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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때아닌 '밀쌈' 홍보에…미 보수언론 "김정일이 부리토 개발?"

입력 2022-01-10 17:04 수정 2022-01-1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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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8일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에 '북한이 김정은이 부리토(Burrito)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북한의 '밀쌈' 얘기입니다.

 
지난해 12월 16일 조선중앙TV에 방송된 평양의 밀쌈매대 모습. 〈사진=조선중앙TV 캡처〉지난해 12월 16일 조선중앙TV에 방송된 평양의 밀쌈매대 모습. 〈사진=조선중앙TV 캡처〉
최근 북한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사랑넘친 밀쌈매대〉라는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평양 곳곳의 가판대에서 팔고 있는 밀쌈을 소개하면서 그 인기를 전했는데요. 밀쌈은 다진 고기와 야채에 된장 소스로 간을 맞춘 뒤 밀가루 전병으로 말아놓은 음식을 말합니다.

평양에 밀쌈 판매소가 처음 생긴 건 2011년입니다. 그해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밀쌈을 생산하는 금성식료공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말, 김 위원장이 사망했습니다.

"위대한 생애의 마지막 시기까지 인민들의 식생활 향상에 노고를 바쳐가신 어버이 장군님의 인민사랑의 일화가 새겨져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조선중앙TV)

 
2011년 금성식료공장을 찾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을 담은 벽화 〈사진=조선중앙TV 캡처〉2011년 금성식료공장을 찾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을 담은 벽화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 매체가 전한 김정일 위원장의 "인민사랑"은 이렇습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밀쌈은 따끈따끈하게 덥혀야(데워야) 제맛이 난다고 하시며, 매대들에서 더운 밀쌈을 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책을 다 세워줘야 한다고 뜨겁게 당부하셨습니다." (금성식료공장 직장장, 조선중앙TV)

이걸 두고 미국 폭스뉴스는 "김정일이 부리토(멕시코 전통음식)를 개발했다고 주장한다"면서 "김정일은 과거에도 햄버거를 발명했다고 우겼다"고 비난했습니다. 미국의 다른 보수 매체들도 반응은 비슷했습니다. 워싱턴 이그재미너는 탈북자를 인용해 "북한은 부리토를 만들 재료도 없고 시민들에게 공급할 능력도 없다"며 "이런 음식을 파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매체는 "부리토는 멕시코 사전에 처음 등장한 멕시코 음식"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북한 평양 금성식료공장에서 제조한 밀쌈의 모습. 멕시코 전통 음식인 부리토(아래)와 비슷한 모양이다. 〈사진=조선중앙TV, 폭스뉴스 캡처〉북한 평양 금성식료공장에서 제조한 밀쌈의 모습. 멕시코 전통 음식인 부리토(아래)와 비슷한 모양이다. 〈사진=조선중앙TV, 폭스뉴스 캡처〉
북한의 밀쌈이 부리토와 비슷하게 생긴 건 사실입니다. 원조가 어디냐를 굳이 따진다면 북한 보도 어디에도 북한이 원조라는 식의 언급은 없었습니다. 그저 "밀쌈을 제공했다"는 북한 매체의 표현에 미국 보수 언론이 이렇게 반응한 것인데, 어느 정도는 보편적인 식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납작한 빵에 고기를 싸먹는 방식 말이지요.

주목할 건 북한이 밀쌈을 갑자기 홍보하기 시작한 배경입니다. 북한의 안 좋은 식량 상황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해 연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나라의 알곡생산구조를 바꾸고 벼와 밀농사를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밀 가공 능력을 대폭 늘려야 한다"면서 밀 농사를 강조했습니다. 심각한 식량난에서 생산 한계가 뚜렷한 쌀보다 밀가루 소비를 촉진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2011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밀쌈을 지금 새삼스레 꺼내 든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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