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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톱5' 최재형 급부상…대선출마 결심 굳힌 듯

입력 2021-06-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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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재형 감사원장의 대선 출마가 기정 사실화된 듯합니다. 최 원장이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안에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데뷔와 동시에 5위에 올랐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을 전합니다.

[기자]

경제학 용어 중에 대체재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 비슷한 효용을 얻을 수 있어 대체가 가능한 재화라고 정의합니다. 식단 관리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단백질 섭취를 위해 닭가슴살을 자주 드실 텐데요. 저도 평생 입으로만 다이어트 중인데 가끔 편의점에서 훈제 닭가슴살 사먹기도 합니다. 그런데 먹다 보면 닭가슴살이 물려서 다른 단백질 식품을 찾게 되죠. 이럴 때 두부나 달걀이 닭가슴살의 대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대체재는 서로 경쟁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경쟁재라고도 부르는데요. 이런 대체재들은 가격도 반비례하는 성향을 보이죠. 야권 대선 FA 시장을 보면요. 현재 누구나 노리는 대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죠. 하지만 조만간 대체재가 뜰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의 대체재가 누구냐, 그렇습니다.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인물, 최재형 감사원장입니다.

[최재형/감사원장 (지난 18일) : 최근에 저의 거취 또는 제가 어떤 다른 역할을 해야 되지 않느냐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많은 소문과 억측이 있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때로는 우리 열심히 일하는 감사원 직원들조차도 그런 거 때문에 조금 난처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제 생각을 정리해서 조만간…]

최 원장이 지난 18일 국회 법사위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를 언급하는 장면입니다. 대선 출마 관련 질문이었는데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였죠.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는 건데요. 최 원장이 생각을 굳힌 듯합니다.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안에는 감사원장직에서 물러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란 소식이 돌고 있는 건데요. 특히 지난 19일에는 최 원장이 감사원장 공관에서 일부 짐을 정리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죠. 그래서일까요. 어제 발표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요. 최 원장이 4.5%의 지지율을 얻었습니다. 데뷔 무대에서 곧바로 Top5에 올라선 건데요. 아까 제가 대체재라고 말씀드렸죠. 윤석열 전 총장은 33.%를 기록해 여전히 독주 체제를 유지하긴 했지만요. 지난주보다 5% 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입니다. 대장주인 윤 전 총장이 뒷걸음질 친 사이 최 원장이 기대주로 떠올랐다고 할 수 있겠네요. 윤 전 총장의 경우 대변인 사퇴 등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죠. 본인의 직접 메시지와 대변인 메시지가 엇갈리며 혼란을 키웠고 전언 정치란 비판도 있었습니다. 거기다 아직 대선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입당을 둘러싼 진실게임만 이어지면서 여론 피로도를 높였다는 분석입니다.

[이동훈/전 윤석열 캠프 대변인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지난 18일) : (국민의힘 중심을 많이 생각을 하시니까 국민의힘 입당은 당연한 걸로 제가 받아들여도 될까요? 우리 청취자들이.) 네, 그러셔도 될 것 같습니다.]

윤 전 총장이 아무리 주춤거렸다고 해도 최 원장이 이렇게 확 치고 올라온 건 본인만의 장점도 분명하기 때문일 텐데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려면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봐야 되겠죠. 박 마커의 슬기로운 과거탐구생활, 줄여서 '슬과생' 시작하겠습니다. 애초 최 원장도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조명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와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을 감사한 겁니다. 감사 결과를 놓고도 정부·여당과 다른 목소리를 냈었죠.

[최재형/감사원장 (2월 22일) : 대통령께서 공약하신 사항. 정책 수행 제대로 해야 되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공약하신 사항을 어떤 방법을 통해서도 그냥 그것을, 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두 정당화된다, 이런 주장은 아니시죠? (당연하죠.) 정책에 관해서 저희들이 판단한 게 아닙니다. 정책 수행 과정에 있어서의 적법성을 본 겁니다.]

야권이 최 원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인간 최재형의 이야기가 매력적이기 때문인데요. 최 원장은 경기고등학교 재학 시절 소아마비를 앓던 친구를 업어서 등·하교시켰다고 합니다. 그 친구와 함께 서울대에 진학해 사법고시까지 함께 합격한 일화는 유명합니다. 이렇게 81년도 신문에 실리기도 했는데요. <신앙으로 승화한 우정 10년-나란히 사시 합격한 강명훈·최재형 군 "짙은 사귐">이란 제목입니다. 인사청문회 시기에 여당이 최 원장을 높이 평가한 대목이었습니다.

[박홍근/더불어민주당 의원 (2017년 12월 13일) : (최재형 후보자는) 이미 미담 제조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법조계에서 오랜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후보자를 국회에 요청했다는 점에서 국민이 안심하고 맡겨도 좋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최 원장의 부친은 한국전쟁 당시 대한해협해전에서 공을 세운 최영섭 예비역 대령입니다. 전통적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할 만한 요소인데요.

[최영섭/최재형 감사원장 아버지 (2013년 6월 26일) : 남은 우리도 먼저 간 전우를 만날 날이 그리 멀지 않습니다. 우리 노병들을 잊지 않고 격려해주시고 기념해주신 부산 시민 여러분 너무나 고맙습니다. 60년 전 군사분계선의 총성은 멎었으나 지금도 6·25 전쟁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부디 부디 우리 자손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을 지켜주십시오. 필승.]

자식은 2남 2녀인데요. 두 딸을 차례로 낳은 뒤 아들 둘은 입양했습니다. 최 원장 부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보육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입양을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한 주간지에 실린 기사를 보면요. 최 원장은 두 아들의 성장일기를 한국입양홍보회 사이트에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입양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앞장선 셈입니다. 이렇게 최재형의 휴먼스토리는 현 정권에 대항한 투사 이미지 이상으로 소구력이 있는 포인트인데요. 다만 부족한 대중 인지도가 약점으로 꼽힙니다. 여기에 감사원장직의 생명은 정치적 중립이란 것도 논란이 예상되는 지점이죠. 만일 감사원장직을 던지자마자 대선으로 직행한다면 여당의 집중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다면 공세가 더욱 거세질 텐데요. 이미 액션을 취하기도 전이지만 여당의 공격은 시작됐습니다.

[최문순/강원지사 (어제) : 최재형 원장은 감사원장의 권한을 이용하여 정치를 해온 것인지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최재형 원장은 애초부터 감사원장 자리를 맡지 않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과 임명권자를 속이고 위장취업을 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당의 대선 주자인 최문순 강원지사입니다.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는데요. 최 원장의 정치 선언은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고 공직의 신뢰를 배신하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하루 앞서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최 원장을 향해 포문을 열었습니다. "더 이상 원장 자리에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 감사원의 명예를 실추시킬 뿐"이라고 최 원장을 비판했는데요. "뭐가 뛰니까 뭐도 뛴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여권이야 최 원장이 못마땅하겠지만 국민의힘은 반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걸 수도 있지만요. 최 원장이 입당할 경우 당내 대선 경선 흥행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겠지요. 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박근혜씨에 대한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윤 전 총장에 대한 반감이 어느 정도 있는 게 사실이죠. 친박계 입장에선 윤 전 총장의 대안으로 최 원장을 내세우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최 원장 측은 이런 추측들에 대해 선을 긋고 있습니다. 시나리오가 시나리오로 끝날지 '크랭크 인(Crank in)'을 할지는 앞으로 두고볼 일이겠죠.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 윤석열 주춤하는 사이 최재형 급부상…야권 대체재 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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