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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국민 끌어안은 박근혜…'옥중서간집' 반성 없었다

입력 2021-12-3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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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오늘(31일) 사면됐습니다. 지지자들은 박씨가 입원한 병원 앞에서 환영 집회를 열었는데요. 반면 광화문 인근에선 반대 집회가 열렸죠. 여론이 또 다시 나뉘는 분위기인데요. 박 씨는 옥중서간집을 통해 지지자들을 향한 고마움을 드러냈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내용 정리했습니다.

[기자]

우여곡절 속에 청와대를 두 번이나 쓸쓸히 떠나온 비운의 인물이죠.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인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입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2년을 선고 받았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오늘 풀려났습니다. 법무부는 오늘 0시를 기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면 절차를 진행했는데요. 여기서 잠시, 국정농단 사태의 발단부터 박씨가 수감되기까지의 시간을 되돌아볼까 합니다.

어제부터 왠지 제가 한국 정치사 전문 강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는데요. 어쨌든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인용과 그리고 구속 수감까지의 과정은 방금 보신 영상에 집약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구속된 이후 4년 9개월이 지난 오늘,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자유의 몸이 됐죠. 일수로는 1,736일만입니다. 박씨는 병실에서 '사면·복권장'을 직접 수령했는데요. 사면·복권장에는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죄명, 형명과 형기 등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사면법에 따라 형의 선고의 효력을 상실한다'는 문구와 함께 효력 일자, 그리고 법무부 장관 직인도 찍혀 있었습니다. 박근혜씨는 별다른 입장을 발표하진 않았는데요. 수감 생활 중 건강이 나빠져 최소 내년 2월 초까지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영하/박근혜 전직 대통령 변호인 (지난 24일) : 당분간 병원에서 아마 치료를 받으실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면 명분, '국민통합'이었는데요.

[박경미/청와대 대변인 (지난 24일) :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국론은 분열됐습니다. 사면을 둘러싸고 광장은 또 다시 '촛불 VS 태극기' 구도로 극명하게 갈렸는데요. 먼저 박씨의 지지자들은 석방을 기념해 축하 집회를 열었습니다.

[사회자 (어제) :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께서 자유의 몸으로 국민 곁으로 오셨습니다. 여러분 크게 함성 질러주시길 바랍니다.]

[조원진/우리공화당 대선후보 (어제) : 그분의 이름을 불러봅시다. 대통령! (박근혜!)]

박근혜씨가 입원한 병원 인근에서 우리공화당 등 지지자들이 모여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인데요. 마치 새해를 맞이하는 것처럼 카운트다운 전광판과 폭죽도 등장했습니다.

[조원진/우리공화당 대선후보 (어제) : 탄핵정국의 한 페이지는 오늘로써 넘어갑니다. 촛불난동 이전으로 대한민국을 되돌려야 합니다 여러분.]

반면 사면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정부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는데요. 광화문 광장 인근에 모여 '박근혜 사면 절대 반대', '문재인 정권 규탄한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어 올렸습니다.

이렇게 둘로 나뉜 여론 속에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선택은 다시 한 번 반쪽짜리 국민이었습니다. 앞서 신 체커가 소개한 대로 박씨는 석방과 동시에 옥중서간집을 출간했죠. 수감 기간 지지자들과 주고 받은 편지를 엮은 책인데요.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란 제목입니다. 책에는 탄핵과 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요.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심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이권을 챙겨주는 그런 추한 일은 한 적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5년 전과 입장이 바뀐 건 전혀 없었습니다.

[박근혜/전직 대통령 (2016년 11월 29일) :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국정농단 사건으로 정국의 혼란을 야기한 데 대한 반성이 없었던 건데요. 오히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를 정권 유지에 이용한다는 지적을 담은 지지자의 편지에 이 분의 노래를 거론했는데요.

가수 나훈아씨의 히트곡 '테스형'이죠.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는 답장에서 "'테스형'이라는 노래가 국민에게 많은 공감을 주었다고 들었다"며 서문을 열었는데요. 그러면서 현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선동은 잠시 사람들을 속일 수 있고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그 생명이 길지가 않을 것"이라고 말이죠. 반면 광화문 친박 집회 지지자들을 향해선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광화문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뜨겁게 정의를 지키고 계신다'는 말씀에 가슴이 뭉클해졌다"고 표현한 겁니다.

박씨의 이런 지지자 끌어안기에 기세가 등등해진 분이 있죠.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우리공화당 조원진 후보입니다.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박근혜씨의 울타리에 들어가기 위해 연일 구애를 펼치는 분도 있습니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어제) : 박근혜 (전직) 대통령님의 석방과 석방을 아주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고요. 그리고 조금 더 일찍 나오셨어야 되는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이고…박근혜 (전직) 대통령은 건강이 회복되면은 저도 한번 찾아뵙고 싶은데…]

얄궂은 운명의 장난일까요? 한때는 대척점에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구속시켰던 주역이지만 이제는 한 배에 올라탄 윤석열 후보인데요. 하지만 울타리의 문지기를 맡은 조원진 후보가 윤 후보의 앞을 가로 막아섰습니다.

[조원진/우리공화당 대선후보 (어제) : (박근혜 전직) 대통령을 찾아뵙기 전에 윤석열 (후보)가 해야 될 일은 뭡니까? 박근혜 (전직) 대통령한테 자기의 잘못을 고백하고 석고대죄하고 이제는 죗값을 치르겠다고 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 아니겠습니까.]

조 후보는 야권 후보교체론 띄우고 있는데요. 교체 카드로 홍준표 의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조원진/우리공화당 대선후보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어제) :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고 할 때 어떤 방침으로 갈 거냐까지 논의를 해 보려고 하는데요.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청문홍답 그분도 계시잖아요. (홍준표 의원이요?) 여러 가지 대안들이 윤석열 후보보다 나쁜 대안은 아니다…]

조 후보의 후방 지원, 홍 의원으로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나 봅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라는 반응을 내놨는데요. 사실 과거 조 후보와 홍 의원의 관계는 결코 좋지 않았었죠. 홍 의원이 박근혜씨 탄핵 이후 당시 '비박'의 대표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나섰었죠. 이 과정에서 박씨와 선을 그었는데요. 이 때문에 조 후보가 홍 의원을 향해 '잡놈'이라고 욕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세월이 지나 이제는 홍 의원의 교체 출전을 바라는 상황이 됐는데요. 격세지감이 든다고나 할까요.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 말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참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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