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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매향리를 아시나요, 아물지 않은 주민들 상처

입력 2021-02-25 18:04 수정 2021-02-25 18:37

[취재썰]매향리를 아시나요, 아물지 않은 주민들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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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매향리를 아시나요, 아물지 않은 주민들 상처

"뚜두두두, 계속 소리가 나는 거죠. 뭐. 그러니 애들이 경기했죠"

풍요로운 갯벌에 굴이 많이 나는 마을이었습니다. 주민들은 해산물을 팔아 먹고살았습니다. 악몽이 시작된 건 '미군 사격장'이 들어선 뒤입니다. 1951년부터 시작된 사격장 폭음은 54년 뒤인 지난 2005년 멈췄습니다. 2005년 사격장이 폐쇄됐습니다. 54년이란 시간은 주민들 삶을 많이 바꿔놓았습니다.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달 초 JTBC 밀착카메라팀은 경기도 화성시의 매향리를 찾았습니다. 마을과 1.5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한 섬은 썰물 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격의 표적지였습니다. 녹음이 짙었다고 하는데, 가까이서 본 섬은 민둥섬이었습니다. 포탄 흔적이 선명하게 눈에 띄었습니다. 기관총 탄알도 발에 차였습니다. 주민 전만규 씨는 탄알을 들어 올리며 "주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포탄 잔해들을 수년에 걸쳐 수거했다"라고 했습니다.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취재진이 찾은 지금의 매향리는 고요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 목소리는 여전히 큽니다. 주민들은 여전히 상처와 함께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주민들에게서 예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귀에서 매미 우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박태운 씨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폭격 소리에 이명에 걸렸어. 진료를 받아도 고치질 못한대". 매향리에서 나고 자란 박태운 씨는 중증 청각 장애인이 됐습니다.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습니다. 54년 폭음의 후유증이라고 합니다. 귀엔 보청기가 끼워져 있었습니다. "양쪽 다 보청기 했는데 이쪽(오른쪽)은 하나 마나 안 들려서 안 끼고 다녀". 보상은 따로 없었다고 합니다. "와서 검사만 해갔지 10원 하나 보상받은 게 없어"라며 "공군에서 나와서 소음 측정을 했는데 120 dB가 나오는 거야"고 했습니다. "또 당한다고, 비행장이 오면…"이라며 말을 맺었습니다.

◆"주말에 딱 현관문 밖을 나서는데 폭격기가 지나가는 거야" 김미경 씨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조용한 마을인 줄 알고 시집왔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주말에 낮게 비행하던 폭격기를 잊지 못합니다. "이혼을 불사하고 나가 살자고 그랬다니까?". 자녀들은 집에만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 갔다 와서 애들이 거의 집안에서만 생활했어요. 뛰어다니지 못하고". 당시 폭음은 여러 가정을 파괴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제가 결혼했을 무렵에 결혼했던 새댁들, 떠난 사람 많아요. 참혹했지". 폐쇄된 지 15년이 넘은 지금, 어떻냐는 질문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닐 수 있고, 평화가 무엇인지 깨달았다"고 답했습니다.

◆"사격할 땐 전화도 못 받아" 박순자 씨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49년째 살고 있다"며 입을 뗀 박순자 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사격을 했어요"라고 당시를 기억했습니다. 손주들과 함께 살았지만, 견디지 못하고 고향을 떠났습니다. "애들이 경기하죠. 결국 애들이 나가서 살다 왔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마을 사람들 성격도 바뀌었다고 박 씨는 말했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성질이 다 나빠요"라며 "조그맣게 이야기를 안 하니까 누가 들을 땐 싸우는 거 같잖아요"라고 했습니다. 매향리가 어떻게 됐으면 좋겠냐는 말에 "평화마을이 됐으면 좋겠죠. 그런데 보낸 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온다는 게…"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취재진이 만난 주민들은 인터뷰 말미에 전투비행장 이전을 걱정했습니다. 수원시 전투비행장이 인근의 화옹지구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게 또 다른 걱정거리라는 겁니다. 지난 2017년 수원 군 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로 화성 화옹지구가 선정됐습니다. 수원시 관계자는 "화옹지구는 바다와 주변에 넓은 간척지로 피해가 가장 적은 지역일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매향리 주민들이 소음 피해가 재발을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홍보를 통해 많은 화성시민이 군 공항 이전을 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매향리 주민들이 포탄을 제거하고 있다.〈JTBC 뉴스룸 캡처〉매향리 주민들이 포탄을 제거하고 있다.〈JTBC 뉴스룸 캡처〉

지난 1일 취재진과 만난 서철모 화성시장은 "지금은 상처를 치유할 때지 상처에 소금을 뿌려 아프게 해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이전하는 부지의 적극적인 환영 의사가 전제조건으로 깔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매향리 주민들은 누구보다 소음 피해의 고통을 이해하는 만큼, 함께 대책을 만들어나가길 원하고 있습니다. 주민 전만규 씨는 "더는 수원 시민들도 극심한 소음 피해를 겪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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