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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찾는 고양이 죽다" 계속된 쪽지…급증하는 '잔혹 학대'|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1-03-20 19:55 수정 2021-03-2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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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픈마이크, 이번에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생명, 동물에 대한 연속 기획입니다. 길 위에서 태어났거나 버려져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들입니다. 동물 학대의 대부분은 이런 고양이들을 상대로 일어나는데요. 최근에는 고양이를 학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대를 전시하며 다른 사람들이 마음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걸 즐기는 듯한 범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 사건부터 보도해드리고 잔혹한 고양이 학대 범죄가 왜 급증하는지 대책은 없는지 이번 주부터 연속 보도하겠습니다.

[기자]

사건이 시작된 건 지난달부터였습니다.

코에 점이 있어 '코점이'라 불리는 고양이가 피를 흘리며 발견된 겁니다.

[인근 주민 A씨 : 핏자국 발견된 데는 여기예요. 눈은 여기가 지금 안에가 빈 것처럼 완전 그냥 피가 철철…]

그리고 그날 이후, 다른 주민들 역시 학대 정황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고양이 물그릇에 세제를 뿌려놓은 겁니다.

행여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까봐 길가가 아닌 자신의 건물 뒤편에 마련해놓은 자리였습니다.

그날의 CCTV를 같이 확인해봤습니다.

[인근 주민 B씨 : 지금 이 사람이요. (아, 저기) 이러고 있다가 2분 정도 뒤에 다시 나와요. 처음에는 노상방뇨라고 생각해서 남편이 뛰어왔는데, 그릇을 확인하니까 물그릇에 세제 같이 거품이 있어서…]

그리고 바로 다음 날부터 노골적인 협박이 시작됐습니다.

물그릇이 있던 담장에 이틀 연속 '고양이를 해치겠다'는 내용을 버젓이 적어놓은 겁니다.

CCTV를 피하려 담을 넘어온 건지, 담장에는 손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인근 주민 B씨 : 경찰에 신고만 세 번째 했어요. 신고하니까 제일 먼저 물어본 게 '그게 찍혔어요?' 찍혀 있는 게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준대요.]

결국 직접 잠복에 나선 주민들.

그런데 잠복 3일째, 어딘가에서 쪽지 하나가 날아왔습니다.

[인근 주민 B씨 : 저쪽 건물에서 쪽지를 던진 거예요. 저희가 안 펴볼 수도 있으니까 글씨를 바깥으로 해서 구겼더라고요. 빨간색 글씨로 '수고가 많다'라고 적어서… 다 보고 있던 거예요.]

제보를 받은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저희 취재진도 코점이를 찾으러 나섰습니다.

[최민경/동물권행동카라 활동가 : 안구가 어떻게 손상됐는지가 의학적으로 더 구체적으로 증명이 돼야 학대라는 걸 입증하기가 사실 더 유리하거든요. 또 고양이 안전도 중요하고, 구조하는 게 굉장히 시급해 보여요.]

그런데 그날도 범인은 쪽지를 보냈습니다.

'당신들이 찾는 고양이'라고 콕 집으며, '죽음'을 언급했습니다.

이번에도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던 겁니다.

[인근 주민 A씨 : 일반 사람들이면 그렇게 언론이라든지 단체에서 나오고 이러면 (숨을 법도 한데) 굉장히 과감하게… 보통 사람은 아닌 거거든요. 많이 무섭죠. 충분히 사람한테도 나중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주민들과 카라가 포기하지 않은 끝에, 17일 만에 코점이는 구조됐습니다.

보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피를 흘리고 있는 코점이.

바로 병원으로 옮겨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피를 닦아내고 상처를 보니, 날카로운 무언가에 찔린 듯합니다.

그래도 다행히 안구는 비껴가 시력을 잃진 않았지만, 며칠 새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의료진은 사람이 고의로 해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김현정/수의사 : 날카로운 거죠. 구멍이 정말 뽕 날 정도였으니까. 깊이가 좀 꽤 깊었어요. 5mm까지 될 수도 있겠다. 애가 피하다가 뾰족한 거에 그 (눈) 옆을 찔렸을 가능성도…]

그보다 앞서 다리가 부러졌던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카라는 서울 강남경찰서에 동물보호법 위반과 협박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냈습니다.

[전진경/동물권행동카라 대표 : 그 학대자는 정말 꼭 잡아야 돼요.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것만 즐기는 게 아니라, 그 동물이 고통을 받는 것에 대해서 연민을 느끼는 동네에서 고양이를 보살피려던 분들이 너무 걱정을 하고 또 쇼크를 받고 그러는 걸 즐기는 거거든요. 동물학대로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길에서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하고 살해하는 범죄는 최근 들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 들어서만 주차장, 공원 등에서 고양이가 살해됐고, 시체를 훼손하는 일까지 수차례 확인됐습니다.

고양이를 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유튜브와 채팅방에서 자신의 범죄를 자랑하듯 공유하는 일까지 이어졌습니다.

[김현정/수의사 : (구조된 동물만) 저희가 돌보고 있는데, 아이들은 사실은 되게 사람을 좋아해요. 정말 뭘해도 무조건적인 헌신과 애정을 주거든요. 그런데 그걸 사람들은 왜 잘 몰라주는지 모르겠어요.]

(화면제공 : 동물권행동카라·동물자유연대)
(영상디자인 : 정수임 / 영상그래픽 : 변윤선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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