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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에서 도쿄까지…'멀리 뛴' 아프간 스프린터의 감격 도약

입력 2021-08-31 16:38 수정 2021-08-3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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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도착한 라소울리와 쿠다다디. 〈사진=연합뉴스〉도쿄에 도착한 라소울리와 쿠다다디. 〈사진=연합뉴스〉

장애와 탈레반의 위협을 모두 뛰어넘은 선수가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육상 대표 호사인 라소울리입니다. 라소울리는 오늘(3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육상 남자 멀리뛰기 T47 결선에 출전해 1차 시기 4.37m, 2차 시기 4.21m, 3차 시기 4.46m를 기록했습니다. T47은 상체 장애가 있는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입니다.

개인 최고기록은 넘었지만 금메달을 딴 쿠바 국가대표 로비엘 세르반테스의 기록인 7.46m와 비교하면 한참 미흡해보입니다. 라소울리는 실제로 참가 선수 13명 중 13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라소울리에겐 출전 자체가 기적이었습니다.

라소울리는 당초 16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떠나 17일에 도쿄에 도착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출국 하루 전인 15일, 탈레반이 카불 대통령궁을 장악한 뒤 20년 만에 정권을 잡았고, 라소울리는 예정된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여자 태권도의 자키아 쿠다다디까지 두 명의 선수단은 결국 패럴림픽 개회식에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는 선수들이 참가할 거란 희망을 품고 개회식에 아프가니스탄 국기를 입장시켰습니다. 간절한 바람이 통했던 걸까요. 국제사회의 손길이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호주 정부는 선수들의 탈출을 도왔고, 프랑스 정부는 체류를 도왔습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와 스포츠·인권 단체들의 지원도 있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지난 28일 밤 지구 반바퀴를 돌아 도쿄에 입성하게 됐습니다.

 
3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남자 멀리뛰기 결선에 출전한 아프가니스탄 호사인 라소울리가 도약하고 있다.3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남자 멀리뛰기 결선에 출전한 아프가니스탄 호사인 라소울리가 도약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도쿄 땅을 밟았지만, 난관은 더 있었습니다. 라소울리의 주력 종목은 육상 100m인데, 라소울리가 입국하기 하루 전인 27일에 경기가 끝난 겁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는 육상 남자 400m 출전을 권했지만 무리라고 판단했고, 대신 멀리뛰기 출전을 결심했습니다. 비록 순위는 최하위지만, 그의 감동적인 도약은 아프가니스탄 국민에게 희망을 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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