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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군 성추행 사건' 국선변호인 선정에 닷새 걸린 이유는

입력 2021-06-10 18:58 수정 2021-06-10 21:55

국방 검찰단 "이중사 사건 3월 4일 입건"
이중사, 5일 조사 후에야 변호인 신청
'여성 변호인 배정' 매뉴얼도 안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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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검찰단 "이중사 사건 3월 4일 입건"
이중사, 5일 조사 후에야 변호인 신청
'여성 변호인 배정' 매뉴얼도 안 지켜

국방부 검찰단은 10일 공군 20비행단 이중사 성추행 사건의 입건일이 사건 이틀 후인 3월 4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사건은 4일 입건됐고 5일 공군본부에서 파견된 전문 수사관이 피해자 조사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4일 입건 이후 5일 오후 조사 전까지 20비행단 수사 관계자들은 피해자에게 변호사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을까요? 여러 정황상 그러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군검찰·조사본부, 공군검찰 압수수색 〈사진=연합뉴스〉군검찰·조사본부, 공군검찰 압수수색 〈사진=연합뉴스〉

국방부 성폭력 범죄 피해자 보호에 관한 훈령 10조를 함께 보실까요.

훈령 10조
① 군 검찰 또는 군 경찰은 피해자 조사 전 변호인 선임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② 만약 변호인 선임이 안 됐다면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이중사의 남편은 “20비행단 수사 관계자로부터 국선변호인 관련 안내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공군본부 성범죄 전담수사관은 피해자 조사에 앞서 체크 리스트 가운데 하나인 국선변호인 선임 관련 고지를 해줍니다.
 
'부실수사 규명' 공군본부 압수수색〈사진=연합뉴스〉'부실수사 규명' 공군본부 압수수색〈사진=연합뉴스〉

아쉬운 점은 이 대목입니다. 20비행단 군 검사와 군 경찰이 가장 먼저 신고를 받았고 피해자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좀더 주도적으로 훈령과 매뉴얼을 이행했어야 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 피해자 조사 뒤 국선변호인 선임 신청서 제출

이중사는 피해자 조사가 끝난 뒤 국선변호인을 선정해달라고 서면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국선변호인은 피해자 조사 4일 후 선정됐습니다.

20비행단군검찰은 국방부 성폭력 피해지원 매뉴얼과 달리 여성 변호인을 선정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매뉴얼에는 여성 변호인을 우선 선정하거나 여건이 맞지 않으면 민간 여성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예산지원을 하도록 주문하고 있습니다.
 
출입 차량 통제하는 공군 20전투비행단 〈사진=연합뉴스〉출입 차량 통제하는 공군 20전투비행단 〈사진=연합뉴스〉
성폭력 대응 훈령과 매뉴얼 있었지만…

이중사 사건은 초기부터 피해 사실이 확인됐고 사안이 엄중했습니다. 해당 부대 수사당국이 훈령과 매뉴얼을 정확하게 구현했다면 두 개 부대에서 다양한 층위의 2차 가해를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었다고 군 사건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군법무관 출신 김경호 변호사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통합 지원 그중에서도 법무 지원에 큰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오히려 미흡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 훈령과 매뉴얼에 따라 피해자를 가해자와 그 주변으로부터 두텁게 보호했어야 했는데 국선변호인 선정 단계부터 철저하지 못했다”며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부대 수사당국과 국선변호사로부터 이중 삼중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 채 2차 가해가 발생하자 피해자의 고립감이 극대화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중사 남편의 진술서의 한 토막입니다. 이중사는 2달간의 휴가 이후 업무 복귀를 앞둔 시점에서 2차 가해의 장본인들과 대면해야 하는 압박감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원래 청원휴가가 끝난 뒤에 사무실에 복귀하고 2021년 전반기 (정기)인사 이동을 통해 15비행단으로 전속을 가려고 했지만 노** 준위와 노**상사의 2차 가해로 인해 사무실 복귀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 중사는 결국 정기 인사 전인 5월 중순 15비행단으로 전속 배치됩니다. 한 달 이상 가해자 주변인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던 겁니다.

3월 9일 20비행단 군 검사가 선정한 국선변호인은 피해자와 7차례 통화와 12개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고 말합니다.
 
이모 중사 빈소 찾은 군인들  〈사진=연합뉴스〉이모 중사 빈소 찾은 군인들 〈사진=연합뉴스〉

4월 7일 사건은 20비행단군 검찰에 이첩됐지만 피해자 조사가 두 차례 지연됐다는 이유로 55일만에 가해자를 소환합니다. 그 사이 피해자는 갖가지 2차 가해 정황 속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상상력을 발휘해보겠습니다. 훈령과 매뉴얼에 맞춰서 해봤습니다.

신고가 들어간 3월 4일, 해당 부대 관계자가 국선변호인 선정 관련 안내를 해줍니다. 여성 변호사가 아무래도 피해자에게 심리적으로 편했겠지요. 여성 변호사를 선정해달라고 요청할 겁니다.

인력 편제상 여성 국선변호사를 지원하기에 여의치 않았다면 매뉴얼대로 피해자가 민간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정해진 범위 내 예산 지원을 해줍니다. 이 여성 변호사와 사건 관련 진술을 정리하고 피해자 조사를 받습니다.

민간 변호사는 법무 시스템에 낯선 피해자가 답답해하거나 수사 진행 관련 궁금증에 적절히 응답해줍니다. 특히 유무형의 2차 가해가 가해질 때 변호사는 관련자들에게 법 위반이라는 점을 못 박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가장 궁금해했을 사안. 군 검찰의 수사가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언제쯤 가해자 조사는 이뤄질지 민간 변호인의 조력을 받았을 겁니다.

이런 상상과 달리 현실의 사태 흐름은 정반대였죠.

성범죄 사건이 터졌을 때 적당히 시간을 끌어 당사자간 합의를 유도하거나 조직문화에 순응하도록 방조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엄정한 법집행은 없었습니다. 이중사 성추행 사건 처리가 '늑장 수사'에 '조직적 부실 수사' 혐의를 받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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