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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해외 가스전 캐는 한국, 앞바다 가스전 버리고 재생에너지 찾는 북유럽

입력 2022-01-10 09:32 수정 2022-01-12 13:10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13)

신년 특집 '북유럽 탄소중립' 릴레이 단독 인터뷰 (하)
토마스 안커 크리스텐센 덴마크 기후대사,
라나 아즈파 자파르 노보 노디스크 코리아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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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13)

신년 특집 '북유럽 탄소중립' 릴레이 단독 인터뷰 (하)
토마스 안커 크리스텐센 덴마크 기후대사,
라나 아즈파 자파르 노보 노디스크 코리아 대표 인터뷰

전 세계가 기후변화를 막으려 온실가스를 줄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인간이 좀 불편하더라도 다른 생태계를 위해서'와 같은 이타적 이유 때문일까요. 물론, 그러한 이유도 아예 없다곤 할 수 없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번영'을 이어나가기 위해서입니다. 일찍이 IMF는 기후변화와 노동 생산성의 연관성을 연구해 발표했습니다. 기후변화는 그저 '날씨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우리 인간의 활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야외 활동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실내 활동의 경우도 냉·난방 수요의 증가 등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죠. 이같은 영향은 비단 '열악한 국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해외 가스전 캐는 한국, 앞바다 가스전 버리고 재생에너지 찾는 북유럽
IMF는 기후변화로 인한 노동 생산성의 저하가 국가 간 차이도 있지만, 같은 나라라 할지라도 지역에 따라 그 차이가 더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미 도심지와 낙후지 사이 노동 생산성에 차이가 있는데,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겁니다.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상대적으로 온난한 기후의 선진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상황을 가정한 RCP 8.5 시나리오에서, 2100년 낙후지역의 노동 생산성은 2~3%나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물론, 예외도 있었습니다. 이전까지 '너무 추워서' 일하기 힘들었던 나라들의 경우, 기후변화로 실질 생산량이 도리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죠. 언제나 '부동항'을 갈구해왔던 러시아의 경우도, 기후변화로 지구의 평균기온이 계속해서 상승하면 자연스레 모든 항구가 얼어붙을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난주부터 전해드리고 있는 북유럽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평균기온이 1℃ 오르면 1인당 실질 생산량이 평균 1~1.5% 가량 올라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국가들은 그 어느 나라들보다도 더욱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해외 가스전 캐는 한국, 앞바다 가스전 버리고 재생에너지 찾는 북유럽
우리가 흔히 유럽의 온실가스 감축을 생각하면 주로 서유럽 국가들을 떠올립니다. 독일과 영국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우직하게, 성큼성큼 갈 길을 가고 있는 나라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덴마크입니다.


덴마크는 유럽의 대표적인 산유국입니다. 1972년부터 북해 유전에서 다량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했죠. 특히, 천연가스의 경우 북해뿐 아니라 덴마크의 내륙에서도 나옵니다. 이렇게 앞마당에서 화석연료를 구할 수 있고,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이 '생산성의 증가'로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덴마크는 매우 강력한 감축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무려 '1990년 대비 70% 감축'입니다. 그리고 2020년 기준, 이미 1990년 대비 50% 감축에 성공했습니다.

정작 그 어떤 화석연료도 나지 않는 아시아의 한 나라에선 2030 NDC를 40%로 정하는 데에도 온갖 우여곡절이 뒤따랐던 것과는 너무도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이 나라에선 전 세계에서 거의 최고 수준으로 원전이 밀집해있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가 아닌 원전이 탄소중립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용후핵연료를 여러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핵무기 보유 국가도, 국토 면적이 넓어서 그 누구의 손길과 발길, 눈길이 닿지 않는 외딴곳에 대규모 핵폐기물 처리시설을 지을 수 있는 국가도 아닌데 말이죠.

