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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제 목표는 아니다" 이정후가 밝힌 '야구의 목적'

입력 2022-07-06 10:20 수정 2022-07-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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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제 야구 인생의 목표는 아니라서요"

이정후(24·키움히어로즈)는 올해 컨택 능력에 장타까지 더하면서 '완전한' 타자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아버지 이종범 LG 퓨처스 감독의 전성기와 비교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정후는 아버지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에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어제(5일) 두산과 원정 경기를 앞두고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정후는 "꾸준히 하나하나 하다 보니 아버지 기록까지 도달한 거라 생각한다"며 "아버지의 기록을 한 단계 뛰어넘는다면 기분은 좋을 것 같지만 그게 야구 인생의 목표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어제(5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정후 (사진=JTBC)어제(5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이정후 (사진=JTBC)
통산 1000안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정후는 아버지 이종범 감독의 한 시즌 최다 안타(196개), 홈런(30개) 기록도 넘보고 있습니다. 시즌 절반가량이 지난 시점에 100개의 안타와 14개의 홈런을 기록한 이정후가 지금 같은 기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안에 아버지의 기록에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정작 이정후는 야구를 하는 이유가 아버지의 기록을 넘어서기 위함도, 해외리그에 진출하기 위함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지난 3일 많은 팬들의 축하와 축복을 받으며 은퇴식을 치른 고교 선배 박용택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는 이정후는 "(선배처럼) 야구 외에도 팬분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선수 생활은 길지 않다"며 "선수보다 인간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길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선수 생활의 마지막은 아직 상상하기 싫다며 "선수가 너무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음은 이정후와의 일문일답.

Q. 통산 1000안타를 앞두고 있는데, 아버지인 이종범 감독의 한 시즌 최다 안타나 홈런 기록도 깰 수 있는 페이스라 욕심이 나진 않나

"아버지가 제 야구 인생의 목표는 아니라서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안 다치고 꾸준히 하나하나 하다 보니까 이렇게 아버지 기록까지 도달한 거라 생각해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냥 제가 아버지를 한 단계 뛰어넘는 기록이 되는 거니까 기분은 좋을 것 같습니다"

Q. 아버지와 부자 타격왕도 했는데, 부자 MVP도 욕심이 있나

"그건 아직 너무 먼 얘기고요. MVP는 선수들이라면 다 꿈꾸는 일이기 때문에 제가 지금처럼 안 다치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다면 그때 알아서 MVP가 주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달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솔로 홈런을 쳐내고 있는 이정후 (사진=연합뉴스)지난달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솔로 홈런을 쳐내고 있는 이정후 (사진=연합뉴스)
Q. 요즘 타석에 들어설 땐 어떤 생각을 하며 들어가는가

"여름이고 체력이 떨어질 시점이어서 방망이가 조금씩 안 도는 느낌이 드는데요. 그때는 힘을 더 빼고 방망이 헤드로 공을 정확히 맞히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도 '여름이고 힘이 떨어질 시기니까 체력 관리 잘하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십니다"

Q. 한국 무대가 좁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 있나

"선수라면 다 꿈꾸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제가 해외 진출하려고 야구를 하는 게 아니라서요. 저를 위해 팀을 위해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해외 나갈 수 있는 시점이 됐을 때 좋은 기회가 생길 거라 생각합니다"

Q. 좋은 기회가 생긴다면, 미국과 일본 중엔 어느 쪽을 더 염두에 두고 있나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하는 미국일 것 같아요. (김)하성 형도 지금 미국 가서 잘하고 있고. 하성 형한테도 많은 조언을 듣고 있어서 미국에 좀 더 생각이 있긴 합니다"

Q. 등 번호가 이치로 선수와 같고, 이치로가 우상이라 얘기한 적도 있는데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키우는 동기도 됐을까

"저는 사실 메이저리그를 이치로 선수 때문에 알게 된 것도 있거든요. 제가 처음 야구를 시작했을 때 저희 어머니께서 미국에 다녀오시면서 이치로 선수 관련된 상품 같은 것들을 많이 사다 주셨어요. 그때 '미국에도 프로야구가 있구나'를 알게 됐고, 제가 야구 시작한다 했을 때 아버지께서 '왼손 타자 해야 한다'하시면서 가장 처음으로 보여준 선수도 이치로 선수였어요"

 
지난달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쓰리런 홈런을 치고 포효하는 이정후 (사진=연합뉴스)지난달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쓰리런 홈런을 치고 포효하는 이정후 (사진=연합뉴스)
Q. 여름에 레게머리를 공개한다 했는데, 누구를 따라 했는지, 언제 공개할 건지 말이 없어서 팬들의 추측만 무성한데

"그건 올스타전 때 공개할 생각입니다. 누굴 따라 한다기보다는 제가 캠프 기간에 머리를 못 잘라서 머리가 긴 상태로 서울에 미용실을 갔는데 머리 해주시는 형이 머리 이쁘게 길렀는데 계속 길러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다가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Q. 휴식기에 골프를 치던데, 골프가 타격의 비결이라 할 수 있나

"아니요. 골프는 오른손으로 치고 야구는 왼손으로 쳐서요. 시즌 중에 스트레스받거나 기분 전환할 게 필요하잖아요. 아버지께서도 골프를 치라 권유해주셨고요. 골프장에서 푸른 잔디, 나무 보고 공이 시원시원하게 나가는 모습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은 공기 마시면서 걸어 다니면 기분 전환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취미로 즐기고 있습니다. 너무 더워서 살 다 탔어요. 지금"

Q.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우승이죠. 지금 우리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점점 더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을 선수들도 하고 있는데요. '(2등인) 우리가 SSG 잡아야 해' 이런 분위기가 형성돼있는 건 아니고요. 우리 팀이 올 시즌 강팀으로 평가받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선수가 한 경기 한 경기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지금 좋은 성적이 나는 거 같은데 '몇위를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보다 지금처럼 매 경기 소중히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해요. 우승이 가장 하고 싶습니다"

Q. 박용택 선수 은퇴식이 화제였는데, 선수생활 많이 남았겠지만 본인의 마지막 모습은 어떤 모습이 될 거라 상상하나

"고등학교 대선배님이신 용택 선배님께서 그렇게 멋진 모습으로 은퇴하시는 모습 보면서 저도 야구팬으로서 많이 감동 받았고,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퇴장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선배님께선 야구만 잘한 게 아니라 팬서비스도 완벽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축하와 축복을 받으면서 은퇴하실 수 있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야구 이외에도 팬분들한테 좀 더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선수생활은 길지 않다고 생각해요. 선수보다 인간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다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더 신경 쓴다면 저도 멋지게 퇴장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근데 상상하기 싫습니다 아직. 선수가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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