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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직접 아들 고소…손정우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다시 구속

입력 2022-07-05 16:52 수정 2022-07-05 17:33

손정우 '범죄수익은닉' 혐의 1심 징역 2년·벌금 500만원 선고
아버지가 아들 직접 고소..."미국행 피하려는 꼼수"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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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범죄수익은닉' 혐의 1심 징역 2년·벌금 500만원 선고
아버지가 아들 직접 고소..."미국행 피하려는 꼼수" 지적도

아동 성 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가 지난 5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아동 성 착취물 공유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가 지난 5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손정우는 재판 내내 한 번도 방청석을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판사의 입에서 "징역 2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고개만 숙이고 가끔 재판장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법정엔 기자를 제외하고도 10여 명의 일반 시민들이 손 씨의 재판을 보기 위해 앉아있었습니다. 그 인원이 방청석을 가득 채우고도 자리가 부족해 서서 재판을 듣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조수연 판사는 손 씨의 범죄수익은닉혐의 등에 대해 징역 2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손 씨는 다크웹 '웰컴 투 비디오'에서 아동성착취물을 팔고, 여기서 얻은 수익을 불법적으로 숨긴 혐의를 받습니다. 그 액수는 4억여 원에 달합니다. 검찰은 손 씨가 이 돈을 암호 화폐로 환전하고, 아버지 계좌로 부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추적이 어렵게 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손 씨가 범죄수익을 숨긴 혐의, 그리고 이 돈을 가지고 도박을 한 혐의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원래 검찰은 손 씨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습니다. 손 씨가 "전 세계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범죄를 통해 수익을 얻었다"는 이유에섭니다. 하지만 손 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이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재판부는 손 씨가 "암호 화폐 환전 등을 통해 치밀하게 범죄수익을 은닉하고, 사이트를 장기간 운영할 수 있었던 데는 범죄수익을 철저하게 숨겼던 점이 일부 기여했다"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범죄수익 4억여 원이 모두 국고로 환수되고, 피고인이 음란물유포죄 등으로 받은 확정판결 등과 함께 형평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재판이 바로 손 씨의 아버지로부터 시작됐다는 겁니다. 손 씨의 아버지는 손 씨를 직접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2020년 4월 손 씨가 징역을 모두 살고 출소할 때가 다가오자 미국 법무부는 손 씨를 "미국으로 송환해달라"고 한국에 요청해왔습니다. 다크웹 '웰컴 투 비디오'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32개국에 약 128만 명의 회원을 갖고 있었으며, 여기서 피해를 입은 아동들의 연령대만 해도 신생아부터 10대까지 다양했습니다. 미국은 한국과 별개로 손 씨의 이런 범죄에 대해 재판받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나섰습니다. 한국에서 더는 수사도, 재판도 진행되지 않으면 손 씨를 미국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 미국은 아동성착취물을 수령 또는 배포한 이들에 대해선 최소 의무형량을 징역 5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손 씨가 미국으로 가게 되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아버지는 손 씨가 미국으로 가야 할 위기에 처하자 아들을 직접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자신의 계좌를 동원해 범죄수익을 불법적으로 숨겼다"는 혐의입니다.

덕분에 손 씨는 미국으로 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손 씨를 미국으로 보낼지, 말지 심사한 재판부는 손 씨를 미국으로 인도하면 "한국의 '웰컴 투 비디오' 사용자들의 신상을 확보하지 못해 수사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손 씨를 미국으로 보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날 법정에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손 씨는 자신에게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향해 "죄송합니다"라는 짧은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수십 명이 앉아있었지만, 법정을 나갈 때까지 방청석으로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습니다. 2년여 만에 다시 수형복을 입게 된 손 씨. 지난번보다 형량은 높아졌지만, 피해자들은 오늘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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