70% 감축 목표를 결정할 때, 덴마크에서도 정당 간의 충돌이 벌어졌을까요. 토마스 안커 크리스텐센 덴마크 기후대사는 “2020년 여름, 이 목표를 담은 법안은 의회에서 95%의 찬성표를 받으며 통과됐다”며 “의회 내 10개 주요 정당 가운데 8개 정당이 지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앞마당 유전'과 '앞마당 가스전'을 포기하면서 전력망에 대신 들어오게 된 에너지원은 무엇이었을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해외 가스전 캐는 한국, 앞바다 가스전 버리고 재생에너지 찾는 북유럽
이미 2012년, 덴마크에선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이 50%를 넘어섰습니다. 2014년엔 풍력발전의 발전량이 석탄화력발전의 발전량을 넘어섰고요. 그리고 2020년,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무려 84%나 됐습니다. 사실상 에너지전환의 '완성 단계'에 접어든 셈입니다. 이처럼 재빠른 재생에너지 확대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비단 정치권의 의지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시민사회와 재계, 산업계 모두가 에너지전환을 한 목소리로 요구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실제로 에너지전환으로 인한 반사 이익은 덴마크의 기업들에게도 돌아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이제서야 기업들이 하나, 둘 RE100에 동참하고 있죠. 덴마크에선 이미 RE100을 달성한 기업이 나왔습니다. 2021 RE100 리더십 어워즈를 수상한 4개 글로벌 기업 가운데 한 곳, 바로 노보 노디스크가 대표적입니다. 라나 아즈파 자파르 노보노디스크 코리아 대표에게 “그럼, 공장 부지엔 대규모 태양광 또는 풍력발전 설비가 설치됐는가” 물었습니다.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다. 콘센트에 코드를 꼽고 쓰는 전기 자체가 이미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진 전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10년간 덴마크의 주요 에너지 관련 지표들을 살펴보면 그저 '에너지전환'만으로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에너지의 수요 자체가 줄어들었습니다. 전체 에너지 생산량은 최근 10년간 급격한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1990년보다도 6.85% 줄었을 정도입니다. 실제 1차 에너지 공급량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최근 10년간의 감소세뿐 아니라 1990년 대비 11.47% 줄어들었죠.

[박상욱의 기후 1.5] 해외 가스전 캐는 한국, 앞바다 가스전 버리고 재생에너지 찾는 북유럽
탈 화석연료는 결국 전력 사용량의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휘발유나 경유로 가던 자동차를 전기로 움직이고, 가스로 켜던 보일러와 조리도구를 전기로 켜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의 전력 사용량을 보면, 그래프는 '우상향'한다기보다는 '우하향'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굳이 에너지전환 때문이 아니더라도 각종 전자기기의 발달로 전력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었지만, 최종 전력 사용량은 1990년 대비 9.1% 늘어나는 데에 그쳤습니다. 그 결과, 국가 총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0년, 1990년 대비 49.82% 줄어들었고요.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단순히 에너지원을 재생에너지원으로 바꾸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일상생활과 산업 공정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에너지의 사용량 자체도 줄이고, 그 에너지를 온실가스 없이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에 접어들었다는 겁니다.

이쯤 되면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의 '글로벌 모범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과연 덴마크로부터 우리나라 탄소중립에 있어 '도움말'을 구할 수 있을지, 토마스 안커 크리스텐센 덴마크 기후대사, 라나 아즈파 자파르 노보노디스크 코리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박) 2030 NDC로 70%라는, 매우 높은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그 과정의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이를 어떻게 달성할 계획인지도 궁금한데요?

토마스 안커 크리스텐센 덴마크 기후대사가 덴마크의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토마스 안커 크리스텐센 덴마크 기후대사가 덴마크의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크리스텐센) 70% 감축안을 담은 법안은 지난 2020년 여름, 95%의 찬성률로 국회를 통과했는데요, 10개 주요 정당 가운데 8개 정당이 이를 지지했습니다. 이후 주요 부문별 정치적, 정책적 합의들이 잇따랐습니다. 에너지 부문뿐 아니라 수송부문, 순환경제, 폐기물 관리, 탄소세 등을 다뤘죠. 현재 의회에선 농축산업 부문의 감축과 관련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는 매해 세부적인 감축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다음 회계연도에 어느 부문에서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감축할지를 제시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기술이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 비용은 얼마나 달라지고 있는지 등등 여러 시나리오들을 반영해 연간 계획을 만들고, 2030 NDC에도 수정·반영합니다. 일례로 전기차의 경우, 당초의 2030년 목표가 있었는데, 현실에선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보급이 이뤄졌습니다. 예상을 뛰어 넘게 수요가 늘었고, 전기차의 가격도 떨어졌죠. 이 때문에 현재 여러 정당들이 2030년 전기차 보급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CCS(탄소 포집·저장)의 경우도, 최근 매립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고 있다보니 의회에선 CCS 목표도 더 높이자는 요구가 나오고 있죠.

