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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만에 백신 60% 접종 비결? "신분증만 있으면 누구나 접종"

입력 2021-04-21 17:06 수정 2021-04-21 18:24

접종 3개월차부터 조건 확 풀어…현지는 벌써 '3차 접종' 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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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3개월차부터 조건 확 풀어…현지는 벌써 '3차 접종' 계획 발표

JTBC 윤영탁·이승창 기자 이스라엘 현지 취재

"백신이 풍부한(?) 이스라엘은 백신을 어떻게 맞나요?"


취재팀이 이스라엘로 출장을 떠나기 전 제일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진짜 사람들이 백신을 많이 맞은 것인지, 우리처럼 접종 대상이 있어서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한국에서 백신 관련 취재를 계속해 온 저도 가장 궁금했던 대목이었습니다. 뉴스에는 안 나오는 이스라엘의 백신 접종 관련 이야기를 현지 교민을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연락받을 번호만 있으면 'OK'…거주자 누구나 접종 가능

JTBC 취재팀은 현재 격리 숙소에서 자가격리 중입니다. 저희와 계약을 맺은 현지 교민분이 끼니때마다 매번 음식을 가져다주십니다. 이분께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히브리대학교에서 고고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현지 교민 장상엽 씨입니다.

※인터뷰는 대면 접촉을 하면 안 되는 방역수칙을 지켜, 취재팀 숙소 건물 밖에서 원거리로 진행했습니다.

 
교민 장상엽 씨가 스마트폰을 들어 '그린 패스'를 보여주고 있다교민 장상엽 씨가 스마트폰을 들어 '그린 패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 분은 2월 4일 1차 접종을 하고 같은 달 27일에 2차 접종을 했습니다.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았습니다. 정확하게 3주의 접종 간격을 지킨 것인데, 저희와의 인터뷰에선 착각해서 2주라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백신을 맞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었습니다.

"접종할 때 여권(신분증)만 보여주면 됩니다."
"어떤 비자가 있는지 전혀 묻지 않습니다."

"외국인도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습니다."


백신 접종 센터에 가서 신분증을 보여주고 전화번호만 적어내면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단 겁니다. 전화번호는 왜 적어 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전화번호를 줘야 언제 (백신을) 맞았고 언제 맞으러 오라는 정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니까 백신 접종 통계에 넣고 2차 접종 안내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보'만 요구하는 겁니다.

 
이스라엘 현지 교민들의 백신 접종 질문에 답하는 교민 장상엽 씨이스라엘 현지 교민들의 백신 접종 질문에 답하는 교민 장상엽 씨

현지 교민은 대부분 접종 3개월 뒤, 2월 이후 백신 맞아

저희와 연락이 닿는 다른 교민들도 대부분 2월부터 백신을 맞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2차 접종을 끝내지 못한 분들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백신 접종률이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 기준으로 61~62%대에서 멈춰있는 걸 고려하면 우리 교민들의 접종은 다소 늦은 겁니다.

이유를 물었습니다.

"임상 시험을 3차까지 했지만 접종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총리가 직접 맞는 퍼포먼스를 한 뒤 접종이 상당히 빨라졌습니다."
"3달 정도 맞는 걸 보고 나니까 괜찮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은 지난해 12월, 백신 접종을 시작했을 때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직접 백신을 맞고 정부가 캠페인을 벌이자 현지인들이 먼저 백신을 맞기 시작했습니다. 석 달 정도 경과를 지켜보니 걱정할만한 부작용도 없고 효과도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합니다.

백신 접종 문턱 확 낮춰…"기다리면 안 맞을라" 10분마다 1명씩 접종 '속도전' 펼쳐

우리 교민들이 본격적인 접종을 한 시기는 이스라엘 정부가 백신 접종 요건을 크게 낮춘 시기와 맞아떨어집니다. 신분증, 전화번호만으로 접종을 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우리 교민뿐 아니라 다른 외국인 거주자, 노동자, 난민까지도 모두 백신을 맞기 시작했습니다.

대상이 많아지자 이스라엘 당국은 접종에 드는 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이는 시도를 했습니다. 의사가 7분에 1명씩 접종자를 예진하고, 전체 접종 시간을 10분당 1명씩으로 끊게 했습니다. 기다리는 불편까지 최소화해서 접종을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예약 접종자를 '분 단위'로 쪼개서 시간을 통보하고 대기시간을 최소화하는 동선을 연구했습니다.

'접종 대상'은 없다, 누구나 접종 가능…맞을 사람 없어 문 닫은 '센터' "예약해야"


 
'텅 빈' 예루살렘 피스갓쩨에브의 백신 접종센터...한 달 전까진 건물 밖까지 줄을 섰다'텅 빈' 예루살렘 피스갓쩨에브의 백신 접종센터...한 달 전까진 건물 밖까지 줄을 섰다

예루살렘 피스갓쩨에브의 한 백신 접종센터에 가봤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PCR 검사도 할 수 있는 꽤 큰 규모의 센터입니다. 그러나 검사소는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봐도 백신을 맞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현지 의료진은 "매일 접종 센터를 운영하지 않는다, 예약을 해야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예약을 해야 운영을 한다″고 설명하는 백신 접종센터 의료진″예약을 해야 운영을 한다″고 설명하는 백신 접종센터 의료진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처럼 나이별로 쪼개 접종 시기를 나눈 '접종 대상'이 따로 없습니다. '접종 의사'만 있으면 누구나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접종 의사'를 가진 사람 대부분이 백신을 맞다 보니 맞으러 오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지만 맞아야 할 사람이 없어 '예약'을 해야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된 겁니다.

 
예루살렘 피스갓쩨에브의 백신 접종센터의 내부도 한산하다예루살렘 피스갓쩨에브의 백신 접종센터의 내부도 한산하다


벌써 3차 접종 계획 세운 이스라엘…"6개월 뒤엔 '어린이'도 접종 추진"


정체된 백신 접종률로 고민에 빠진 이스라엘 정부는 벌써 3차 접종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지시각 오늘 TV 연설을 통해 6개월 뒤 3차 접종, 이른바 '부스터 샷'을 실시하고 이때는 어린이도 접종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에선 아직 화이자가 임상 시험을 끝내지 못한 12세 이상의 어린이들에게도 접종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쳐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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