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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청년 일자리 사업, 150만원씩 빼돌려...고용부 뒤늦게 "조치하겠다"

입력 2021-05-05 18:38 수정 2021-05-0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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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못 받는, 정부의 '청년 일자리 지원금'이 있습니다.

JTBC는 그제(3일) 청년에게 가야 했던 월급이 사업주의 계좌로 돌려지도록 체결됐던 이중 근로계약 실태에 대해 보도했습니다. 빼돌린 정부 지원금(국민 세금)은 사업자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갔습니다.

[단독] 1조 원 투입 청년 디지털 일자리…'이중계약'에 상처 | JTBC 뉴스 (joins.com)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2828


▶청년은 못 받는, 청년 디지털 일자리 지원금?

[취재썰] 청년 일자리 사업, 150만원씩 빼돌려...고용부 뒤늦게 "조치하겠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 부정수급 정황 관련 아르바이트 공고 내용 〈출쳐=JTBC '뉴스룸'〉청년 디지털 일자리 부정수급 정황 관련 아르바이트 공고 내용 〈출쳐=JTBC '뉴스룸'〉

'꿀알바/월 40만원/재택/4대 보험 적용/6개월'


27살 청년 A씨가 지난 3월 초에 한 유명 구인 사이트에서 본 공고입니다. 한 법률사무소가 6개월 동안 법적 상담 사례를 모으는 일을 할 사람을 찾고 있다고 했습니다. A씨는 "코로나 19 상황에 이런 아르바이트는 엄청 좋은 조건이었다"고 떠올렸습니다.

면접을 본 뒤 합격하기까지, A씨는 철저하게 월급 40만원을 주면서 4대 보험까지 적용해주는 '좋은 아르바이트'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이중 근로 계약을 요구받을 때까지는 말이죠.

A씨가 체결한 이중 계약서 〈출쳐=JTBC '뉴스룸'〉A씨가 체결한 이중 계약서 〈출쳐=JTBC '뉴스룸'〉

한장은 공고한 대로 월급 40만원, 다른 한장은 월급 200만원 계약서였습니다.


A씨는 고용주인 법률사무소 측이 이중 계약을 요구하면서 "'200만원을 먼저 주고 나머지 차액을 자기한테 돌려주면 된다'라고 얘기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니까 A씨에게 한 달에 200만원이 지급될 텐데, 그중 원래 월급인 40만원을 빼고 나머지 160만원은 법률사무소의 사업주 계좌로 입금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계약서엔 이런 단서도 있었습니다.

'급여 초과지급분이 있는 경우 회사의 연구·개발(R&D) 목적으로 사용됨에 동의함'
'급여 초과지급분은 당일에 반환함을 원칙으로 하고, 익일 18:00까지 반환되지 않을 경우 회사는 법적조치를 취할 수 있음'

제때 160만원을 돌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종의 경고였습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린 A씨는 "회사 자체도 법률사무소였고 법으로 계속 이야기하니까 무서웠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래서 해당 업체가 요구한 대로 새로 통장을 만든 뒤 아예 관리를 맡겼다고 했습니다. 일이 생기면 늦게 보낼 수 있는데,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경고가 두려웠다는 겁니다.

A씨의 월급 통장 내역 중 일부 〈출쳐=JTBC '뉴스룸'〉A씨의 월급 통장 내역 중 일부 〈출쳐=JTBC '뉴스룸'〉

A씨가 작성한 월급 200만원 계약서는 해당 법률사무소가 '청년 디지털 일자리 지원금'을 신청하는 데 쓰였습니다.


고용노동부에 월급 200만원에 청년을 고용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용도였습니다. 그러면 정부가 한 명당 매달 190만원씩 6개월에 거쳐 지원해주기 때문입니다.

