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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새 사과 농장 200곳 사라졌다…'과수화상병' 휩쓴 마을

입력 2021-06-08 20:50 수정 2021-06-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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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의 사과나무들이 병에 걸려서 땅에 묻히고 있습니다. 잎과 가지가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마른다고 해서 '과수 화상병'으로 불립니다. 치료제도 없기 때문에 걸리면 그냥 땅에 묻어야 합니다. 4년째 농장을 덮치고 있는데, 올해는 전국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정영재, 윤두열 기자가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정영재 기자]

마을 군데군데 빈터가 보이고, 잡초가 무성합니다.

빈 밭을 이제야 갈고, 갓 심은 생강은 싹도 틔우지 못했습니다.

애초 사과나무 밭이었습니다.

땅 아래 수천 그루가 묻혀 있습니다.

3년 전 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사과로 가득했던 마을입니다.

잎이 타들어 가는 듯 변해 붙여진 이름 '과수화상병'이 3년째 이 마을을 휩쓸고 있습니다.

치료제가 없어서 한번 걸리면 모든 나무를 뽑아 땅에 묻어야 합니다.

3년 동안 다시 나무를 심을 수도 없습니다.

해마다 걸려 농장 3곳을 몽땅 묻은 농민도 있습니다.

[이규원/사과 농장 주인 : 사과나무 못 심어. 누가 해, 앞으론 안 해. 이제 힘들어서 못 해, 여간 힘이 들어?]

이 마을에서 3년 동안 200곳이 넘는 사과 농장이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30곳 정도만 남았습니다.

4년째 발병하는 과수화상병에 충주시 전체 사과 농장의 23%가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나무를 묻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충주에서 병에 걸려 묻어야 하는 과수원 면적은 최근 일주일 사이 2배 넘게 늘었습니다.

[윤두열 기자]

문제는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곳 경북 안동에서도 가까운 농가 2곳에서 과수화상병이 나와 해당 농가에 있는 나무를 모두 뽑고 있습니다.

전국 사과 최대 생산지 경북까지 번진 겁니다.

경북에선 지난 4일 안동 1곳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는데 나흘 만에 4곳으로 늘었고 병이 의심돼 검사 중인 곳도 8곳입니다.

시와 도를 넘으며 계속 번지면서 올들어 전국 19개 시.군, 농가 293곳에서 과수화상병이 확인됐습니다.

벌써 나무를 뽑아 땅에 묻은 밭 면적이 축구장 140개 크기와 맞먹습니다.

[과수화상병 확진 농가 : 우리 손녀들보다 더 애지중지 키웠다 진짜. 눈물만 나지.]

과수화상병은 한 여름에 접어들면 덜 확산합니다.

이 때문에 농촌진흥청은 이번 주를 고비로 보고 있습니다.

방제전문가 100명을 전국 농가에 보냈습니다.

확진 전이라도 병에 걸린 걸로 보이면 바로 곁에 있는 나무까지 모두 뽑아 땅에 묻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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