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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품경제] 기술력 있어도 자금지원 '퇴짜'…논란의 심사기준 보니

입력 2021-03-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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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술보증기금은 벤처나 중소기업인에게 자금을 지원해주는 대표 공공기관입니다. 그런데, 심사 기준이 모호해서 당사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정부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았는데도 떨어지는가 하면, 연 3백억 원대 매출이 나지만, 그에 걸맞은 지원을 못 받았단 기업인도 있습니다. 이들은 '학력으로 차별하는 거 아니냐'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발로 뛰는 '발품 경제' 이주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취재진 이메일로 제보가 왔습니다.

기술보증기금의 모호한 자금지원 심사 때문에 기약없는 '희망고문'에 시달렸다는 내용입니다.

6번 자금 지원을 신청했는데, 매번 다른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는 겁니다.

벤처나 중소기업인이 기술력으로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이 필요합니다.

제보자를 만났습니다.

화면 분할 모니터 전문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창업 성장기술 개발사업자로 선정하고, 혁신조달상품으로 지정했습니다.

[모니터 전문 제조업체 대표 : 회사의 기술이나 이런 부분은 들어보지도 않고, 단 5분도 제대로 듣지 않았어요. 계속 통장 사본 가지고…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어요.]

국내 특허 7개를 냈고, 세계기술대회에서 금메달도 땄습니다.

[모니터 전문 제조업체 대표 : 세 번째 갔더니 이번에는 사업 경력이 7년 이상이 돼야 한다…]

이런 일이 생기는 건 기술보증기금이 보안을 이유로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학력 차별 논란까지 나옵니다.

연 3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의류회사 대표가 상담직원에게 들었다는 얘기입니다.

[의류업체 대표 : 상담하면서 '대표님, 학교 어디 나오셨어요' 묻길래 저는 전문대 나와서 말씀드리기 창피하네요. 그런데 왜 물어보시냐고 하자 대표님이 서울대나 연고대 나오셨으면 대출금이 훨씬 더 많이 나왔을 겁니다…]

6번 대출상담을 했던 제보자도 학력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모니터 전문 제조업체 대표 : 사업 경력과 전공 이런 것을 계속 비하하면서…4년제 대학, 전공한 대학을 나오든지.]

하지만 기술보증기금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합니다.

[기술보증기금 관계자 : 사업분야 전공자일 경우 경력을 인정해 주는 건 맞지만, 학벌이나 학력에 의한 차별은 절대 없습니다.]

뒤늦게 JTBC에 심사기준을 보내왔지만, 상담직원의 판단이 들어갈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기술평가표는 총 30여 개로 구성돼 있습니다.

경영진 역량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게 기술지식 수준과 기술 이해도인데, 정확히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기업 대표의 학력이 대졸이면 고졸 이하보다 보증금액이 평균 한 사람당 5천만 원 더 많았습니다.

[이용선 의원/국회 예결위 : 참으로 불합리합니다. 기술보증기금법 개정의 학력차별 금지조항을 삽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기술보증기금은 통상 대졸 출신이 경영하는 기업이 고졸 출신보다 크기 때문에 평균 대출금 차이가 나는 거라고 해명합니다.

소관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보증기금의 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살피기로 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오은솔 /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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