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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못 잡잖아"…성희롱 일삼는 텔레그램 '합성방'

입력 2021-07-15 20:54 수정 2021-07-1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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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추적보도 훅입니다. 아는 사람의 얼굴을 다른 사진이나 영상에 합성해 성희롱을 일삼는 이른바, 텔레그램 합성방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취재진이라고 밝히고, 이 방에 들어가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백날 신고해봤자 안 잡힐 거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심층취재를 맡고 있는 오승렬 PD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링크를 받으면 들어갈 수 있는 이른바 '합성방'입니다.

방 참여자가 피해자 사진을 개인 정보와 함께 올리면, 다른 참여자가 음란물에 합성해 퍼뜨립니다.

피해자 상당수는 미성년자입니다.

고등학교 학생들의 단체 합성 사진이 올라오는가 하면, 한 눈에 봐도 어려보이는 아이들의 사진들까지 올라옵니다.

이 방에 들어와 있는 참여인원은 수천 명에 달합니다.

이런 방들은 하나의 마을처럼 역할을 나눠서 운영되기도 합니다.

전문적인 수준의 합성방법을 교육해주는 '학교' 방이 있는가 하면, 여러 합성방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이른바 '부동산' 방도 있습니다.

방주인 닉네임과 해당 방에서 어떤 합성물들이 올라오는지 소개해놨습니다.

신청과 심사를 거쳐야 들어갈 수 있는 '공장' 방도 있습니다.

참여자들이 매주 의무적으로 불법 합성물을 생산합니다.

불과 지난해에 있었던 n번방 사건조차 이들에겐 농담거리일 뿐입니다.

취재진은 신분을 밝히고 참여자들과 일대일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신고해도, 수사해도 잡히지 않을 거라는 말들이 쏟아집니다.

자신의 범죄행위나 신상과 관련된 정보도 거리낌 없이 밝힙니다.

심각한 디지털 성범죄를 장난처럼 받아들이는 모습입니다.

[이충민/푸른아우성 소장 : 더군다나 연령대가 10대, 20대다 보니까 놀이처럼 막 문화로 형성돼 있는 구성들이 많기 때문에 그 범죄에 대한 인식 자체도 못 하고 있는 부분들이 좀 다양하게 나타나는 거죠.]

피해자들에게 미안하지 않냐는 물음에는, 그런 질문을 할 줄 몰랐다는 반응입니다.

방 참여 이유에 대해서도 대수롭지 않은 듯 답합니다.

[이충민/푸른아우성 소장 : 지배력이나 통제력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자기가 피해자들을, 지배하고 통제해서 만들어낸 어떤 결과물들을 보여주고 그걸 지지해주고 찬사해주면서 약간 모방하는 그룹들이 또 따로 있고…]

n번방의 주요 가해자도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n번방 가해자 : 현실에선 아무도 저한테 관심을 주지 않는데 텔레그램에서는 수천 명을 거느리는, 그리고 수만 개의 음란물을 거느리는 마치 연산군이 된 것 같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벌어지는 범죄에, 피해자들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지인 합성 성범죄 피해자 : 이 사람은 또 모른 척 저한테 인사하고 대화하고, 또 계속 그런 짓을 할 거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못 믿죠, 사람을.]

이들의 처벌은 가능할까.

[유은이/변호사 : 지금 성폭력처벌법상으로도 상습성이 인정되면 가중처벌 규정이 있거든요. 이 수 개의 행위가 이제 경합하다 보면 그것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상당히 높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일부 합성방은 운영하던 방의 기록을 삭제하거나 방 자체를 폐쇄했습니다.

(PD : 최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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