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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또 산불" 전화통에 '불'…긴장의 안동을 가다

입력 2021-02-25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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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내내 화마와 싸웠던 경북 안동은 지금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지역이 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산불이 더 자주 갈수록 더 이른 시기에 일어나는 겁니다. 특히 불이 어쩌다 난 건지, 누가 불을 낸 건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밀착카메라 서효정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화마가 휩쓸고 간 안동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마을을 둘러싼 숲이 전부 새카맣게 변해버렸습니다.

지금도 안동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던 산림보호팀장에게도 끊임없이 전화가 옵니다.

[김영식/안동시 산림보호팀장 : 글쎄요, 이게…(전화받으셔도 됩니다.)]

안동 다른 지역에서 또 불이 났다는 전화입니다.

다행히 크게 번지기 전 멈췄습니다.

[김영식/안동시 산림보호팀장 : (어디 쪽이래요?) 산 밑의 밭에 불이 붙어서 올라가는 찰나에 조치가 됐네요. (지금 다 꺼졌대요?) 네.]

집에 못 들어간 지도 사흘째, 경북 안동에서 산림 공무원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면적이 서울보다도 넓고 대부분이 산으로 이뤄져 있어 불이 자주 나기 때문입니다.

완진 52시간째, 하늘로 소방 헬기가 날아오르고, 땅에서는 물짐을 등에 진 산불 감시대원이 산을 오릅니다.

[다 끝났나?]

또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산을 오르는 겁니다.

쉴새 없이 물을 나르는 헬기는 지난해 산불을 겪고 안동시에서 마련했습니다.

[권영수/안동시 임동면장 : 정확하게 잡으려면 그 반대쪽에 뿌려주면 더 나은데… 타던 지역에 안에 불씨가 남아 있던 게 바람이 이렇게 부니까 이렇게 살짝 일어나는 겁니다.]

이번 산불은 무려 21시간 동안 축구장 350개 넓이 만큼 산을 태웠습니다.

이번 화재의 최초 발화지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현장에 와보니 이렇게 출입금지선이 쳐져있고 저쪽엔 밑동이 잘린 나무들이 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가파른 산을 타고 바람이 불씨를 들어 올리면서 불씨가 저 뒤에 있는 마을까지 번졌고, 주민들이 빠르게 대피했습니다.

삽시간이었습니다.

[권효현/안동시 임동면 주민 : 그렇지, 다 타 있었지. 난 집도 없다고 생각하고 왔지. 왔는데 집은 괜찮더라고, 집만.]

정신없이 대피를 했다가 돌아와 보니 바로 현관문 앞 잔디까지 전부 탄 상황이었습니다.

[권효현/안동시 임동면 주민 : 농협 분들이 내가 없고 아무도 없으니까 물을 막 쏜 거야. 그래서 우리는 불이 안 났어.]

이렇게 마을 곳곳에 화재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여기는 한 캠핑장인데요.

분리수거장 옆에 소화기가 잔뜩 버려져 있습니다.

당시 이 소화기 16대를 전부 다 쓰고도 불을 끌 수 없어서 호스를 끌어와 불을 껐다고 합니다.

[유동희/안동시 임동면 캠핑장 관리소장 : 여기 끄면 저기도 불붙어 있고, 저기 가서 끄면 저기도 불붙어 있고…]

산 꼭대기에 있던 소방학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가로등이 녹아내리고 훈련장이 모두 폐허가 됐습니다.

이튿날이 입소식이라 추가 근무를 하던 근무자들이 있었고, 겨우 건물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김태우/경상북도 소방학교 교직원 : 지지난주에 산림 화재 전문교육 과정 1주짜리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산불 이후로 저희가 현장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과정이 개설된 것입니다.]

지난해 4월 봄 산불이 난 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안동시 공무원들은 따뜻하고 건조한 날이 늘면서 산불이 더 빠르게 번지게 됐다고 말합니다.

[김영식/안동시 산림보호팀장 : 요즘은 산불도 계절이 없습니다. 올해 1월 1일부터 (봄철 산불) 대책본부를 가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산불을 낸 사람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산불 특성상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주변 거주자나 성묘객, 등산객 등 사람이 낸 것으로 추정되지만, 찾아내는 건 10건 중 4건에 그칩니다.

[김영식/안동시 산림보호팀장 : (작년 산불도) 실화자는 아직까지 검거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계속 (복구비용) 투입 중이죠. 복구하는 부분은 국민의 세금으로 다 충당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화재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현장감식이 오늘부터 시작됐습니다.

복구에만 수백억 원이 들어가지만 원인 규명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점점 잦아지는 산불을 바라보는 당국과 주민들의 우려는 커져만 갑니다.

(VJ : 서진형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인턴기자 : 조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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