 전망, 또렷해지는 위험 (하) 두 시나리오별 현재 대비 미래 후반기의 변화 (자료: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 이내로 묶자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아 보입니다. 노력을 기울인다 한들, 미래 후반기(2081~2100년) 전지구 평균 기온(해양 제외, 육지 기준)은 지금보다 2.5℃ 오를 전망입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 지역의 경우, 지구 평균을 웃도는 2.7℃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강수량의 경우, 지구 전체에서 평균 4% 증가하고, 동아시아에선 6% 늘어날 전망이고요.

SSP1-2.6의 상황도 문제지만, 우리가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 즉 SSP5-8.5의 상황은 정말 큰일입니다. 당장 지구의 평균 기온은 무려 6.9℃나 오르며, 한반도만 하더라도 7℃도나 상승합니다. 강수량은 지구 전체에서 7% 늘어난다지만 한반도에선 그 두 배인 14%나 늘어나고요. 연평균 기온이 7℃ 오른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변화, 악화를 의미합니다. 더 이상 4계절을 누리지 못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저' 더웠던 날은 더욱 더 '극악무도하게' 더워지는 거죠.

이렇게 '평균'의 증가는 실제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더 큰 폭의 변화를 불러오게 됩니다. 온난일(일 최고기온이 상위 10%를 넘는 수준의 일수)과 한랭야(일 최저기온이 하위 10% 미만인 일수), 일 강수량이 상위 5%를 넘는 극한강수일을 살펴보면, 그 변화를 바로 체감할 수 있죠.
 
[박상욱의 기후 1.5] 업데이트 된 전망, 또렷해지는 위험 (하) 두 시나리오별 현재 대비 미래 후반기의 변화 (자료: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우리가 열심히 탄소중립 노력을 기울였을 때, 연중 손꼽히게 더운 날은 지구 전체 평균 차원에선 현재보다 50일 가까이 늘어납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무려 130일이 늘어나고요. 1년 365일 가운데 연중 손꼽히게 더운 날이 130일이라는 뜻이 아니라, 130일이 추가된다는 겁니다. 반대로 손꼽히게 추운 날의 일수는 20.3~33.5일 줄어들고요.

손꼽히게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지구 전체적으로 봤을 때, 평균 1.2~2.8일 늘어납니다. '어라, 별로 안 많네?'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일수는, 앞서 살펴본 강수'량'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강수량이 늘어나는데, 억수같이 퍼붓는 날은 1년에 하루, 이틀만 늘어난다. 이는 곧 물난리의 '일상화'를 의미합니다. 1년 365일 고르게 비가 오는 양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내릴 때 쏟아 붓는 양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숲에서_나무로
지금까지 '얼마나 늘거나 줄어들까'를 살펴봤다면, 그래서 그 수치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기온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업데이트 된 전망, 또렷해지는 위험 (하) (자료: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우리가 지금처럼 기후변화에 무관심하게 지낸다면, 상황은 어떻게 될까요. 동아시아 지역의 경우, 현재의 연 평균기온 10.2℃가 미래 중반기(2041~2060년) 13.4℃로 3.2℃나 오릅니다. 미래 후반기(2081~2100년)엔 지금보다 무려 7.3℃ 높은 17.5℃가 되고요. 한반도는 그보다 더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입니다. 11.2℃인 평균기온은 미래 중반기 14.5℃로, 미래 후반기 18.2℃로 올라갑니다.

SSP1-2.6 시나리오라고 낙관적인 결과를 보여주진 않았습니다. "재생에너지 기술 발달로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도 동아시아 평균기온은 미래 중반기 12.2℃로 현재 대비 2℃ 높고, 한반도 평균기온도 미래 중반기 13℃로 현재보다 1.8℃ 높아집니다.

'아니 그럼, 이러나 저러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냐'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선의 노력'을 한 SSP1-2.6과 '아무 관심 없는' SSP5-8.5의 차이는 '미래 후반기'에서 두드러집니다. SSP1-2.6 시나리오 분석 결과, 미래 후반기 동아시아 평균기온은 12.9℃, 한반도 평균기온은 13.8℃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당장 30년 후 '가까운 미래'에선 두 시나리오의 차이가 1℃ 안팎에 불과하지만 60년 후엔 그 차이가 4.4~4.6℃로 벌어지는 것이죠.

기온만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온과 더불어 우리의 생존과 식용 작물의 수확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수의 변화도 큽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업데이트 된 전망, 또렷해지는 위험 (하) (자료: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마찬가지로 우리가 탄소중립 따위는 안중에도 없을 때, 동아시아 지역의 평균 강수량은 현재 775.7mm에서 미래 후반기 981mm로 급증합니다. 반대로 비가 내리는 날을 의미하는 강수일수는 현재 125.4일에서 미래 후반기 117.1일로 줄어들죠. 하루에 더 많은 비가 몰아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1일 최대 강수량은 같은 기간 38.6mm에서 66.4mm로 1.7배 수준이 되는 거죠.

