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천만 접종' 환호 뒤…스러진 간호공무원 이한나

입력 2021-06-11 21:00 수정 2021-06-11 21:09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서른넷 간호공무원 이한나 씨는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관련 업무를 하다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저희는 가족의 동의를 받아서 고인의 이름과 생전 모습을 공개합니다. 백신 접종이 104일 만에 1,000만 명을 넘으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그 뒤에는 한나 씨 처럼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한나 씨에게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박민규 기자가 쫓아가봤습니다.

[기자]

한나 씨가 근무했던 부산의 보건소를 찾았습니다.

동료들은 아직 믿기지 않습니다.

[이한나 씨 동료 : 토요일 일요일 푹 쉬고 월요일에 보자는 식으로 '푹 쉬어라' 했는데…푹 쉬라는 말이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

숨지기 하루 전 토요일까지 한나 씨는 출근했습니다.

[이한나 씨 동료 : 오늘도 일 많아서 나왔구나, 도와줄까 이렇게 얘기하니까 '괜찮아요. 선생님도 수고하셨는데 들어가세요'…괜찮다고 해서…]

한나 씨는 호스피스와 아토피 사업 그리고 정신병원을 담당해왔습니다.

이 병원은 확진자가 나오면서 봉쇄됐습니다.

[이한나 씨 동료 : '코호트 업무'라는 게 출근하는 날, 아닌 날 구분은 안 되는 것 같은데요. (이전에는) 두 달까지 계속 같은 병원에 있고 그렇게 했기 때문에 아마 마음의 부담이 심했던 것 같고요.]

이미 검체 채취 같은 코로나 업무를 추가로 맡아왔던 상황.

근무표에는 다섯 달 동안 360시간 넘는 초과 근무 기록이 남았습니다.

가족들은 미안할 뿐입니다.

[이한나 씨 남편 : 다독여줬죠. 안아주면서 지나고 나면 다 별것 아닌 게 될 거다… (한나 씨는) '오빠 고마워' 그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 한나 씨가 휴대전화에 남긴 검색 기록입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까지 동료를 걱정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고생해서 미안하다고 했고 동료들은 한나 씨 때문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한나 씨 동료 : '그럴 거면 휴직을 하지, 병가를 내지' 그런 말씀 몇 분이 하셨거든요. 옆에 직원들은 이미 과부하고 그러면 사실은 쉽지 않거든요. 너무 미안하고…]

한나 씨가 떠난 자리를 동료들은 지금도 지키고 있습니다.

[앵커]

한나 씨가 세상을 떠난 뒤 청와대도 나서서 보건소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하면서 필요한 쉬는 시간을 가질 권리는 아직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박민규 기자가 계속 전해드리겠니다.

[기자]

[두 분이 식사하신 것 맞으시죠. 2주간 자가격리시거든요.]

제일 급한 게 접촉자 확인이지만 쉽지 않습니다.

[이현화 : 자가격리를 못 하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 많으세요. '진짜 보건소 맞냐'…]

스트레스는 이제 일상입니다.

[이선주 : 욕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찾아오겠다, 뛰어내리겠다, 피해 보는 것 너희가 보상해라, 책임져라'…]

서로 의지하면서 견디고 있습니다.

[백승은 : 지금도, 잠시만요. 많이 지친 상황이라서…서로 다독거려 가면서…]

1년 넘게 운영 중인 선별진료소는 주말에도 쉬지 않습니다.

여기에 백신 접종까지 시작되면서 보건소 일은 더 늘었습니다.

[이혜원 : (예방접종) 추진단으로 많이 파견 가 계셔서 남은 분들이 기존 업무에서 플러스 두세 개 이상 다 갖고 계시거든요.]

코로나와 1년 반, 버티지 못한 사람은 떠났고 버틴 이들은 휴가를 쌓아둘 수 밖에 없습니다.

[이한나 씨 동료 : 특별휴가 있어요, 이미. 연가도 20개 있고… 내가 안 나오면 다른 사람이 해야 하니까 맘대로 못 쓰는 거예요.]

한나 씨가 숨진 뒤 대책은 나왔지만 땜질식입니다.

[박중배/전국공무원노조 부산본부장 : (발표된 대책은) 휴직으로나 결원으로 인한 충원이고 제일 바쁜 시기인 6월부터 9월까지의 인력 충원이 절실하고요.]

심리 지원도 해주겠다고 했지만 상담받을 시간조차 없습니다.

[이한나 씨 동료 : 상담받을 시간 없어요. 다른 일 많은데… 차라리 잠이라도 조금 더 자야지, 상담받을 시간 없어요.]

코로나 업무를 오래 했다면 바꿔줘야 합니다.

일선에서 누가 빠지면, 바로 채워줄 수 있는 '여유 인력'도 필요합니다.

[이한나 씨 형부 : (일이) 생기고 나서 인력 보충해줘 봐야 늦지 않습니까. 우리 처제 같은 또 다른 사람이 안 나올 수 있게, 미리미리 대처를…]

(영상디자인 : 김윤나·정수임)

관련기사

간호직 공무원 극단선택…유족 "코로나 격무에 우울증 생겨" '한 방'이면 되는 얀센 백신…예약 열자마자 수만명 몰려 "일 최대 100만 명도 접종 가능"…본격 접종 첫 날 64만 명 접종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