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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비닐하우스와 가건물서 코리안드림 찾는 이주노동자

입력 2021-01-07 20:54 수정 2021-01-0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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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디서 사느냐의 문제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런 한파 속엔 더 그럴 텐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건물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주 노동자들입니다. 지난달엔 비닐하우스 안, 임시 건물에서 이주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죠. 오늘(7일) 밀착카메라는 열악한 이주 노동자 주거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연지환 기자입니다.

[기자]

강추위가 몰아쳤던 지난달 20일 경기도 포천의 숙소에서 이주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같은 방 동료 이주노동자 : (난방장치 스위치를) 떨어지면 올리고 떨어지면 올리기를 계속했어요, 밤새도록.]

사건이 발생한 곳은 비닐하우스 안에 가건물이 지어져 있는 형태입니다.

샌드위치 패널로 사방을 막아서 만들었습니다.

실외기도 설치돼 있어서, 최근까지 사람이 살았던 걸로 보입니다.

이곳에서 이주노동자 다섯 명이 함께 지냈습니다.

이주노동자단체는 열악한 환경 속에 지내면서 건강이 악화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달성/목사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 노동부에서 얘기를 하고 있는데, 동료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전혀 반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철저한 진상조사를…]

다른 이주노동자들은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을까.

농장을 찾아가 한 이주노동자를 만났습니다.

[이주노동자 : 저기예요, 끝에. (끝에. 비닐하우스?) 네. 비닐하우스.]

[이주노동자 : (몇 명이 사세요?) 7명 있어요. 7명 있어요.]

검은 천을 덮은 비닐하우스 안에 가건물이 있습니다.

입구엔 석유통과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습니다.

안은 더 열악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는 문을 열면 곧장 방으로 이어집니다.

현관이 없는 건데요.

난방기구라고는 전기 장판과 뒷쪽에 있는 전열기구가 전부입니다.

창문은 바람 때문에 신문지로 덮어 놓은 걸 볼 수 있습니다.

실내온도는 12.6도씨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마스크도 버려져 있습니다.

집단 생활을 하기 때문에 코로나 19 감염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다른 비닐하우스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이주노동자 : (지금 여기 어떠세요?) 괜찮아요.]

공장 밀집 지역에 해가 지고 기숙사로 쓰는 컨테이너에 불이 들어와 있습니다.

들어가보니 한눈에 보기에도 열악합니다.

바닥엔 벌레가 기어다닙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머무르는 숙소입니다.

이곳은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부엌인데요.

천장 구석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고, 바닥엔 그을렸던 흔적이 여전합니다.

전기도 약해서 이런 작은 전구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 : 그거 지금 안 나와요.]

이런 곳에서 사는 노동자 가운데 38%는 숙소비를 내고 있습니다.

돈을 내고 열악한 숙소에 있지만 맘 편히 쉬기도 어렵습니다.

[사업주 : 나가. 나가라고. 여기가 너희 놀이터야?]

이주노동자 A씨는 몸이 아파 일을 쉬던 중 사업주가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고 주장합니다.

[A씨/이주노동자 : 그때 아플 때였는데요. 그날 일을 못 들어가서. 아플 때 일 안 하면, 일 못 하면 야단맞아요. (얼마씩 내셨어요?) 13만원 정도.]

[안대환/한국이주노동재단 대표 : 주거비용을 내고 거주하고 있는데 이게 개인적인 공간이 아니라 고용주의 지배적인 공간이 되어서 아무 때나 들어와서 나가라고 하기도 하고 들어오라고 하기도 하고.]

기숙사마저 없는 이들은 쉼터로 모입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이주노동자 쉼터입니다.

기숙사 같은 숙소가 없거나 일자리를 찾는 중인 이주노동자들이 머무르는 곳인데요.

이곳에서 스무 명 넘는 노동자들이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 : 기숙사는 방이 너무 작아요. 제가 컨테이너에서 살아요. 3명 같이 살아요. 여기 괜찮아요, 여기는. 일 찾고 있어요.]

노동부는 앞으로 농축산업에서 가건물을 숙소로 제공하면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업주들도 할 말이 있습니다.

[농장주 : 한국 사람 구해 봤는데 한국 사람 한두 달 하고 도망가요. 허허벌판에 숙소 할 만한 데가 없잖아요. 물론 정부의 방침은 이해는 하는데…]

공공기숙사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안대환/한국이주노동재단 대표 : 노동부나 지자체가 공동기숙사를 제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됩니다. 시민단체들이 그것을 실비로 운영하게 된다고 하면 농업인들이나 외국인 근로자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되지 않나.]

이주노동자들은 지난 여름엔 수해를, 지금은 한파를 가건물에서 견뎌내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협당하면서 꿈을 찾고 이루기 위해 버티고 있는 겁니다.

그들의 노동력을 값싸게 사용하고 있는 우리, 이제 그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더 신경 쓰고 노력해야 할 때 아닐까요.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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