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단독] 20년 전 제주 연쇄강도강간범…'휴지 속 DNA'로 잡았다

입력 2021-06-10 20:22 수정 2021-06-10 21:20

한모 씨, 2009년 184건 강력범죄로 징역 18년
"DNA 결과 조작" 주장…무죄 땐 나와서 전자발찌 5년만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한모 씨, 2009년 184건 강력범죄로 징역 18년
"DNA 결과 조작" 주장…무죄 땐 나와서 전자발찌 5년만

[앵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의 덜미를 잡은 건 33년 만에 확인된 DNA였습니다. JTBC 취재결과, DNA 분석으로 또 다른 연쇄 성범죄자가 붙잡혔습니다. 약 20년 전 제주도에서 벌어진 연쇄 강도강간 사건의 범인입니다. 그리고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인 지난 3월 극적으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범죄자는 이미 강력범죄 180여 건을 저질러 교도소에 있는 재소자였습니다.

이서준 기자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지난 2001년 제주도의 한 마을에서 강도강간 사건이 잇따릅니다.

모든 범행 장소는 피해자의 집 안이었습니다.

범인을 잡기위해 경찰이 마을에 잠복하자 며칠 뒤, 이번엔 옆 마을에서 신고가 들어옵니다.

[A씨/당시 담당 형사 : 형사들이 잠복근무도 했었고 그날도 제가 잠복근무 중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현장에 가게 됐고요.]

이번에도 인적이 끊긴 어두운 밤, 창문으로 들어와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A씨/당시 담당 형사 :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10시가 넘으면 동네에 이동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마을입니다. 목격자 확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CCTV들이 없을 때였기 때문에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두려움에 떨며 입을 닫아, 진술도 받지 못했습니다.

범인이 집안에 남긴 건 휴지 뭉치뿐.

[B씨/당시 경찰 감식반 : 범인이 남기고 간 유류물이라고는 유일하게 그것(휴지 뭉치)을 채취했다고 봐야죠. 증거로 수집한 다음에 그 당시 국과수에 감정 의뢰를 보냈습니다.]

감정결과, 휴지에서 남성 DNA가 발견됩니다.

하지만 누구의 것인지 밝히지 못한 채 사건이 미궁에 빠집니다.

지난 2019년 3월 대검찰청에 한 통의 DNA 분석결과가 도착합니다.

휴지뭉치에서 나온 DNA와 일치하는 남성을 찾은 겁니다.

지난 2009년 5월, 강도강간 등 184건의 범죄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50대 한모 씨였습니다.

이중 첫 번째 범행은 2001년 3월 제주도에서 벌인 강도강간 사건이었습니다.

휴지 뭉치 사건과 비슷한 시기 같은 지역에서 범행을 저질렀던 겁니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던 시점, 육지로 나온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인천 경기 서울 등 수도권에서 범행이 이어집니다.

강도강간 등 성범죄가 19건, 절도 등 그 밖에 강력범죄가 165건에 달합니다.

모두 피해자의 집 안에서 벌어졌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즉시 수사팀을 꾸립니다.

피해자 진술도 없는 19년 전 사건, 당시 수사 경찰들의 진술이 중요했습니다.

[A씨/당시 담당 형사 : 피해 진술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제가 가서 직접 참고인 진술도 했습니다. 그전에 (국과수 등에) 보냈던 문서들도 찾고…]

[B씨/당시 경찰 감식반 : 나름대로 기억나는 부분에 대해선 진술을 했죠. (2001년 당시) 감정물 결과라든지 감정물 의뢰하는 과정, 수거 과정 등을 진술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3월 공소시효 하루 전날 한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A씨/당시 담당 형사 : 피해자 가족들에게 범인을 꼭 잡아준다고 약속을 했었고 그게 마음의 짐이었는데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B씨/당시 경찰 감식반 : 피해자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죠. 가슴 한쪽에서는 아릿하기도 하고. 그나마 짐이 한 가지라도 덜었다…]

[앵커]

이 사건은 미제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DNA 분석 결과가 거의 20년 만에 나오면서 급반전됐습니다.

이서준 기자, 그만큼 과학수사기법이 발달한 덕분이겠죠?

[기자]

사람의 유전자 DNA가 일치하는지 비교하는 기준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2018년에 그 기준점이 20개로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좀 더 정밀해진 거죠.

이 정밀해진 기준을 바탕으로 2010년 이전 사건들을 국과수가 전수조사합니다.

이때 휴지뭉치 DNA 결과도 나올 수 있던 겁니다.

이렇게 나온 결과에 이 담당 경찰들의 진술이 뒷받침되면서 기소를 할 수 있던 건데요.

특히 담당 형사는 20년 내내 이 사건 DNA에 관심을 기울여왔다고 말합니다. 들어보시죠.

[A씨/당시 담당 형사 : 20년 동안 제가 계속 근무하면서 어떤 DNA 자료를 대조할 때, 이 사건과 일치하는 DNA 있는지 항상 확인하고…]

[앵커]

그런데 이 DNA 결과는 상당히 확실한 것으로 우리가 다 알고는 있는데 오히려 당사자인 한모 씨는 발뺌을 하고 있다면서요?

[기자]

저희가 제주도 재판을 직접 보면서 취재가 시작이 됐는데요.

한씨는 DNA 분석 결과가 조작됐다면서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씨 주장대로 무죄가 선고된다면 6년 뒤에 출소해서 전자발찌는 5년만 부착하면 됩니다.

그 이유를 리포트로 정리했습니다.

한모 씨는 법정에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DNA를 휴지에 집어넣어 조작했다" 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현재로서 한씨는 6년 뒤인 2027년 형기를 마치고 60대 초반의 나이로 출소합니다.

출소 뒤 전자발찌는 5년만 부착하면 됩니다. 

2008년 전자발찌법을 처음 도입했을 때, 최대 5년만 부착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두순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2010년 전자발찌를 최대 30년까지 부착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뀝니다.

검찰도 이번 재판을 통해 한씨의 전자발찌 부착 기간을 늘릴 수 있을지 검토중입니다. 

오는 14일 재판에선 휴지뭉치 DNA를 분석한 국과수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입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황수비)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