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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법률 플랫폼 '로톡' 둘러싸고 벌어진 '사생결단'

입력 2021-04-13 06:02 수정 2021-04-13 07:01

'손쉬운 변호사 구하기' vs '불법 중개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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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변호사 구하기' vs '불법 중개 서비스'

"형사사건은 초기대응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한변협 인증 형사 전문 변호사와 함께하세요"

 
현재 로톡 측은 지하철과 차량 등을 통한 적극적인 광고 활동에 나선 상태다.현재 로톡 측은 지하철과 차량 등을 통한 적극적인 광고 활동에 나선 상태다.
법원과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 등 이른바 '법조타운' 주변 지하철역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광고 내용입니다. 변호사 광고는 예전부터 있었다지만, 내용이 좀 다릅니다. 모두 '050'으로 시작하는 가상 번호로 변호사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로톡에 가입된 변호사는 전체 개업 변호사의 16%에 달한다.지난 2012년 설립된 로톡에 가입된 변호사는 전체 개업 변호사의 16%에 달한다.

이런 광고를 게시한 곳은 법률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운 '로톡'(LAWTALK; 로앤컴퍼니)'이란 서비스입니다. 이른바 '리걸테크 스타트업' 기업이라고 할 수 있죠. 용어는 어렵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겠다는 겁니다.

▶ '변호사 정보 비대칭' 해결하겠다는 로톡
콘셉트는 명확합니다. 어떤 법적 분쟁이 벌어졌을 때, 지인에게 "너 아는 변호사 있어?" 하는 식으로 막연하게 변호사를 수소문하는 대신, 변호사 정보를 무료로 공개해 사건에 적합한 변호사를 의뢰인이 직접 고르게 해주겠다는 거죠.
 
'로톡'은 변호사 정보는 물론, 선택한 변호사에게 연락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로톡'은 변호사 정보는 물론, 선택한 변호사에게 연락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로톡은 변호사 선택의 '통로' 역할까지만 하고, 나머지는 의뢰인의 몫이라고 말합니다. 중개 수수료는 따로 없습니다. 로톡을 통해 전달받은 '050' 번호로 유선 또는 오프라인 유·무료 상담이 이뤄지는데, 이때 상담료는 로톡이 아닌 변호사가 가져가게 됩니다.

로톡의 수익 구조도 궁금하실 텐데요. 회원으로 가입한 변호사가 낸 '광고비'로 이익을 얻게 됩니다. (이 비용의 성격을 두고 현재 첨예한 분쟁이 벌어졌습니다.) '이혼', '상속', '성범죄' 등 모두 77개의 법률 분야가 존재합니다. 이혼 분야에는 다시 수백 개의 '키워드'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이혼 분야에는 '양육비 청구', '이혼 신고', '약혼'과 같은 키워드가 포함됩니다.

 
이용자는 별도의 중개 수수료를 로톡에 지불하지 않는다. 대신 가입 변호사는 월정액으로 된 광고비를 키워드에 따라 지불하게 된다.이용자는 별도의 중개 수수료를 로톡에 지불하지 않는다. 대신 가입 변호사는 월정액으로 된 광고비를 키워드에 따라 지불하게 된다.
변호사는 키워드 1개당 2만 5천 원을 내면, 해당 키워드 검색 시 노출이 이뤄집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파워링크'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차이도 있습니다. 키워드가 200개가 존재한다고, 200개X2만 5천 원 = 5백만 원의 광고비를 내지는 않습니다. 키워드가 속한 '분야' 당 50만 원이 상한선이라, 이혼 '분야' 키워드를 모두 확보해도 50만 원만 내면 됩니다. (50만 원보다 저렴한 '분야'도 있습니다) 또 특정 키워드 검색 시 등장하는 변호사도 '무작위'라고 합니다.
 
로톡은 특정 분야마다 다수의 키워드를 제공하며, 해당 키워드나 분야를 신청한 변호사로부터 정액 광고비를 받고 있다.로톡은 특정 분야마다 다수의 키워드를 제공하며, 해당 키워드나 분야를 신청한 변호사로부터 정액 광고비를 받고 있다.

▶ '내 형량은 얼마?'…로톡의 '형량 미리 보기' 서비스
로톡의 또 다른 핵심 서비스 중 하나는 바로 무료로 제공되는 '형량 미리 보기'입니다. 이용자가 '유죄'임을 전제로, 몇 가지 상황을 입력했을 때, 평균적으로 받게 될 형량과 그 비율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가령 '음주 측정 거부'인데, 초범인 경우를 검색하면 평균 벌금은 5백만 원이 선고될 확률이 29.1%로 가장 높다고 안내해주는 식이죠.
로톡은 40만 개의 판결문을 AI로 분석해, 이러한 결과를 도출하게 됐다고 설명합니다.
 
혐의와 몇 가지 조건을 입력하면, 해당 혐의에 선고되는 예상 형량을 안내받을 수 있다.혐의와 몇 가지 조건을 입력하면, 해당 혐의에 선고되는 예상 형량을 안내받을 수 있다.

▶ 사건의 소개와 알선 금지하는 변호사법
일반적인 사업 영역에서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모델이지만, 법조 영역에서는 다릅니다. 바로 '변호사법'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관련 법 조항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경제적 이득을 얻고 사건을 중개, 알선할 수 없도록 정해놨다.현재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경제적 이득을 얻고 사건을 중개, 알선할 수 없도록 정해놨다.