법률과는 별개로, 정책적으로 강력히 추진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덴마크 정부는 북해 유전과 가스전에 대한 석유 및 가스 생산 허가를 더 이상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덴마크는 EU 최대의 석유 및 가스 생산국입니다. 파리협정의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는 매우 중요한 결정이었죠. 산업계와 노동계가 모두 적극 지지한 덕분에 정부는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기존 화석연료 생산에 투입됐던 인력을 모두 풍력발전단지 건설이나 CCS 등으로 투입하는 데에 서로 합의했고, 연기금 역시 장기적인 녹색 투자에 나서기로 하면서 이러한 전환에 찬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덴마크는 석유 및 가스 생산을 멈추기 위한 국내 노력을 넘어 국제적인 연대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나라들과도 논의를 시작한 상태인데요, 한국 정부도 부디 이러한 연대에 참여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박) NDC를 상향하는 데에 있어 우려를 넘어 반발도 매우 거셀 수 있습니다. 당장, 최근에서야 선진국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한국의 입장에선 갑작스런 '선진국 수준의 감축'이 부담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죠.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한국에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토마스 안커 크리스텐센 덴마크 기후대사가 덴마크의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토마스 안커 크리스텐센 덴마크 기후대사가 덴마크의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크리스텐센) 한국의 NDC로 어느정도가 적절한지, 충분한지는 한국 정부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입니다만 이것 하나는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기후위기와 온실가스 감축은 전 세계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이고, 우리는 자연과 타협할 수 없다는 겁니다. 우리 인류는 그동안 너무도 많은 온실가스를 뿜어왔고, 이를 줄이지 않는다면 10년 안에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2℃ 오르고 말 겁니다. 결국, 해수면이 상승하고, 태풍이나 홍수, 갑작스런 폭우나 가뭄과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생하게 되죠.

우린 비단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 세대에게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싶다면, 앞으로 10년간 할 수 있는 한 가장 강력한 감축에 나서야만 합니다. 이는 현재 덴마크가 감축을 하는 방향이기도 하고, 유럽이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죠. 한국의 경제적 위상을 생각했을 때, 우리는 한국 역시 우리의 파트너로써 동일한 책임을 해주기를 바랍니다. 이미 지구상엔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나라들이 많습니다. 이미 기후변화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도움이 필요한 나라들 말이죠. 때문에 우리 OECD 회원국들은 반드시 먼저 움직여야 하고, 먼저 감축을 선도해야만 합니다.

덧붙여, 환경보건 측면에서도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화석연료발 미세먼지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많은 분들이 미세먼지에 관심 갖고 있죠. 이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 바로 석탄입니다. 석탄은 바로, 보건상의 리스크인 셈이죠. 또한, 유럽과 북미지역에선 '녹색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들도 점차 '녹색 제품'을 원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하고,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폐기물의 발생량과 물 사용량까지도 조절하고 있죠.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나라로서 이들 국가에 제품을 수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으론 수출하기가 무척 어려워질 겁니다. 유럽의 소비자들은 “우린 '녹색 제품'의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만을 원한다”고 할테니까요. 향후 10년, 환경이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더라도, 탄소중립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한국에게도 더 도움이 될 겁니다. 이미 덴마크에선 청년 세대뿐 아니라 기업들도 강력하게 녹색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미래가 이미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이러한 전환에 있어 선구자가 되고, 선도하길 원하는 것이죠. 이미 다른 나라의 기업들보다 덴마크 기업들이 빠른 전환에 나서고 있음에도 청년 세대는 더 빠르게 대응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10년 후에도 한국의 산업계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답이 나올 겁니다. 당장 1, 2년 후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요. 서양의 경쟁 업계, 경쟁 국가를 보자면 당장 유럽은 EU 차원에서 '55%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죠. 미국은 '50~52% 감축'을, 일본도 '46%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덴마크가 70%라는 감축목표를 정할 때, 정부는 산업계의 14개 주요 부문들과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기업들은 이 70% 감축 목표를 지지했고, 각 파트너십을 이끄는 기업들은 이미 녹색 전환을 이끌며 해당 산업 부문 전체가 어떻게 녹색 전환에 성공할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제약 업계에선 노보 노디스크가, 플라스틱 업계에선 레고가, 운송 업계에선 머스크가 전환을 이끌었죠.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이 의무이자 '경제적 이익'의 일종으로 보고, 적극적인 감축에 나선 겁니다.

