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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70년대 우리 노동환경, 오늘날 이주노동자 노동환경입니다".txt

입력 2021-02-27 09:02 수정 2021-02-27 17:09

[기동취재]"7·80년대 우리 노동환경이 오늘날 이주노동자 노동환경이랑 똑같게 보이더라고요".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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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7·80년대 우리 노동환경이 오늘날 이주노동자 노동환경이랑 똑같게 보이더라고요".txt

경기 북부엔 논밭, 비닐하우스가 많습니다. 간신히 경운기 하나 지날 수 있는 농로가 곳곳을 연결합니다. 김달성 목사는 작은 경차를 몰고 이 길을 하루에도 몇 번씩 다닙니다. 이런 길옆 비닐하우스에 사람이 살기 때문입니다.

경기도 포천에만 이주노동자가 2만여 명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포천의 비닐하우스에서 이주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 목사는 현장으로 달려간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관련 리포트
[밀착카메라] 비닐하우스와 가건물서 코리안드림 찾는 이주노동자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87104

사건이 발생 두 달 뒤, JTBC 밀착카메라 취재진은 김 목사와 다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김달성 목사가 이주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JTBC 뉴스룸 캡처〉김달성 목사가 이주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JTBC 뉴스룸 캡처〉

Q : 운전을 잘하십니다.
A : 거칠게 하죠. 습관이죠. 저는 늘 농로를 돌아다니다 보니까.

Q : 지난해 고 속헹 씨 사망 사건에서 국과수 부검 결과 사인은 '간경화'로 나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 간질환 합병증으로 나왔습니다. 수용합니다. 하지만 동료 노동자들과 얘기했던 증언, 자유롭게 얘기했던 것들에도 신빙성을 두고 있습니다. 큰 사인은 이틀 전부터 난방이 제대로 가동이 안 된 얼음 같은 기숙사, 그건 것 같습니다. 그 입장은 지금까지 견지하고 있습니다. 경찰서나 노동부는 조사, 수사 결과를 발표 안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수사 중이라고 전달받았습니다.

 
경기도 포천의 비닐하우스 전경 〈JTBC 뉴스룸 캡처〉경기도 포천의 비닐하우스 전경 〈JTBC 뉴스룸 캡처〉

지난해 12월 숨진 캄보디아 노동자의 사인은 부검 결과 '간경화'로 밝혀졌습니다. 여전히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주노동자가 많습니다. 이달 초에도 또 다른 캄보디아 출신 농촌 이주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Q : 이주노동자도 매년 한 번씩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A : 규정은 그렇게 되어 있지만, 실현되는 게 거의 없습니다. 관계 당국의 소극적 행정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Q : 여전히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농어촌 이주노동자가 많습니다.
A : 대다수가 불법 가건물이에요. 컨테이너나 샌드위치 판넬로 지은 불법 가건물이죠. 노동부 통계만 봐도 78%라고 나오는데, 경험적으로 볼 때 대다수가 불법 가건물입니다. 건축법, 농지법, 근로기준법 위반이죠. 명백한.

Q : 근로기준법 위반인가요.
A : 기숙사에 관한 규정,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의 기숙사가 마련돼야 할 것. 그게 중요한 규정입니다. 제조업 쪽 이주노동자 숙소도 태반이 불법 가건물입니다. 공장 마당이나 건물 옥상에 컨테이너나 샌드위치 판넬로 지은 불법 가건물이 태반이에요.

 
컨테이너 숙소의 공동 주방 〈JTBC 뉴스룸 캡처〉컨테이너 숙소의 공동 주방 〈JTBC 뉴스룸 캡처〉

경기도는 지난 사건을 계기로 이주노동자 주거환경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였습니다. 조사대상 1,852개소 중 38%가 비닐하우스 안 가건물 숙소였습니다. 열 명 중 네 명은 비닐하우스 가건물에서 사는 겁니다. 미신고 시설은 절반이 넘는 56%였고, 비거주지역에 숙소를 둔 곳은 909개소로 49%를 차지했습니다.

