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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왜] AI 패권은 이미 중국에…"美, 15년간 이길 가망 없다"

입력 2021-10-15 07:02 수정 2021-10-15 09:20

미 국방부 SW 책임자 사임하며 작심 비판
개인정보 인식 낮은 中, 기술 윤리 논쟁서 유리

AI 기술 수준 美 100일때…中 85.8>韓 80.9
중국 우위 굳어지면 4차산업선 대중적자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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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SW 책임자 사임하며 작심 비판
개인정보 인식 낮은 中, 기술 윤리 논쟁서 유리

AI 기술 수준 美 100일때…中 85.8>韓 80.9
중국 우위 굳어지면 4차산업선 대중적자 신세

〈사진=163닷컴 캡처〉〈사진=163닷컴 캡처〉
미국 인공지능(AI) 업체의 한국 지사장을 맡고 있는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AI 서비스를 하는 회사니까 당연히 보유하고 있는 기술 수준이 어떤지, 경쟁력은 얼마나 나오는지 궁금했습니다. 기술 얘기를 한참 할 줄 알았는데 대뜸 이렇게 답합니다.

”데이터가 있어야지. 데이터가 관건이야.“

AI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구현되고 역량을 향상시켜나가기 때문에 AI 기술 수준은 데이터의 양과 불가분의 관계라는 걸 말한 겁니다. 그만큼 AI 자체의 성능 못지 않게 빅데이터의 확보가 필수불가결하다는 걸 강조한 거죠.

이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결국 AI 승부의 분수령이나 다름 없습니다. 한국에서 데이터 확보하기가 녹록치 않아 늘상 고민하다보니 기술을 묻는 질문인데도 '결국은 데이터'라고 하소연을 한 겁니다.

AI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미·중은 어떨까요. 미·중은 AI의 기술 패권을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고 있습니다. 승부의 큰 틀은 미국이 고지를 차지하고 중국이 도전하는 양상입니다. 그런데 최근 뜻밖의 뉴스가 나왔습니다.

〈사진=163닷컴 캡처〉〈사진=163닷컴 캡처〉

최근 미국 국방부의 전(前) 최고소프트웨어책임자(CSO)가 사임했습니다. 사임하는 마당에 속에 눌러놨던 말은 하고 하고 떠나기 마련이죠. 10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함께 보겠습니다. 말이 굉장히 세고 충격적입니다.

“중국은 인공지능(AI)과 머신 러닝, 사이버 능력의 발전으로 (관련 분야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향하고 있다며 이미 (미·중 간 경쟁은) 끝났다”

지난 3년 간 미 공군의 사이버 보안과 AI 기술 도입 등을 총괄한 니컬러스 차일란은 이날 FT에 미군의 느린 기술 혁신 속도에 항의해 사임했다고 밝혔습니다.

차일란은 “(중국의 우위는) 기정사실이며 향후 15~20년 동안 중국과의 싸움에서 (이길) 가망이 없다. 군의 느려터진 기술 혁신 속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지난주 사임했다”고 말했습니다.

차일란은 왜 미국이 중국과의 AI 경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고 봤을까요.

기술 윤리 논쟁이었습니다. AI 기술 경쟁에서 핵심축은 데이터 확보인데 개인정보보호를 둘러싼 윤리적 허들 때문에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반면 중국은 14억 인구에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아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기에 유리한 환경입니다.

인권 유린과 기본권이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회 관리 차원에서 효용이 높다는 이유로 광범위하게 개인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습니다. 일당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이 미국과의 AI 경쟁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환경 조건을 업고 중국 AI가 맹추격을 벌이면서 미국이 서 있는 고지가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픽=알렌 AI연구소 〉〈그래픽=알렌 AI연구소 〉

미국 시애틀에 본부를 둔 알렌 AI연구소는 최근 중국이 5년 안에 인공지능 분야의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중국의 당초 목표인 2030년보다 4년 이상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 겁니다.


알렌연구소는 올해 50% 이상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에서, 그리고 내년 가장 많이 인용될 상위 10%의 논문에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가장 많이 인용될 상위 1% 논문량이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중국의 AI 약진은 강건너 불구경이 아닙니다. 우리의 산업과 미래에 발등의 불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이 최근 개최한 세미나에서 우리와 중국의 AI 연구 현황이 소개됐습니다. 한 참석자는 AI 분야 석·박사 이상이 미국은 1만295명인데 우리는 3.9% 수준인 405명이고, 논문 수도 중국 7만199편의 10%인 6천940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말 펴낸 'ICT 기술수준조사 보고서'는 우리 AI 기술이 중국에 뒤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AI 기술 수준이 100점이라면 중국은 85.8점, 한국은 80.9점으로 나왔습니다. 1점당 기술 격차는 1개월씩 벌어집니다. 중국의 기술 수준에 우리는 5개월 뒤쳐져 있는 겁니다.

〈사진=163닷컴 캡처〉〈사진=163닷컴 캡처〉

지난 30년 한국은 중국 경제의 비약적 성장을 활용해 몸집을 불렸습니다. 철저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중간재와 부품·설비 등을 파는 분업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한중 분업 모델로 둘 다 큰 이익을 거뒀습니다.

그런데 4차산업혁명 분야에선 우리의 기술 우위가 흔들리다 못해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중 분업 모델의 역학 구도가 뒤집히고 있는 겁니다. AI나 빅데이터, IoT 등 4차 산업혁명 분야는 분업으로 나눠먹는 구조가 아닙니다. 철저한 승자독식의 세계입니다. 미래 지식산업에서 중국에 밀리면 중국에 팔기는 커녕 우리 시장까지 잠식당합니다.

이런 최악의 구도가 현실이 될 경우 상상만으로도 아찔합니다. 다행히 변수 하나가 있습니다.

미국이 반도체 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흐름입니다. 이로 인해 중국의 AI 우위 구도가 굳어지는 최악의 시점까지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데이터를 처리해주는 반도체를 적절히 업그레이드 못하면 아무리 빅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면 뭐 합니까. 고성능 반도체 뒷받침 없이 중국이 AI 기술에서 치고 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중국도 사활을 걸고 반도체 자립에 돈과 인력을 쏟아붇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 기회의 창이 열려 있을 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시간이 꼭 우리 편인 것은 아닙니다. AI와 빅데이터에서 총력전을 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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