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외안구단]"최악의 식량난"…북한은 왜 유엔에 충실히 보고했나?

입력 2021-07-14 16:48 수정 2021-07-14 16:52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식량과 의료시설 부족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유엔에 공식 보고했습니다. 한 달 전 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식량난'을 거론하긴 했지만, 국제 무대에서 이처럼 자발적으로 어려운 처지를 호소한 것은 더욱 이례적입니다. "연이은 제재와 봉쇄" 등이 주된 이유라고 짚었습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표부 대사가 13일(현지시간)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 화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엔 웹TV 캡처〉김성 주유엔 북한대표부 대사가 13일(현지시간)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 화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엔 웹TV 캡처〉

■ “2018년 곡물 생산 최근 10년간 최저치"

북한은 현지시간으로 13일,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 화상회의에서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모두 66쪽에 걸쳐 △주민 생활 △식량 자급 △보건 등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현황을 기술했습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곡물 생산 현황을 소개하면서 "2018년 495만t이 생산돼 최근 10년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9년 665만t으로 같은 기간 최고치를 찍었지만, 지난해 552만t으로 급감한 사실도 덧붙였습니다. 원인으로 잇따른 홍수와 태풍 등 자연재해를 꼽았습니다.
13일(현지시간) 공개된 북한의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에는 최근 7년간 곡물 생산량이 담겼다. 〈북한 VNR 보고서〉13일(현지시간) 공개된 북한의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에는 최근 7년간 곡물 생산량이 담겼다. 〈북한 VNR 보고서〉

보건 분야에선 의료 인력과 제약 및 의료 기기 공장, 필수의약품 부족 등을 과제로 들었습니다 . 특히 제약, 백신, 의료 기기 공장은 세계보건기구(WHO) 제조관리기준(GMP)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자, 안전하지 않은 식수에 의한 사망자를 집계하지 못하는 상황도 직접 밝혔습니다.

또 “2017년 국가전력망에 접근하는 인구 비율은 99.7%를 기록했지만 전력 수요를 완벽히 충족하진 못하고 있다”며 “전체 전력 생산량과 1인당 전력 생산량 모두 감소 추세”라고 전력 부족 사태를 분석했습니다.

다만 2014년 1000명당 20명이던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발육부진 아동의 수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표부 대사는 화상회의에서 “북한을 향한 연이은 제재와 봉쇄, 심각한 자연재해, 지난해 세계 보건위기는 북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대사는 특정 계층에 대한 노동력 착취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북한의 명예를 손상하려는 의도”라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 “충실한 상황 보고 노력" "외부 식량 지원 수용 신호"

정부는 북한이 이처럼 내부 사정을 국제사회에 자발적으로 알린 점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VNR 보고서는 매년 유엔이 특정 국가를 지목해 제출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의무 사항은 아닙니다. 북한이 보고를 거부할 수 있었음에도 이행한 측면을 인정한 겁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SDGs 17개 목표에 북한이 충실히 상황 보고를 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며 “이번에 VNR 작성국으로 처음 지목된 북한이 국제사회 기준을 수용하려 한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동참했다는 의의가 있다는 해석입니다.
박정근 북한 내각 부총리가 13일(현지시간) 공개된 북한의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의 머리말을 썼다. 〈북한 VNR 보고서〉박정근 북한 내각 부총리가 13일(현지시간) 공개된 북한의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의 머리말을 썼다. 〈북한 VNR 보고서〉

한편으로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바라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식량난으로 외부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내외적으로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먼저 손을 내밀고 식량 지원을 요청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국제사회가 지원의 '판'을 깔아주면 응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분석했습니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