Q :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남양주 공장에서 집단 감염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 상당수가 코로나에 감염됐습니다.
A : 이주노동자들 감염은 방역에 있어서 큰 문제입니다. 그저께 양주시에서 나이지리아 노동자 한 사람이 코로나로 사망했어요. 제 정보에 의하면 미등록 노동자라고 하는데요, 사망하기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같으면 감기 기운 있으면 코로나 검사해 보는데, 그 친구는 미등록자이기 때문에 검사할 생각 안 하고 집에 있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Q : 언제 사망했나요.
A : 24일 사망한 채 발견되었죠. 제조업 쪽 노동자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미등록자라고 알고 있거든요. 미등록자들은 신분 노출 때문에 코로나 검사도 가능하면 꺼리죠. 신분 불이익 없도록 방침은 내렸지만, 전달도 잘 안 되고, 미등록 노동자들은 자기 신분 노출될까 봐 잘 안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불상사가 생기죠.

 
컨테이너 밖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JTBC 뉴스룸 캡처〉컨테이너 밖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JTBC 뉴스룸 캡처〉

김달성 목사는 "전염병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감염되는 병"이라고 말했습니다. 방역은 전체의 문제라며 "방역에서도 차별한다면 우리에게도 해가 되므로 감정적인 발언을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불이익이 결국 다른 시민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겁니다.

김 목사는 고용허가제의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산업연수생 제도보다 발전된 제도지만 고용허가제에도 독소조항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주노동자 산재 발생률이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5~6배 높은 것에 대해 "고용주와 이주노동자 사이가 철저하게 갑을관계가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취업비자를 갖고 들어오는 노동자는 취업비자 기간이 3년입니다. 1년 10개월 연장이 가능합니다. 이때 고용주 서명을 받아야 해요. 사업장 변경 때도 사업주 서명을 받게 돼 있습니다. 산재가 줄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노동 환경을 개선하도록 고용주에게 요구하고 압력을 행사해야 하는데 고용허가제가 이를 차단한다고 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주에게 밉보일까 봐 적극적으로 요구 못 합니다."

김 목사에게 어떻게 이주노동자를 위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물었습니다. 지난 1979년에 신학교를 졸업한 김 목사는 노동운동을 하고자 구로 공단에 위장 취업을 했습니다.

"노동 강도가 얼마나 셌는지 석 달 만에 각혈을 했어요. 제가 전에 늑막염을 앓았던 적 있거든요. 이게 결핵으로 번져가지고요, 지금도 한쪽 폐에 기능이 없습니다. 일종의 산재 피해자죠."

이후 고향에서 치료를 한 김 목사는 다시 서울 사당동과 인천을 중심으로 노동자 교회 활동을 했습니다.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며 10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오게 된 포천에서 많은 이주노동자와 마주했다고 말했습니다.

Q : 단순히 이주노동자가 많아서 도와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A : 70년대 우리나라 하층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환경이 오늘날 이주노동자의 노동 조건과 같게 보이더라고요. 내 눈엔. 사당동 판자촌, 인천 주안공단에서 만났던 노동자들과 닮은꼴이었어요. 똑같은 처지에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내가 함께 하고 이들을 돕는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 이후 일반 교회 목회는 접었습니다.

 
〈사진=김달성 목사 제공〉〈사진=김달성 목사 제공〉

이후 이주노동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산재지정병원을 무작정 찾아가기도 하며 그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처음 사무실을 만들 때는 방을 구하기도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계약하러 들어갔는데 주인이 뭐하실 거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이주노동자들이 가끔 왔다 갔다 하는 장소로 쓸 거다, 솔직하게 얘기했더니 두 군데서 거부하더라고요. 결국, 나중에 이주노동자 얘기 안 하고 들어갔습니다. 지금 있는 곳이."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목사는 '연대'를 답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전국 단위 대책위가 꾸려졌죠. 이주노동자 문제는 사회 경제 구조적인 문제기 때문에 이것이 연대를 통해 해결돼야 합니다. 그 연대 활동에 더 참여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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