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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미사일 자주 쏴도…北, 먹고 살만 한가요?

입력 2022-01-24 15:36 수정 2022-01-24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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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지난해 말 열린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먹고 사는 문제를 화두로 꺼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농업생산을 증대시켜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농촌발전전략의 기본과업”이라며 앞으로 10년간 생산 목표도 내세웠습니다. 농촌이 발전해야 북한 전체가 먹고 산다는 것인데요. 그만큼 코로나19 이후 내부 식량난이 가중된 것으로 읽혔습니다.

지난해 말 진행된 북한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농촌 발전을 유독 강조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지난해 말 진행된 북한 노동당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농촌 발전을 유독 강조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 "올 초 미사일 비용=전체 주민 이틀 치 쌀값"?

그러나 연초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든 비용은 북한 주민 전체가 이틀 먹을 식량분에 맞먹는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새해 들어 벌써 4차례, 6발의 미사일을 쏜 북한이 600만~900만 달러를 썼다"며 "쌀 1만 5천~2만 2천 톤을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을 날린 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사일 6발을 쏘느라 많게는 900만 달러, 우리 돈 107억 원까지도 썼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한 번 쏠 때 100만~150만 달러쯤 든다고 미사일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것에 근거했습니다. 만약 900만 달러로 쌀 2만 톤을 살 수 있었다면, 주민 모두가 이틀은 족히 먹었을 것으로 봤습니다. 북한 전체 주민의 하루 쌀 소비량은 1만 톤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4번째 미사일을 쏜 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8일 공개한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올해 4번째 미사일을 쏜 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8일 공개한 탄도미사일 발사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국제 반핵단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은 2019년 기준 북한이 미사일을 비롯한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약 6억 6천700만 달러(약 7천970억 원)를 들였다고 집계했습니다. 이는 2020년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약 2.3% 수준입니다. 이 정도 돈은 세계은행의 지난달 국제곡물가 기준으로 쌀 160만 톤을 살 수 있는 규모라고 RFA는 지적했습니다.

■ "국제사회 식량 지원, 지난해 3월이 마지막"

국제사회의 원조는 지난해 3월을 끝으로 사실상 끊겼습니다. 앞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해 1~3월 북한에 식량 4천970톤과 영양 강화 식품 891.5톤을 들여보낸 게 마지막이라고 했습니다. 당시 지원분은 주민 56만여 명에게 돌아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식량 지원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농촌 진흥의 찬란한 래일이 우리를 부른다″며 지난 4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북한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  〈사진=노동신문〉″농촌 진흥의 찬란한 래일이 우리를 부른다″며 지난 4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북한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 〈사진=노동신문〉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1995년부터 2011년까지 13억 달러도 넘던 미국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를 보면 이 기간 미국 정부는 13억 1천375만 달러 상당의 대북 지원을 했고, 절반이 넘는 약 7억 달러어치가 식량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225만 톤에 달하는 식량을 북한에 제공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조차 없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빗장을 단단히 건 북한이 중국과 다시 교류하기 시작한 지도 일주일이 됐습니다. 매일 한 번씩 화물열차가 오간다고 하지만 이 열차에 실린 물자 중 식량이 얼마나 되는지, 북한 주민에게 바로 전달되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북한이 여전히 '자력갱생'을 고집한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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