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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배달노동자가 공개한 '갑질' 아파트 가보니

입력 2021-02-0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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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주 동안 배달 노동자들에 대한 얘기가 많았습니다. 배달 노동자들이 모여서 이른바 '갑질' 아파트 목록을 공개하고 국가 인권위원회에 진정도 넣었지요. 밀착카메라가 현장에 가서 아파트들의 입장은 뭔지, 또, 앞으로는 그럼, 달라질 수 있을지 살펴봤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갑질' 아파트 논란에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강대호/서울 망원동 : 우리 가족, 우리 친척, 다 우리 친구들이라 생각하면 그렇게 못 할 것 같습니다, 진짜.]

[박명순/서울 연희동 : 완전 갑질이지. 지네가 꼭대기 산다고 나까지 땅 밑으로 보면 안 되잖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배달노동자 김영수 씨.

배달을 가자 아파트 관리인이 막아섭니다.

[A아파트 관리인 : 선생님, 선생님, 나가서 왼쪽 가시면요. 배달 전용 엘리베이터 있어요.]

떨어진 곳에 있는 엘리베이터 한 대, 3분을 기다렸습니다.

제가 지금 배달노동자들이 이용하는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한 쪽에 이렇게 택배상자도 보이는데요.

저 쪽으로 한 번 가보실까요.

주민들만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다섯 대가 있습니다.

아파트 측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 : 화물용이 아니라 비상용 엘리베이터고요. 우리 관리소 입장에서는 주민들이 냄새난다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안내를 해 드리는 거지.]

[김영수/배달노동자 : 화물용이고 짐들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더라고요. 이런 기피 지역이나 불편한 아파트라고 해서 추가비용을 더 받는 건 없고요.]

두 번째 콜, 이번엔 배달 노동자들이 쉽게 오갈 수 있는 아파트입니다.

[김영수/배달노동자 : 이런 아파트들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자존심 문제도 있고요. 일을 할 때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 면에서.]

배달 노동자들이 공개한 갑질 목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강남 지역 아파트입니다.

이성희 씨가 입구에서 제지를 당합니다.

오토바이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라는 겁니다.

이씨는 뛰기 시작합니다.

뛰었는데도 도착하는데 3분 가까이 걸렸습니다.

아파트 뒤엔 걸어도 20초면 가는 거리에 후문이 있지만, 주민들만 쓸 수 있습니다.

[B아파트 관리인 : 민원이 한두 번도 아니고 아저씨 입장 모르는 건 아닌데 여기 나름대로 규칙이 있어요. 사장님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래.]

이 아파트는 지하주차장도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놨습니다.

[이성희/배달노동자 : 1층 지상 같은 경우는 부모님들 (안전) 입장에서 어린이 키우는 그런 심정은 이해합니다. 그런데 지하주차장까지도 못 들어가게 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고요.]

헬멧을 벗어서 로비에 보관하라는 곳도 있습니다.

[C아파트 관리인 : 저희들도 이유는 모르겠어요. 입주민 분들이 정하신 거라서요.]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몰랐다고 말합니다.

[C아파트 주민 : 헬멧은 그건 왜 (벗으라)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헬멧을 쓰면 CCTV에 얼굴이 안 보이나? 왜 못 쓰게 하지?]

배달 노동자들이 공개한 이른바 '갑질 아파트' 측 얘기는 이렇습니다.

[D아파트 : 여기가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곳이 못 돼요. 외부 손님들도 마찬가지예요. (외부 손님들도 화물용 엘리베이터 타나요?) 외부 손님들은 그런 건 아니고요.]

[E아파트 : 저희 승강기를 타려면 카드가 있어야 해요. 근데 방문증 카드를 라이더든 누구든 간에 본인들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가져갔다가 반납을 안 하시거나 이런 게 있어요.]

바뀐 곳도 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김두하/배달노동자 : 예전에는 들어가려고 하면 헬멧 벗어야 한다, 안 좋은 기억 때문에 많이 안 왔었는데. 오랜만에 왔는데 별다른 제지 없이 들어가니까 잘 바뀌었다 생각이 드네요.]

기자가 직접 배달해봤습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모두 시간, 그리고 돈과 직결됩니다.

[(OOO동이 어디예요?) OOO동은 저 끝으로 가야 해요.]

문 앞에 두고 가라는 말이 없으면 벨을 누르는데, 답이 없으니 초조해지기도 합니다.

[배달입니다. (놓고 가세요.)]

갑질 아파트는 배달 시간이 두세 배는 더 걸린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안 받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성희/배달노동자 : 저희는 전업 라이더거든요. 콜이 없을 때는 그것도 가야 할 경우가 있어요. 계속 놀고만 있을 수 없으니까, '아, 이거 3500원인데, 4000원인데…']

[정병욱/변호사 : 헌법상 모든 권리도 다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입주민의) 재산권이 제한되더라도 배달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인권의 보호에 더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인권위는 민주노총과 라이더유니온이 낸 진정에 대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조사할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배달 노동자들은 인격을 무시당한 기억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수수료를 많이 주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손쉽게 말하기엔,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겁니다.

아파트 관리와 안전이 중요하다면, 노동자를 존중하는 선에서 갖춰야 하지 않을까요.

(영상취재 : 이지수 /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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