박) 노보 노디스크의 경우 언제부터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준비했고, 언제 달성하게 됐나요?

라나 아즈파 자파르 노보 노디스크 코리아 대표가 노보 노디스크의 RE100 달성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라나 아즈파 자파르 노보 노디스크 코리아 대표가 노보 노디스크의 RE100 달성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파르) 처음 RE100 가입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이었습니다. 그땐 RE100이라고 불리기도 전이었죠.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 공개 프로젝트)라고 불릴 때였는데요, 그 때부터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리하여 2015년 RE100에 가입을 했고, “2020년까지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실제 그 약속을 달성했고요.

가입을 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우려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업 차원에서 RE100,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것은 사실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현재 수익의 일정 부분을 쓰더라도 환경적인 부분, 사회적인 부분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의 '3대 핵심 가치'인 재정, 사회, 환경에 기반한 판단이었죠.

100% 재생에너지를 이용하고, 생산 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을 '0'으로 만들려면 새로운 설비도 필요하고, 더 비싼 전기요금을 지불해야 하니 당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기업이 환경친화적이지 않다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고,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만 반대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기도 하죠. 실제 비용 관련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장기적인 관점에선 오히려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덴마크에선 재생에너지 관련 인프라가 매우 잘 구축되어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풍력발전을 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죠. 덕분에 노보 노디스크는 재생에너지를 쉽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자원순환 측면에선 보다 면밀한 접근이 필요했는데요, 우리가 생산하는 모든 것을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예를 들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플라스틱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를 모두 재활용할 필요가 있었죠. 이를 위해 각종 기술들을 연구하고 도입했습니다.

박) 눈앞의 유전, 가스전을 내버려두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과 같은 지역 차원의 어려움은 없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이를 극복했나요?

토마스 안커 크리스텐센 덴마크 기후대사가 덴마크의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토마스 안커 크리스텐센 덴마크 기후대사가 덴마크의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크리스텐센) 다른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풍력발전이 환경과 기후를 위해 좋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당장 사회적 비용 등을 모두 반영한 편익을 놓고 봤을 때에도, 눈 앞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풍력발전단지를 짓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물론, 풍력발전 설비가 소음을 발생시키고, 야생 조류를 위협하는 부분에 대해선 반드시 면밀한 조사와 대응이 필요합니다. 현재 덴마크에 설치되고 있는 최신 풍력발전단지의 경우,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동중인 철새떼를 감지한 경우, 로터의 방향은 자동으로 바뀌게 되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이전의 문제들을 피할 수 있는 겁니다.

만일 지역사회에서의 거부감이 크다면, 정부는 당연히 대화를 시도해야겠죠. 정부가 지역사회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등 각종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도 가능할 겁니다. 또한, 최근 10년간 우리는 점차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육지에선 직접 보기도 어려운 먼 바다에서 얻기 시작했습니다. 해상풍력의 경우, 지역사회와도 충분한 거리를 둘 수 있을뿐더러, 어업 환경에 대한 악영향도 없습니다. 오히려, 발전설비의 해저 기둥이 마치 거대한 바닷속 돌처럼 역할을 하면서 더 많은 물고기가 설비 인근에 모여 새로운 해양 생태계를 만드는 효과를 만들죠.


대부분의 덴마크 시민들은 풍력발전설비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이었습니다. 보기 좋다고, 진보(Progress)와 현대성의 상징이라고 여기죠. 대부분이 도로나 다리처럼 하나의 현대 인프라 중 하나로 받아들였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해외 가스전 캐는 한국, 앞바다 가스전 버리고 재생에너지 찾는 북유럽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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