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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서 공부 못하는 학생 없게"…할머니들의 잇단 장학금 기부

입력 2021-03-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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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아까워 아궁이 불 지피며 모은 4천만원…하늘나라 가며 익명 기부

지난달 23일 경북 봉화군교육발전위원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한 스님이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분께서 돈을 맡겼는데 장학금으로 기탁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사흘 뒤 위원회 관계자들이 스님을 찾아갔습니다. 사천만 원이 든 통장을 내밀었습니다.

스님은 얼마 전 돌아가신 조 씨 성을 가진 할머니 이야기를 했습니다. 할머니는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자녀 없이 혼자 사셨습니다. 조그맣게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갔는데 본인에게는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겨울에 기름값이 아까워 산에 가서 나무를 해 아궁이 불을 지펴 살았습니다. 떨어진 옷도 기워 입고 먹는 것도 아껴가며 돈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주위 학생들에겐 늘 아낌없이 베풀었습니다. 형편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렇게 아끼고 베풀며 살다 얼마 전 7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면서 알고 지내던 스님에게 이 돈을 맡겼습니다. 스님은 평소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을 따라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게 이 돈을 쓰면 좋겠다고 전해왔습니다.
故조씨 할머니 장학금 기탁증서[=봉화군교육발전위원회 제공]故조씨 할머니 장학금 기탁증서[=봉화군교육발전위원회 제공]

◇시집오고 나선 늘 고향 생각…"내 고향 학생들이 원 없이 공부했으면"

서울에 사는 권정자 할머니는 올해 82세입니다. 경북 문경읍 팔영리가 고향인 할머니는 시집을 가며 타향살이가 시작됐습니다. 늘 고향 생각이 간절했고 자리를 잡고 나선 고향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때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평생을 살면서 그게 늘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내 고향의 학생들이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문경시장학회에 1억 원을 선뜻 내놨습니다.

기탁할 마음은 벌써 먹었지만 뜻을 전하러 고향 내려오는 게 망설여졌습니다. 코로나가 번진 수도권에서 내려와 혹시 고향에 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섭니다. 한 달 반을 망설이다가 신학기가 시작하는 때를 맞춰 내려왔습니다. 권정자 할머니는 돈 걱정 없이 열심히 공부해서 지역을 이끌어 나갈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장학금 기탁한 권정자 할머니[=문경시 제공]장학금 기탁한 권정자 할머니[=문경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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