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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집단행동 예방계획 달라"…공공기관 '황당한 입찰공고'

입력 2021-07-29 20:40 수정 2021-07-3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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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헌법에는, 노동자의 권리인 '노조의 단결권'이 명시돼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공공기관이 콜센터 업체를 선정하면서 집단행동을 막을 방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JTBC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상담직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겠단 겁니다.

고승혁 기자입니다.

[기자]

중소기업은행이 지난 4월 낸 콜센터 입찰 공고입니다.

그런데 평가 항목 중에 상담직원들의 '집단행동 예방 계획'이 포함돼있습니다.

콜센터 직원들이 단체행동을 하지 못하게 어떤 조치를 취할 건지 밝혀야 일을 주겠단 겁니다.

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의 활동을 '예방해야 할 행위'으로 규정한 셈입니다.

기업은행 측은 처우를 잘 해줘 집단행동을 막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중소기업은행 관계자 : (집단행동이 노조라든지 쟁의행위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죠. (하지만) 평소에 의사소통 경로나 분쟁이나 급여 부분이 잘돼 있고 하게 되면 분쟁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노동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근로복지공단도 콜센터를 선정하면서 '집단화 방지 방안'을 요구했습니다.

'집단화 방지'는 헌법에 명시된 노조의 단결권과 배치되는 개념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공단 측은 모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 : 다른 콜센터 제안서 올라온 거 조금씩 참조해서 작성하다 보니까 (이 문구는) 기자님이 말씀하셔서 처음 보는 셈이에요.]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콜센터 업체 선정 때 상담직원들의 집단행동 방지 계획을 요구한 기관은 모두 7곳이었습니다.

노동계는 위헌 가능성에 주목합니다.

[김태욱/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 : 사용자가 노동조합 활동에 지배·개입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로써 형사 처벌되는 범죄행위입니다. 게다가 이 문서가 실제 배포된 것으로 보이고 실제 범죄행위 증거이고…]

문제는 공공기관까지 퍼진 이런 입찰 기준이 민간기업들에선 점점 더 흔한 일이 되고 있단 점.

짙은 코로나 불황 속 일자리를 잡기 위해 단결권을 포기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조지훈/콜센터 노동조합 활동가 : 회사에서도 원청이 하청과 계약할 때 (노동)조합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보고… (노조 관련) 대화가 나오면 그 자리에 계신 관리자분께서 '말도 꺼내지 말라. 언급도 하지 말라' 제재를 당한 기억이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조성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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