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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과 '이웃' 사이, 만만치 않은 한국의 '균형 외교'

입력 2021-04-05 19:50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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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지난 주말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외교전이 치열하게 펼쳐졌습니다. 미국에선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중국에선 한중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는데요.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과연 적절한 균형을 잡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매일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미얀마에선 시민들이 계란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는데, 이 소식도 들어보겠습니다. 신진 반장이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기자]

제가 애기 엄마다 보니까, 주말 한중미일 간 숨 가쁘게 펼쳐진 외교전을 보며 이 노래가 떠올랐습니다. 엄혹하고도 은밀한 외교가에선 일단 본심을 숨기는 게 선수죠. 미국과 중국의 노골적인 '줄서기' 요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발표문을 뜯어보면 한국을 향한 메시지. "우리 편에 서라", 분명히 드러납니다. 호칭부터 의미심장합니다. 미국은 한국을 '변함없는 동맹'으로 중국은 한국을 '영원한 이웃'이라고 불렀습니다.

[왕이/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지난 3일) : 중국과 한국은 영원한 이웃입니다. 양국의 전략적 소통은 중요하고 매우 적절한 시기에 이뤄졌습니다.]

'내가 더 친하다'며 '여기 붙으라'는 '동맹과 이웃' 사이, 한국의 균형 외교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선지 곳곳에서 동상이몽, 삐거덕거림이 드러났습니다. 먼저 한·중 양국의 발표자료 내용부터 달랐습니다. 우리 정부는 "시진핑 주석의 조속한 방한"을 언급했지만,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자료엔 이런 내용, 단 한 줄도 없습니다. 대신 중국은, 한국이 중국의 백신 정책에 동의하고 동참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건 우리 정부가 밝히지 않은 내용인데요. 주말 동안 이 소식 듣고 깜짝 놀란 분들 많으실 겁니다.

[왕이/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지난 3일) : 양국 관계는 코로나의 시련을 견뎌냈고 두 나라의 연대와 협력은 강화됐습니다.]

특히 '한국이 중국의 '춘먀오 행동'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춘먀오 행동은 중국의 해외동포 백신 접종 프로그램입니다. 시진핑의 야심 찬 역점사업인데, 여기 한국을 끌어들인 셈입니다. 일각에선 '외교 결례'다, '한국이 말려들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대북 정책에 대해선 어떤 얘기들이 나왔을까요.

[정의용/외교부 장관 (지난 3일) : 한·중 양국은 한반도에서의 보다 항구적인 평화 정착, 그리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서훈/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현지시간 지난 2일) : 한·미·일은 북핵 문제의 시급성과 외교적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고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 뜻을 같이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 발표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미국과 중국의 발표문을 보면, 역시 차이를 보였습니다.

백악관은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공조와 제재를 강조했지만, 중국은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듯한 표현을 써 논란을 빚었습니다. 이제 관심은 이달 내 발표될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에 집중됩니다. 지난 30년간 역대 정권들의 대북정책을 모조리 훑고,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했다는 게 미국의 설명입니다. 사실 미국은 그동안 수 차례, 힌트를 줬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지난달 25일) :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을 선택했다면 대응이 있을 겁니다. 우리도 그에 상응해 대응할 것입니다. 우리는 외교의 형식에도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비핵화의 최종 결과가 무엇이냐에 달려 있습니다.]

제재와 외교적 대화를 병행하겠다, 트럼프식 '톱다운' 방식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실무자들에게 정책을 맡길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의 반응은 어떨까요. 오늘쯤 또 다시 원색적인 비판 담화를 내는 것 아닌가 했는데, 아직은 조용합니다. 북한은 지난 한 달 동안 무려 다섯 번 비난 담화를 쏟아내며 수위를 높여갔는데요.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미국산 앵무새'라고 표현하며 거칠게 비난했죠. 사실 이 북한의 기상천외한 막말, 대상을 가리지 않아 왔습니다. 미국은 물론이고요.

[조선중앙TV (2017년 9월) : 트럼프는 한 나라의 무력을 틀어쥔 최고통수권자로서 부적격하며 그는 분명 정치인이 아니라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임이 틀림없다.]

일본에 대해서도 거침없었습니다.

[조선중앙TV (2017년 9월) : 보잘 것 없는 일본 열도의 4개 섬을 주체의 핵탄으로 바닷속에 처넣어야 한다. 일본은 더 이상 우리 가까이에 둘 존재가 아니다.]

한 언론에 따르면 이런 표현들은 각 기관의 글쓰기 전문 부서들의 엘리트 직원들이 고안해 낸다고 합니다.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엘리트들이 대거 발탁돼 일하고 있다는 겁니다.

오는 15일은 북한의 최대 명절,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입니다.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 시점과 맞물려 북한이 또다시 도발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 지켜봐야겠습니다.

이번엔 미얀마로 가보겠습니다.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에 맞서다 숨진 시민들, 550명을 넘어섰습니다. 트위터에 #WhatsHappeningInMyanmar라고 검색하지면, 지금 미얀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 생생히 보실 수 있습니다. 총에 맞아 의식을 잃어가는 어린아이부터, 장난삼아 시민을 겨냥하는 군부의 모습까지 미얀마 시민들은 오늘도 이 해시태그에 절박한 마음을 담아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주의할 것은 금방 삭제된다는 겁니다. 이것도 군부가 장악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옵니다. 지난 주말 시민들은 사제 무기 대신 계란을 들었습니다. 부활절을 맞아 계란에 반군부 메시지를 적은 계란을 들고 행진한 건데요. 프란치스코 교황도 메시지를 냈습니다.

[프란치스코/교황 (현지시간 지난 4일) : 저는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 특히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는 미얀마 젊은이들, 증오는 사랑으로 소명될 수 있다는 걸 평화적으로 알리고 있는 젊은이들과 연대합니다.]

연일 유혈 사태가 벌어지면서 우리 우리 교민들의 귀국 행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일 이후 교민 총 411명이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외교부가 전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 주말 미얀마 전 지역의 여행 경보를 3단계인 '철수 권고'로 올렸습니다.

하지만 미얀마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수백여 곳이 되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돼도 생업 때문에 쉽게 철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오늘 발제는 이렇게 정리하겠습니다. < '동맹'과 '이웃'사이, 만만치 않은 '균형외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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