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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대필 의혹' 검사 항소심..."예비심사 논문은 본질상 계획서"

입력 2021-06-18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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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 논문으로 박사학위 예비심사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현직 검사 정 모 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정 씨는 서울의 한 사립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니던 2016년 12월 당시 지도교수 노 모 씨의 조교 김 모 씨가 대필한 논문으로 박사학위 예비심사를 받아, 공정한 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노 씨와 공모한 혐의도 받았는데,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에선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정 씨는 교수인 동생 정 모 씨와 함께 기소됐는데, 정 씨 역시 대필 논문 3편을 법학 학술지에 실어 학술지 논문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동생 정 씨 역시 모든 혐의가 인정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늘(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1부(김예영 이원신 김우정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두 번째 재판에서 검사 정 씨 측은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로스쿨 교수, 대학원생에 현직검사 논문 대필 지시 정황' 2019.01.14 JTBC 뉴스룸'로스쿨 교수, 대학원생에 현직검사 논문 대필 지시 정황' 2019.01.14 JTBC 뉴스룸

◇예비심사 논문은 논문이 아니다?
정 씨 측은 박사학위 예비심사에 제출되는 논문은 본질상 '계획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비심사를 통과한 다른 학생들의 논문을 봐도 목차만 기재돼있거나 간단히 계획만 기재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또 예비심사 과정 자체가 논문지도 과정의 일부라서, 지도교수의 수정이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지도교수가 자신의 보조기관인 조교를 이용해 해당 논문을 수정하고 지도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1심 재판부는 예비 심사가 지도 과정이라고 하더라도, 학칙에 심사 신청 자격이 엄밀히 규정돼 있다고 봤습니다. 본인이 아닌 대필 조교가 작성한 연구 태도와 주제, 타당성 등으로 심사를 통과했다면 심사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초안은 직접 썼다?
정 씨가 쓴 초안을 바탕으로 조교들이 일부 내용을 붙였다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정 씨가 직접 12쪽가량 초안을 작성했고, 조교들이 추가로 쓴 부분도 정 씨가 과거 리포트를 쓴 주제여서 자세하게 알고 있던 내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대필을 교수와 공모할 이유도 없었고, 조교들이 수정한 사실도 몰랐다고 강조했습니다. 사건이 커진 뒤 노 교수는 출국해 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은 만큼, 조교에게 수정을 지시한 과정 등도 엄격히 증명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정 씨가 초고를 쓴 자료들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조교들이 수정한 자료와 교수에게 메일로 보고한 내용 등이 남아있는 상황 등을 종합하면 초고 역시 정 씨가 작성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오늘 정 씨 측은 당시 작업한 노트북을 찾지 못해 자료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검사 업무가 과중해 박사 과정을 끝까지 하지 못한 만큼, 예비 심사 자료를 보관하는 게 비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교과서 봤다?
오늘 법정에는 정 씨의 동기 검사 유 모 씨가 나왔습니다. 예비심사가 있던 때에 정 씨와 같은 청에서 근무했던 인물입니다. 유 씨는 당시 정 씨가 논문의 영어 제목을 고민하거나 예비심사로 인해 스트레스를 토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 씨의 예비심사 논문이 대필 된 것이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예비심사 논문 작성 과정에서 정 씨가 결과물을 두 번 보여준 적도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유 씨의 이런 진술이 정 씨가 논문을 직접 썼다는 것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오늘 유 씨는 검사실에서 해당 사립대 출판부 교과서, 정 씨의 지도교수 이름이 적힌 교과서를 봤다는 증언을 새롭게 꺼냈습니다. 반면 검찰은 어느 검사실이든 형사소송법 등 교과서는 있을 수 있고, 교과서가 펴져 있다고 해서 논문 작성 사실을 증명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1일에 증거조사를 마치고 항소심 재판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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