변호사법 34조 1항 : 누구든지 사전에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기로 하고 특정한 변호사를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는 금지

변호사법 109조 1호 :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기로 하고 (중략) 법률상담, 법률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 사무를 취급하거나 알선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 조항은 원래 이른바 '법조 브로커'를 겨냥한 것입니다. 변호사가 아니면서,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고 의뢰인과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자들을 말하는데요. 영미법계에선 합법이지만, 한국에서는 엄격히 금지돼 있습니다. 워낙 폐단이 크기 때문이죠.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2017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100억 대 부당 수임 배후에도 법조 브로커가 있었습니다.

▶ "중개 수수료 받지 않는다"라는 로톡
변호사법이 만들어졌을 때 '로톡'과 같은 서비스는 존재하지도 않았으니,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IT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사업을 오래된 변호사법으로 규제하려다 보니 벌어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논란이기도 합니다.

 
로톡 측은 변호사법 위반 의혹에 대해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으며, 광고비를 받는 만큼, 현행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로톡 측은 변호사법 위반 의혹에 대해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으며, 광고비를 받는 만큼, 현행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로톡은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으니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변호사의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고, 로톡을 통해 연락을 취할 수 있는 '통로' 역할까지만 한다는 것이죠. 또한, 월정액으로 변호사들로부터 '광고비'를 받을 뿐, 어떠한 중개 수수료도 취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나아가 이런 특정 기간 노출을 조건으로 하는 CPP 광고(cost per period)가 변호사법 위반이라면,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온라인 광고는 어떠한 것도 없다고 항변합니다.

형량 미리 보기 서비스 역시 법률 서비스가 아닌 '통계정보 제공'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비실명화된 1심 형사 판결문을 AI 기술로 분석한 뒤 단순히 이를 통계로 정리해 제공해주고 있을 뿐이란 것이죠. 사실 이와 다소 비슷한 통계 자료는 (위법성 논란과 관계없이) 매년 대법원이나 대검찰청이 만드는 '연감'에도 제공되고 있기는 합니다.

이 밖에 2016년 무렵 유사한 이유로 고발이 이뤄졌지만,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아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도 밝혀 왔습니다.

▶ "사건 알선으로 이익 얻고 있다"…단호한 서울변회
유관 단체인 서울지방변호사회 등은 로톡의 서비스가 명백한 불법이라는 입장입니다. 단순한 변호사 광고 플랫폼이 아니라 알선, 소개, 유인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죠. 중개 수수료가 없다지만 결과적으로는 변호사로부터 '광고비' 명목의 '이익'을 얻고 있고, 따라서 큰 틀에서 봤을 때 사건 알선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는 취지입니다.
 
서울변회는 로톡의 업무 행태가 변호사 알선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상태다.서울변회는 로톡의 업무 행태가 변호사 알선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형량 미리 보기 서비스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입니다. 형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법률서비스 제공인 만큼, 불법이라는 겁니다. 또한, 이 서비스로 로톡의 접속자를 늘려 더 많은 변호사가 유료 회원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만큼, 이 역시 법 위반이라고 말합니다.
 
형량 예측 서비스를 이용하면 무료로 1심 예상 형량을 안내받을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변호사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형량 예측 서비스를 이용하면 무료로 1심 예상 형량을 안내받을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변호사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AI 형량 예측이 잘못된 결과를 제공해 엉터리 초동 대응이 이뤄지더라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고도 경고합니다. '준강간' 상황에서 로톡 AI는 초범의 경우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이 나올 확률이 27.7%라고 안내하는데, 이를 믿고 엉성하게 대응하다가 수사 단계에서 구속되는 상황이 벌어져도, 피해는 스스로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직역수호변호사단은 지난해 11월 로톡 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경찰에 이첩된 상태다.직역수호변호사단은 지난해 11월 로톡 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경찰에 이첩된 상태다.

현재 '직역수호변호사단'이라는 단체가 로톡을 검찰에 고발해 사건은 경찰에 와 있는데, 이 단체를 서울변회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 '극도로 애매한 법 적용'…엇갈리는 의견들
정반대 의견이 대립하는 이유는 법 해석에 따라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로톡의 주장대로 '중개 수수료'가 없어서, 경제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고 따라서 변호사법 위반이 아닐 수 있습니다. 개별 변호사의 광고를 지원해주는 일종의 '매체'로 보게 되면 엄연한 합법적 서비스입니다.

또한 형량 예측 서비스 역시, 어떠한 해석이 담기지 않은, 단순한 원 데이터를 통계로 재가공한 것에 불과한 만큼, 합법으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현재 로톡 측은 지하철과 차량 등을 통한 적극적인 광고 활동에 나선 상태다.현재 로톡 측은 지하철과 차량 등을 통한 적극적인 광고 활동에 나선 상태다.
이를 정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죠. 중개 수수료든, 광고비든 결과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으니 '경제적 이익을 받고 사건 중개가 이뤄진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형량 예측 서비스 역시, 원 데이터를 재가공해서 제공하는 것 자체를 '법률 서비스'로 볼 여지도 충분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의견을 들어본 법조인마다 '불법이 맞느냐'는 질의에 대부분 '애매하다'고 답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사실 '100% 불법이 맞다'라고 확답할 정도라면, 현재 3,900여 명에 달하는 '법잘알'인 변호사들이 로톡에 가입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그만큼, 사안이 매우 애매한 셈입니다.

이미 서울변회는 정식 공문을 통해 로톡에 경고했고, 경찰의 수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로톡은 사업을 접을 의사가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전혀 타협점이 없는 사안인 만큼, 둘 중 하나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은 명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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