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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크] 애초에 1마리였던 '곰 탈출'…농장주 '거짓말'에 숨겨진 현실

입력 2021-08-14 18:56 수정 2021-08-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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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한 곰 농장에서 곰이 탈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농장 주인은 두 마리가 탈출했다고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3주를 뒤져도 한 마리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은 곰이랑 마주칠까 봐 무서워서 외출도 제대로 못했는데요. 알고보니 농장 주인이 거짓말을 한 거였습니다.

그리고 이 거짓말에는 우리나라 사육곰이 처한 현실이 숨어 있었다는데, '크로스체크' 윤재영, 서준석 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농장주 김모 씨는 지난달 1일 반달가슴곰을 도축했습니다.

현행법상 곰을 도축하면, 2주 안에 환경부에 신고해야 하는 데, 김 씨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후 다른 곰 한마리가 예상치 못하게 농장을 탈출했고 이를 신고하면서 도축한 곰을 탈출했다고 허위 신고한 겁니다.

김 씨 거짓말에 야생동물 포획단은 없는 곰을 찾아 3주 가량 야산을 헤매야 했고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웃 주민 : 애들은 (이곳에) 못 오게 했죠. 우리들만 다니고…참 이거 난감합니다.]

[이웃 주민 : 제대로 못 다녔죠 우리는. 지금도 뭐 사람도 잘 안 다니잖아. 우리는 지금(도) 불안 속에 살고 있어.]

김 씨는 불법 도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사육곰을 도축하는 모습이 한 동물단체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히면서 징역형을 받았습니다.

환경부 고발 및 과태료 처분은 열 건이 넘습니다.

도축되기 전 곰이 살았던 환경도 열악합니다.

군데군데 녹 슨 뜬장에서 곰들은 수시로 탈출했습니다.

지난 2012년 7월 곰 두마리가 탈출했다가 사살됐고, 같은 해 4월에는 탈출한 곰이 50대 여성을 물고 달아나기도 했습니다.

2019년 6월에도 김 씨의 경기도 안성 농장에서 곰 한마리가 탈출 했습니다.

김 씨는 당시 없어진 곰이 "두 마리"라고 했다가 번복해 수색에 혼선을 줬습니다.

김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의도적으로 거짓말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김모 씨/농장주 : 7월 1일날 도축한 게 한 마리 있어서 그걸 갖다가 대치하면 숫자가 맞는 것 같다 생각해서…]

하지만 정부 탓도 있다고 말합니다.

전에는 곰 농장을 장려해놓고, 적절한 보상 없이 모든 것을 불법화했단 겁니다.

[김모 씨/농장주 : 10원도 지원을 안 해주면서 규제만 만들어 범죄자 만들고 전과자 만들고 이게 현행법이에요.]

국내에는 400마리 가까운 곰들이 아직 우리 안에 있습니다.

대부분 중성화 수술을 받았지만, 일부 곰들은 몰래 번식중입니다.

이렇게 사육곰들이 남아있는 이유, 몸 보신을 위해 곰을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쓸개가 몸에 좋다는 사실이 과장됐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게다가 대체의약품도 많이 개발되고 있어, 일부지역에서는 곰 농장 운영을 포기하는 농가가 생기고 있습니다.

강원도 화천의 한 농장.

20년 넘게 우리 안에서만 살았던 '보금이'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하반신이 바닥에 쓸리며 항문까지 밖으로 돌출된 상황.

[최태규/곰보금자리 수의사 : 야생에서 써야 하는 근육들, 허리 근육이라든지 다리 근육을 이 안에서는 충분히 쓸 필요도 없고 쓸 일도 없기 때문에…]

수술을 잘 버텨도 계속 콘크리트에서 살아야하는 보금이에게 남은 건 고통 뿐입니다.

[최태규/곰보금자리 수의사 : 상처가 생기니깐 자기가 거기를 물어뜯는 거죠. 그러다보니깐 이제 꼬리가 없어지고 항문이 소실되는 상황…]

농장주는 이곳 곰 15마리의 운영을 포기했습니다.

문제는 평생 사육장에서 큰 곰들을 보낼 곳이 없다는 겁니다.

자연에 놓아주면, 먹이를 구하지 못해 죽거나 사람이 사는 곳을 찾게 됩니다.

[최태규/곰보금자리 수의사 : 어느 정도 보상이 주어지면…한두 농장 빼고 다 그만두고 싶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곰 사육 자체를 법으로 금지한 캄보디아·베트남 등은 국제동물단체와 협업해 사육곰을 구출했습니다.

이 곰들은 대규모 보호시설에서 마음껏 뛰놀고 있습니다.

정부도 올해 전남 구례에 이와 비슷한 보호시설 건립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2024년이 돼서야 완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까지 사육곰들은 운 좋게 동물단체에 의해 구조되지 않는다면, 언제가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철창 안에서 또다른 하루를 견뎌야 합니다.

(화면제공 : 동물자유연대·곰보금자리)
(영상디자인 : 조성혜, 영상그래픽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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