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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처형실태 보고서 발간…"여전한 처형, 더 은밀화"

입력 2021-12-15 20:00 수정 2021-12-1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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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발간한 '김정은 시기의 처형 매핑(시각지도화)-국제적 압력에 대한 북한의 반응' 보고서 표지. 〈사진=전환기정의워킹그룹〉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발간한 '김정은 시기의 처형 매핑(시각지도화)-국제적 압력에 대한 북한의 반응' 보고서 표지. 〈사진=전환기정의워킹그룹〉

북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 뒤에도 반인권적인 공개 처형이 계속되고 있고, 되려 국제사회의 눈을 피하려고 처형 장소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국제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오늘(15일) 이런 내용을 담아 '김정은 시기의 처형 매핑(시각지도화)-국제적 압력에 대한 북한의 반응' 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고 밝혔습니다.

■ 여전한 공개 처형…"남한 영상 봤다" 혐의 많아

보고서는 최근 6년 동안 탈북민 683명을 인터뷰해 파악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인터뷰 기록을 토대로 공간지리정보(GIS) 기술과 위성사진 등을 통해 처형 장소 등도 조사했다고 합니다.

보고서는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도 처형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956년부터 2018년까지 처형 장소에 대한 진술을 총 442건 받았는데, 이 중 김정은이 집권한 2011년 12월부터 이뤄진 진술은 2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21건은 총살, 2건은 교수형이었다고 합니다. 공개 처형은 비행장 활주로 주변 언덕이나 개활지, 강둑과 언덕 등에서 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공개 처형된 사람들에게 적용된 혐의 중에는 남한 영상을 시청하거나 배포한 혐의(7건)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이 마약 관련(5건), 성매매(5건), 인신매매(4건), 살인ㆍ살인미수(3건), 음란행위(3건) 등의 혐의 순이었습니다.

사형이 선고됐지만 현장에서 바로 처형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보고서는 “2012년~2015년 사이에는 '피고인을 용서한다'면서 김정은을 자비로운 지도자로 선전한 경우가 많았다”라고 했습니다. 보고서는 김정은 시대에 들어 공개 처형은 줄어든 것으로 봤습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공개 처형장 위치와 개수를 비교해 보니 김정은 집권 전후로 차이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탈북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북한 내 처형장 위치와 개수를 표시한 그래픽. 〈사진=전환기정의워킹그룹〉탈북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북한 내 처형장 위치와 개수를 표시한 그래픽. 〈사진=전환기정의워킹그룹〉


■ "국제사회 눈 피하려고…더 은밀한 곳에서 처형"

그러나 보고서는 공개적으로 드러난 처형만 줄었을 뿐 비밀 처형은 여전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처형 장소들이 김정은 시대에 들어 북·중 국경이나 도심 중심가에서 먼 곳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입니다. 보고서는 "국경을 통해 북한 밖으로 처형 실태가 유출되지 않도록 북한 당국이 처형 장소를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공개 처형에 주민을 동원하는 일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반인권적인 상황은 이어지고 있다는 진술도 나왔습니다. 공개 재판에 학생들을 불러 참관 시키거나 가족이 처형당하는 장면을 강제로 보게 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한 듯 공개 처형장에 동원된 군중들에 대한 감시가 철저해진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처형 장면이 촬영돼 외부로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과거에도 금속탐지기를 이용한 휴대전화 수색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부터 성능 좋은 금속탐지기를 중국에서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수색은 그보다도 강화됐다는 것입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박아영 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이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적인 감시에 더욱 신경 쓰지만, 그것이 인권 상황이 개선됐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수시로 공개 처형을 해 주민들을 두렵게 하려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노출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처형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시대에는 비밀 처형이나 실내 처형 같은 비공개 처형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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