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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지시, 가족 앞에서 욕설까지"…떠나는 직원들

입력 2021-10-07 20:37 수정 2021-10-0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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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7일) 추적보도 훅은 제주도 관광을 대표하는 한 공공기관으로 가보겠습니다. 최근 여기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데, 정작 피해를 호소한 직원들만 회사를 떠나고 있습니다.

오승렬 PD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매년 대규모 국제행사가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도가 직접 출자해 만든 제주 관광을 대표하는 공공기관입니다.

이 센터에서 전산을 담당해 온 A씨, 지난해 11월 회사 전산 장비가 고장 나자, 천만 원이 넘는 복구비를 A씨 개인 돈으로 지불했습니다.

A에 따르면 직속 상사 김모 씨가 관리 책임을 이유로 개인 변상을 강요했다는 겁니다.

[김모 씨/상사 : 나한테 어떡하라고, 나한테 돈 내라는 얘기야?]

[A씨/직원 :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큰 액수고 해서…]

[김모 씨/상사 : 회계프로그램 작살났어 봐. 회사가 문 닫았지. 1억이 들든 2억이 들든 이런 거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했어야 될 일을 가지고. 억울하면 소송해.]

A씨는 센터 일부 간부들의 괴롭힘이 10년 가까이 이어졌다고 말했습니다.

[A씨/직원 : 회사에서 아무 조치도 없고 괴롭힘만 더해지고 사실 해결보다는 저는 두렵고 좀 그런 부분들이…]

폭언과 함께 모욕적인 말도 들어야 했습니다.

업무와 상관없는 황당한 지시들도 있었습니다.

전산 담당인 A씨에게 복잡한 회사 손익계산서를 컴퓨터 없이 계산하게 한 겁니다.

[A씨/직원 :그거를 매일 주면서 못 하면 이 돌대가리 ○○야, 욕하면서.]

센터에서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은 A 씨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1년 3개월 동안 20건 넘는 경위서를 써야 했다는 B씨.

[B씨/전 직원: 뭐 하나 실수했다 그러면 이거 써와라 저거 써와라. 가져가면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다 첨삭해가지고 이거 다시 써와라.]

휴일에 가족들이 있는 자리에서 폭언을 들은 직원도 있습니다.

[C씨/직원 : 이 ○○ 저 ○○ 쌍욕을 하고 온갖 모욕적인 말들을 큰소리로 했는데, 거의 한 20분 가까이. 아내가 울면서 되게 힘들어했어요.]

해당 상사들은 폭언은 실수였고, 실제 괴롭힘은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양모 씨/상사 : 언어적으로 제가 좀 실수할 수도 있고 뭐 그러지 않나 싶은데 뭐 괴롭힘이라든가 그런 부분들은 없습니다.]

직원들의 업무가 미숙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반박합니다.

[김모 씨/상사 : 본인이 업무 하는 부분에 있어서 미숙한 부분을 지적하고 본인이 따라가지 못한 거에 대해서 이제 와서 갑질이니 뭐니 하는 거 같은데.]

지난 8월,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폭언 등 직원들의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분리 근무 등 센터의 즉각적인 조치를 촉구했습니다.

센터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한 건 지난달 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관계자 : 조사를 시행하고 나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이 되고 그 절차에 따라서 시행을 하겠다는 게 가해자도, 가해자도 직원이고, 이 책임을 극복을 해서 모두 ICC의 하나의 역할로서]

일부 직원은 휴가를 냈지만,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리 감독 기관인 제주도청은 어떤 입장인지 찾아가봤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지 2년, 정작 현장에서는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A씨/직원 : 회사가 뭐 어떻게 고치고 이런 걸 바랄 마음의 여유도 없고요 그냥, 아휴…내가 제정신 온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VJ : 남동근 / 영상디자인 : 유정배 / 영상그래픽 : 박경민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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