한반도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한 해 1195.2mm 내리던 비는 1370.5mm나 퍼붓게 되고, 강수일수는 123.8일에서 116.4일로 일주일 넘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1일 최대 강수량은 127.96mm에서 158.6mm로 급증하고요.

평균기온, 최고기온, 최저기온. 강수량, 모든 항목에 있어서 기존의 RCP 시나리오보다 새로운 SSP 시나리오의 결과가 더 혹독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변수들을 더해보니 그저 온실가스 농도만을 기준으로 따졌을 때보다 문제가 더 심각해졌던 것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업데이트 된 전망, 또렷해지는 위험 (하) 한반도 기후 전망 (자료: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나무를_보니_엄습하는_공포
평균 기온이라는 개념도, 그리고 한 해 전체 강수량과 강수일수라는 개념도 모두 우리가 일상에서 체감하기엔 쉽지 않습니다. 보고서에는 우리에게 더 와닿기 쉬운 실질적인 내용들도 담겼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업데이트 된 전망, 또렷해지는 위험 (하) (자료: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한 해 동안 일 최고기온은 어떻게 될까. 당장 미래 중반기엔 노력해도 35.1℃, 그렇지 않으면 36.4℃까지 기록될 전망입니다. 60년 후엔 그나마 노력하면 35.4℃에 머물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려 41.2℃까지 치솟고요.

폭염에 관심이 있거나, 지난 2018년 '역대급 폭염'을 직접 체감하셨던 분들은 '이미 2018년에 서울은 39.6℃, 홍천은 41℃까지 올랐는 걸?'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위의 기온은 특정 도시나 지역이 아닌, 한반도 전체의 기온을 의미합니다. 한반도 전체 일 최고기온이 41.2℃다? 그저 푹푹찌는 대프리카, 서프리카뿐 아니라 서늘한 편인 바닷가나 강원도 일부 산지처럼 '피서'지역까지 모두 포함한 기온이 40℃를 넘어선다는 거죠. 다시 말해, 더운 지역은 거의 50℃에 육박할 만큼 기온이 치솟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기온에 그치지 않고, 더운 날을 일수로 따져보겠습니다. 보고서에선 '온난일'과 '온난야'라는 개념이 쓰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수)이나 열대야일수(밤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날의 수)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온난일은 일 최고기온이 현재 시점 최고기온의 상위 10%인 날을, 온난야는 일 최저기온이 현재 시점 최저기온의 상위 10%인 날을 뜻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업데이트 된 전망, 또렷해지는 위험 (하) (자료: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우리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을 때, 미래 중반기 온난일은 66.8일, 미래 후반기엔 74.4일로 현재의 2배를 넘는 수준이 됩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미래 중반기 온난일은 82.6일, 미래 후반기엔 무려 129.9일이 됩니다. 연중 거의 한 분기 동안 지금껏 우리가 경험했던 '상위 10% 더운 날'을 보낸다는 것이죠. 이쯤 되면, 여름이 일상이 된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그것도 밤에도 후텁지근한 그런 여름 말입니다.

#더_이상_장밋빛_미래는_없다
지금의 이 같은 예측은 25km 해상도로 분석, 전망한 결과입니다. 가로, 세로 25km로 촘촘히 한반도를 쪼개 분석한 내용의 평균값인 거죠. 국립기상과학원은 보다 상세한 결과를 얻기 위해 이 격자를 가로, 세로 1km로 더욱 촘촘히 한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광역시도별, 어떤 상황에 놓일지, '대프리카' 대구와 '광프리카' 광주,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서프리카' 서울 등 각 지역들의 상황은 얼마나 더 나빠질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죠.

이러한 상세한 분석 결과는 앞으로 1년 안팎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25km 격자의 데이터만으로도 이것 하나는 분명해집니다. 지금 당장, 우리 모두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 정부는 그저 '탄소중립 선언'에만 의미 부여를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경제 주체들 역시 생존을 위한 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RCP 시나리오 때보다 더 혹독해진 지금의 분석 결과는 결코 '노력해도 망한다'고 읽혀서는 안 됩니다. SSP1-2.6과 SSP5-8.5의 차이는 미래 전반기에서 미래 중반기, 미래 중반기에서 미래 후반기로 갈수록 더욱 벌어진다는 것, 보고서는 여기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국립기상과학원의 부단한 노력 끝에 기상청이 발표한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 2020'. 온갖 익숙하지 않은 용어와 숫자들로 가득한 보고서이지만 여기엔 당장 우리의 미래가 '장밋빛'이 될 수 없다는 현실 자각과 동시에 필수적으로 탄소중립을 향한 실천이 본격화해야 한다는 경고가 담겨있습니다. 이는 62주에 걸쳐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매주 월요일 기후 1.5를 쓰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관련기사

[박상욱의 기후 1.5] 업데이트 된 전망, 또렷해지는 위험 (상) [박상욱의 기후 1.5] '친환경차 사세요' 소리가 불편한 이유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은 기후위기 교육 원년? 반갑지 않은 한파 속 들려온 반가운 소식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