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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강조한 '반도체 인력양성' 현장 가보니…"문과생도 회로 실습"

입력 2022-07-06 11:01 수정 2022-07-0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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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인력 양성'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가장 힘을 쏟고 있는 정책 과제입니다. 윤 대통령은 그제(4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국 미래의 성패는 인재 양성에 있다"라고 다시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반도체 업계의 인력난은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 걸까요? 현장 전문가들은 "문과생도 가르쳐 쓸 정도"라고 말합니다. 정말로 문과생도 수업을 듣고 있는 반도체 설계 교육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지난 4일 가천대 '반도체 설계 전문인력 양성과정' 수업. 강사가 손에 들고 있는 건 실습용 반도체 회로입니다. 설계 코드가 의도한 대로 작성됐는지 검증하는 용도입니다. 지난 4일 가천대 '반도체 설계 전문인력 양성과정' 수업. 강사가 손에 들고 있는 건 실습용 반도체 회로입니다. 설계 코드가 의도한 대로 작성됐는지 검증하는 용도입니다.

"A가 0이면 NOT 게이트(NOT gate·참이 입력되면 거짓으로, 거짓이 입력되면 참으로 바꿔 주는 논리 회로)의 출력은 1이죠? 그래서 (반도체 회로 기판의) D10이 켜져 있어야 하죠?"

대학교에서 의류산업학을 전공한 4학년 김용신 씨가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가천대학교에서 듣고 있던 수업 내용입니다. 김씨는 지난 5월부터 시작한 '성남시 반도체 설계 전문인력 양성과정' 수강생입니다. 수강생 30명 가운데 전자공학과 등 반도체 관련 전공이 아닌 학생은 9명입니다. 그 중엔 김씨처럼 인문계나 예체능 계열 학생도 2명 있습니다.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반도체 설계 수업, 잘 따라가고 있는지 김씨에게 물었습니다.

[김용신/의류산업학과 전공 학생]
Q. 오늘 수업 내용 배운 적 있나요?
"아뇨, 전혀 몰랐습니다. 거의 10년 전에 고등학생 때 과학반, 발명반 이럴 때나 해봤지 정말 오랜만에 해봤습니다."

Q. 새로운 공부에 적응이 잘 되나요?
"처음에만 어렵지 그래도 계속 공부를 하다 보면 개인 역량에 따라 다른 거니까. 공부를 허술하게 하는 게 하니라 열심히 하신다면 잘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수업에 지원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금 제가 그렇게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뉴스나 신문 같은 걸 봤을 때 세상의 큰 흐름이 반도체 쪽으로 다 모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의류학과지만 10년, 20년 뒤까지 생각해 봤을 때 반도체 엔지니어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큰맘 먹고 지원을 하게 됐습니다."
 
의류산업학과 전공인 김용신 씨가 실습 수업에서 다룬 반도체 회로입니다.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라고 불립니다.의류산업학과 전공인 김용신 씨가 실습 수업에서 다룬 반도체 회로입니다. FPGA(Field-Programmable Gate Array)라고 불립니다.

■ "전공생으론 인력 수요 못 채워…미취업 청년에겐 취업 기회"


김씨 같은 비전공생이 강의를 들을 수 있었던 건 이 수업이 반도체 관련 전공생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지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8달간의 수업 과정이 전부 무료고, 수료하고 나면 취업 알선에 장학금까지 지원합니다. 파격적인 조건 덕에 30명 모집에 2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가천대 전자공학부 조성보 교수는 이렇게 비전공생이라도 가르쳐 써야 할 만큼, 반도체 업계의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말했습니다.

[조성보/가천대 전자공학부 교수]
Q. 문과생에게도 지원을 받은 이유가 뭔가요?
"전공생만으로 반도체 팹리스 설계와 파운드리 반도체 개발 인력들을 다 충원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러한 급격한 사회 구조 변화 속에서는 비전공자도 같이 참여해서 반도체 설계 개발에 참여하고, 이것을 통해 취업률을 제고하고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여당도 반도체 드라이브…'균형 발전'이 과제

여당인 국민의힘도 반도체 인력 양성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달 출범한 반도체산업 경쟁력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무소속인 양향자 의원에게 맡겼을 정도입니다. 양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야에서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임원을 맡았던 반도체 전문가 출신입니다.

하지만 난관도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선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 정원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의해 묶여 있습니다. 대학교가 몰려 있는 곳에 인구도 몰리기 마련인 만큼, 지나친 집중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이 규제를 풀어주는 건 야당의 반대는 물론이고, 수도권 외 지방을 지역구로 둔 여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부딪힐 수 있습니다.

학계에선 수도권뿐 아니라 지역의 대학도 경쟁력 있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특성화 교육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무작정 졸업생 수만 늘리면 오히려 인력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 위원장은 반도체특위 1차 회의에서 “각 지역 대학 중 강하게 육성해야 할 부분을 정부에서 정하고, 육성 가능한 학과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위는 다음 주 대학의 반도체 인력양성 현장을 방문합니다. 반도체 인재 양성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가치를 모두 충족시킬 대안이 나올지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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