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반갑다", 또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바라는 건 '돈'이 아니라 '사과'라고 했습니다. 사실 할머니들이 고마워하실 일은 아닙니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영상 통화가 낯설지만, 이번만큼은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이옥선 할머니입니다.
첫 마디는 '반가웠다'였습니다.
[이옥선/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반가웠어요. 나이 어릴 적 철 모르고 끌려가서 고생했잖아요.]
그동안 섭섭했던 마음이 가장 컸습니다.
[이옥선/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섭섭하지요. 그런데 오늘은 조금 마음이 놓여요.]
바라는 건 분명했습니다.
[이옥선/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우리가 일본 정부에 바라는 게 다른 게 없어요. 돈 문제가 아닙니다.]
잘못했다는 사과였습니다.
[이옥선/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잘못했다고 사죄를 하라는 거지. 하나도 안 그랬다고 하니까. 자기네들이 안 그랬으면… 우리가 어딜 갔다 왔는가.]
이용수 할머니도 하루종일 마음을 졸였습니다.
[이용수/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시계를 딱 보니까 (오전 9시) 53분이에요. (선고 시간인) 55분 딱 됐다. '할머니 승소했어요' 이래요. 네? 정말로요? 아이고 좋아라 그랬는데 ]
두 번 세 번 되묻고는 그제야 안심했습니다.
[이용수/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그렇게 일어나서 여기서 막 이렇게 소리쳤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에겐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용수/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 할머니들 다 내려다 보고 계시니까. 내가 오래 산 그게(보람이) 있구나. 내가 가서 할머니들한테 이야기할 수 있겠다…]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 중 판결이 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옥선 할머니 등 12명은 긴 시간을 버텨왔고 이 중 7명은 끝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상그래픽 :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