결국 실제 청년들은 정부가 지원한 190만원 중 150만원은 받지 못한 꼴이 됐습니다. 이중 계약에 따라, 월급으로 40만원만 갖고 나머지는 사업주 계좌에 돌려놓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근로시간 등 계약 내용도 '월 40만원'에 맞춰졌습니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 지원금'은 정부가 올해 추경을 통해 몸집을 1조 287억원 규모로 키운 사업입니다. 청년 11만명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원래 예산대로면 청년 5만명을 지원하는 정도인데, 지난 추경을 통해 6만명을 추가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조건에 맞는 업체가 청년을 월 보수 200만원 이상으로 고용할 때, 인건비 등으로 최대 190만원씩 6개월 동안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업체는 월급 200만원으로 청년과 계약하면, 한 명당 최대 114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

JTBC 취재 결과, A씨와 같이 이중 계약을 통한 허위 월급 계약 정보로 신청된 경우는 총 65건입니다.

65건은 모두 네 개의 업체와의 근로 계약들이었는데, 이중 법률사무소 등 3개 업체의 대표가 B씨였습니다. 그는 JTBC 취재진과 만나 "보조금 편취나 이런 건 저도 죄질이 안 좋다고 알고 있다"면서도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 몰랐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도 "채용 과정에서 근로자에게 얘기를 해서 초과 지급되는 부분을 회사 R&D(연구·개발) 자금으로 사용되는 것에 구두로 동의를 받았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돈은 그대로 회사 계좌로 받았고, 계좌에 그대로 있다"며 "회사 계좌에서 1원도 인출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는 "근로자가 받은 부분에 대해서 회사가 R&D(연구·개발)와 디지털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걸로 사후적으로 (청년과) 합의한 것이라서, 제가 법적으로 봤을 때 편취한 건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고 거듭 설명했습니다.

B씨는 3개 업체 외 또 다른 한 개 업체인 법률사무소에 대해선 "지인에게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다', '나 믿고 이건 같이 하자'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뒤늦게 입장 바꾸는 고용노동부?

이제 남은 건 고용노동부와 경찰의 철저한 조사입니다. 청년정의당은 어제(4일) 관련 기업과 대표자를 공무집행방해죄·사기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는 모습 〈출처=연합뉴스〉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는 모습 〈출처=연합뉴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어제(4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안경덕 후보자에게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안 후보자는 "청년들이 얼마나 무력감을 느낄지 지적하신 부분에 공감한다"며 "고용부 전 직원이 청년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세로 일을 하고 부정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처벌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또 JTBC가 보도한 부분을 두고도 "부정수급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문제가 있으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청년정의당은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현장점검이 부실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고용노동부가 "이 같은 사태를 알지도 대응하지도 못한 채 '지침 위반 특이사항이 없다'는 답변만 들려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용부는 이렇게 큰 규모의 일자리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지원을 받는 업체나 노동자의 실태는 관리감독하지 않고, 중간운영기관을 대상으로만 지도와 점검을 시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문제제기 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보도가 나간 이후, "꼭 필요한 기업과 청년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부정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입장을 냈습니다. 현장점검을 강화하고, 부당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은 경우 최대 5배의 제재부가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탈감 많이 느낀다…취업하기 힘든데 이걸 이용하다니"

청년 디지털 일자리 부정수급 정황 관련 A씨와 취재진이 인터뷰하는 모습 〈출쳐=JTBC '뉴스룸'〉청년 디지털 일자리 부정수급 정황 관련 A씨와 취재진이 인터뷰하는 모습 〈출쳐=JTBC '뉴스룸'〉

"가뜩이나 이런 시국에 일도 없고 알바도 없거든요. 그래서 박탈감도 많이 느껴요. 가뜩이나 취업하기 힘든데.
이런 사람들은 이걸 이용해서 뒷돈을 챙기려고 하니까…"

A씨에게 이번 상황에 관해 묻자 나온 말입니다. 현재 청년들의 심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느껴집니다.

A씨는 "너무 괘씸하다는 생각이 컸다"며 "얼마나 공론화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라에서도 이런 식으로 횡령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신고했다"고 말했습니다.

내일(6일) 국회에선 안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된 안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한 말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JTBC는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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